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1. 16:30ㆍ카테고리 없음

“범죄자의 서사까지 알고 싶진 않았어요”
<프리즌 서클> 독서모임을 시작할 때 지인들이 했던 말이다. <프리즌 서클>(다다서재, 2023)은 일본 시마네현에 있는 관민 혼합 운영형 교도소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공식 명칭에 ‘교도소’는 들어가지 않는다)의 갱생 프로그램을 다룬, 사카가미 가오리의 동명의 영화(2019)를 책으로 엮었다. 작년 하반기에 소망교도소 교육을 다녀온 후, 교도소 수용자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독서모임에 이 책을 하자고 추천(부탁)해 2월에 함께 읽었다.
6월 초, 법무부는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의 생명, 신체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교도소 내 냉방설비를 보강한다”고 밝혔는데, 세금으로 범죄자 냉방까지 지원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소망교도소에 가보지 않았다면, 나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의 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2026년 상반기 소망교도소 비폭력대화 교육은 3월11일부터 4월29일까지 7회차로 진행되었다. 3개반에 각각 20여명 내외의 인원이 참여했고 반별로 주강사와 협력강사가 들어가 6명의 강사진이 구성되었다. 교육 첫날에 사용하고 싶은 닉네임을 정해 두달 동안 닉네임으로 불렀다.
#폭방
우리 반 폭방님은 큰 키, 큰 손, 큰 키에 어울리는 약간 큰 얼굴, 중저음의 우렁우렁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청년이다. 폭방은 ‘폭력방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이다. 폭방은 첫날부터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발작 버튼은 무엇인가?’ 질문에 “자녀에 대한 비하 발언”,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질문에 “자녀에 대한 칭찬- 니 애들 이쁘다, 니 애들 똑똑하다, 니 애들 착하다”라고 쓸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숱 많고 새까만 더벅머리 헤어스타일, 하얗고 팽팽한 피부를 보면, 아무리 많아도 30대 초반을 넘지 않을 듯했는데 세 아이의 아빠였다. 7차시 ‘분노 알아주기’ 활동에서 화날 때 몸과 마음의 상태를 쓰라고 하자 그는 애들 욕하면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 욕 말고 화났던 적은 없어요? 폭방님이 살면서 화났던 적은 언제예요?”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면서 한참 생각하더니 10대 때 사람들이 자길 쳐다봐서 화났다고 말했다. 그 눈빛이 맘에 안들어서 패줬고 그래서 소년원에 갔다고, 그때의 자신에게 “그냥 지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그냥 지나갔으면 소년원에도 가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폭방은 회를 거듭하면서 강사들과 점점 편하고 친근해졌다. 마지막 시간 피드백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고 표현했다.
#샛별
샛별님은 조용한 참가자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40~50대의 중년으로, 짧은 커트 스타일로 귀 윗부분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다.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지하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같았다. 정장이나 셔츠를 입고 약간 지치고 피로한 모습으로 퇴근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자녀가 두엇 있을 듯한 아빠 인상이다. 4차시 ‘욕구’ 시간에 체크인으로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나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교도소에 오면서 마음이 부서졌다고, 소망교도소로 오면서 마음의 조각이 합쳐지는 중이라고,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7차시, 자신에 대한 감사 찾기 활동에서 샛별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쓸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전날 있었던 교도소 내 행사인 ‘한마음체육대회’에서 형제(소망교도소에서는 서로를 ‘형제’라고 부른다)들을 위해 고기를 구워준 감자님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법자
1차시에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를 하면서 ‘들었을 때 자극이 되는 말’을 썼다. “니가 뭔데”, “니가 뭐 돼!”, “뭐 알아?”처럼 존재를 부정하는 말들, “인간 쓰레기”같은 꼬리표를 붙이는 말들이 나왔다. “법자”는 ‘법무부 자식’이라는 뜻이다. 영치금은 수용자가 교도소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이 보내주는 돈으로, ‘법자’는 영치금을 보내줄 사람이 없는 수용자를 일컫는 멸칭이자 교도소 안에도 빈부격차가 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참여자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 화나고 좌절스럽고 혼란스럽다고 표현했다.
#모세
대부분 연결이 끊기고 관계를 단절당한 경험, 징역이 확정된 순간을 적은 것과 달리, 모세님은 “아빠 빨리 와요”를 썼다. 딸이 이 말을 했을 때, 사랑이 느껴지지만 슬프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모세는 이해가 빠르고 자기 표현을 잘하는 분이었는데, 자신이 교도소에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에 현타가 온다면서 절망감과 괴로움을 화로 표현하곤 했다.

이모셔널 리터러시(emotional literacy), 감정의 문해력은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뜻한다. 시마네 아사히의 TC(Therapeutic Community Unit)는 갱생에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이모셔널 리터러시를 배운다.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공감함으로써 공포와 분노에 휘둘리지 않고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주 3회, 6개월 운영하고, 여러번 수강하기도 한다. 교도소 이모셔널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만든 나야 아비터는 말한다. “그들은 대단히 좁은 감정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인생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지 모른 채,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폭력적인 사람에게 이모셔널 리터러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폭력으로 말을 대신해 버리니까요.”
폭방과 샛별, 모세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안타까움, 후회, 절망, 참담함, 막막함, 그리움, 분노. 그들이 누구든, 무슨 사정으로 그곳에 왔든, 자신의 감정을 만나던 그 순간에 어떤 공명이 일어난 것 같다. 동행자인 우리에게 아픔에 대한 공감이 일어났고, 한 사람의 존재로 그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범죄자’라는 인식, 그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딱지는 여전하지만, 고통에 공명할 때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냥 한 사람이었다.
수용자들이 무슨 일로 수감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해서 그들의 이름도, 수감 이유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죄목을 알았을 때 그들을 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할까 저어되었다. 수용자들을 온전한 존재로 만나고 싶은데, 그들의 죄목을 알았을 때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까봐, 필터가 생길까봐 모르길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진실과 만났던 순간, 마음을 느꼈던 순간은 나에게 살아있다. 그들이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어떻게 비극적으로 표현해서 그곳에 갔든, 자신을 알아차린 그 순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프리즌 서클> 독서모임을 마치며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도 가해자의 회복이 중요한 것같다고, 시작할 때와 달라진 입장을 멤버들이 말했다. 수용자들이 누군가와 연민으로 연결될 때, 자신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바늘 구멍만큼이라도 열린 것 아닐까. 그 미세한 순간이 회복의 시작이지 않을까.
글. 박지연

2023년부터 시작된 소망교도소에서의 수용자와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훈련이 올해로 4년째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3월11일부터 4월29일까지 7회차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반기 교육은 9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깨닫고 세상에 나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대전교도소 교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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