2026. 8. 4. 14:45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혐오는 대부분 관념에 정주한다. 혐오의 대상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혐오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편견에 근거한 것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 p.75
# 춘화(春花)의 한탄
2026년 상반기 소망교도소 교육은 3~4월로,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간이다. 4월 초, 교도소로 가는 국도변 작은 산들엔 진달래가, 아가페길엔 벚꽃이 만개했다.
봄이 빨리 왔던 올해, 도시에선 봄꽃이 교도소 주변보다 일찍 피었다. 수용자들에게 봄꽃을 보여주고 싶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난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사진을 수업시간에 공유했다. 모세님은 현타가 온다면서 한탄했다. 봄의 기쁨을 나누고자 했던 우리의 의도와 달리 자유를 잃은 그들의 현실을 자각하게 해서 당황스러웠다. 선한 의도로 행동하더라도, 상대방의 상태와 여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실감했다.
# 빙고
4차시 ‘욕구’ 시간에 자신에게 중요한 욕구를 찾아보는 활동을 했다. 조별로 상의해서 5⨯5 표에 욕구단어를 적고, 반 전체에서 욕구단어를 불러가면서 빙고게임을 한다. 빈도가 높았던 욕구는 휴식, 우정, 신뢰, 음식, 물, 배려, 편안함, 감사, 능력, 사랑, 희망, 잠, 공기, 진실, 소통, 목표, 꿈, 이해, 존중 등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로 말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휴식, 음식, 물, 잠, 공기, 물)와 3단계인 관계 및 연결의 욕구(우정, 신뢰, 배려, 감사, 사랑, 이해, 존중)가 자주 등장했다. “수용시설에서는 매슬로우의 5단계 중 1단계도 제대로 충족 안된다”는 해피님의 피드백과 같다. 수용자들은 개인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찾았을 뿐인데, 빙고게임을 할 정도로 서로의 욕구가 공통된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욕구는 보편적이다(universal)’는 비폭력대화(NVC)를 처음 배울 때 나오는 NVC의 기본 철학으로, 욕구의 보편성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다.


# 난 괜찮아
4차시 오전에는 ‘느낌’ 차시에 못 했던 ‘느낌/생각 구분하기’ 활동을 했다. 제시된 10개의 문장이 느낌인지 생각인지 구분하고, 각 문장을 읽을 때의 느낌을 쓴다. 수용자들은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에는 ‘속상한, 서운한, 우울한, 실망스러운, 당황, 억울한, 쓸쓸한’ 등의 느낌 단어를, ‘나는 부모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에는 ‘아쉬운, 가슴뭉클한, 혼란스러운, 속상한, 답답, 슬픔, 지친, 속상’등의 느낌 단어를 적었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는 보통 친밀한 관계에서 소통과 이해가 좌절될 때의 아픔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나무님은 “네가 그런 행동을 했지만, 나는 괜찮다, 모든 것은 마음이니 부정적인 것을 담아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부모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자녀에게 잘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책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나무님은 “앞으로 더 잘하면 되니까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 아하 모먼트
나무님의 표현에 어리둥절하고 조금 난처했다. 두가지 예시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여러 사람이 보인 반응과 달랐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이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우리는 어떤 의도로 그 활동을 했지?
NVC에서 부정 감정은 없지만, 부정 감정에 가까운 느낌은 핵심욕구를 얻지 못할 때 생긴다. 슬픔, 아픔, 우울, 실망, 억울함 등 느낌의 원인은 진짜 충족하고 싶었던 욕구(의 좌절)이다. 내가 그토록 속상하고 서운하고 쓸쓸하고 답답했던 이유가 너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간절한 그 무엇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아차리면, 탄식이 나오면서 나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을 발견하는 아하 모먼트(Aha moment)는 자기 공감일 때도 있고, 그 욕구가 좌절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애도일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소중한 욕구를 만나면서 자신과의 연결을 경험할 수 있다. 자기 연결은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타인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끌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짐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결로 나아갈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 기쁨, 슬픔, 아름다움
자신의 절절한 욕구와 직면하는 순간의 기쁨, 슬픔, 아름다움을 감각하길 바랐으나, 나무님은 ‘괜찮다’란 말로 자기 느낌을 들여다보지 않길 선택한 것 같다. 욕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습관적으로 살아왔던 나의 평생을 돌이켜보면, 부정 감정을 외면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기 원했을 나무님의 마음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관찰’ 연습이나 ‘욕구를 일상어로 표현하기’ 연습할 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비폭력대화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곤 했던 나무님 인지라, ‘느낌/생각 구분하기’ 활동에서 다 괜찮다는 그의 반응에 판단이 올라오기도 했다. NVC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것, 나와 연결한 후 그와 연결하려 애써본다.
약함이 나약함(weakness)으로 인식되는 세계에서 힘 있고 강해 보이고 싶었을, 취약함을 드러냈다 상처받을까 봐 권위나 통제를 잃을까 봐 두려웠을, 그래서 자기 느낌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을 그의 마음의 형상이 서서히 드러난다.
글.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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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시작된 소망교도소에서의 수용자와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훈련이 올해로 4년째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3월11일부터 4월29일까지 7회차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반기 교육은 9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 "담장 너머, 새로운 내일을 심는 일에 함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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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입금 : 국민은행 012501-04-230403, 한국NVC센터 (입금자명: 성함_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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