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양육자 _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박현정 🌻

2024. 6. 28. 13:59기린 Life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 기린양육자 인터뷰 프로젝트 (4) 박현정 님

 

 

비폭력대화로 사람을 돌보는 양육자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번 인터뷰이는 박현정 님입니다. 그는 25년 차 직장인이고, 기혼이며, 자녀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부탁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해서 인정받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지지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인터뷰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누군가의 동참을 이뤄내면 좋겠어요.

 

현정 님 부부는 매년 초 서로 ‘어떻게... 올해 낳아 말아?’ 묻습니다. 언젠가부터 이 말을 장난스럽게 이 말을 건네지만 실은 그 질문이 ‘우리 잘하고 있는 거지?’ 마음을 확인하고 다짐을 되새기는 순간이라고요.

 

 

그는 ‘내가 과연 올바른 부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신하기 어려워 부모가 되지 않기를 선택했습니다. 대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합니다. 형제자매가 그들의 아이를 돌보는 시기에 자신은 양가 부모를 돕겠다는 말에서 그가 돌봄에 대해 얼마나 켜켜이 고민하는지 느껴집니다.

 

 

현정 님의 삶에 비폭력대화는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까요? 그는 막 결혼하고 직장에서 새롭게 리더십을 맡았던 30대에 비폭력대화를 만납니다. 당시 열정과 의욕은 넘치지만 스킬은 부족했고, 그 틈을 비집고 화와 자기 비난이 올라옵니다. 그때 찾은 답이 강점혁명을 통한 메타인지 그리고 비폭력대화였습니다.

 

 

그 후로 조직을 이끌며 잘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하게 하고, 화가 나는 이유를 타인이나 상황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게 됩니다. 더불어 가족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아빠를 오랜 시간 간병해 오신 엄마에게 연민을 느낍니다.

 

쓰러진 아빠 나이보다 제 나이가 많아졌을 때
처음 엄마아빠가 한 남자 한 여자로 보이더라고요.
제 삶이 완전히 다르게 이해되면서
그 두 사람이 굉장히 존경스러워졌어요.

제가 지금까지 잘 살아서 여기까지 온 모든 과정에
감사함이 일더라고요.

 

부모님이 욕구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자기 비난을 하지 않고 세월을 보냈다면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안타까운 한편, 자신이 하는 일이나 사람들을 만날 때 비폭력대화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직 안에서는 어떻게 양육자들을 돌봤을까요? 무척 가족 친화적인 회사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워킹 맘이 된 뒤로 잔뜩 움츠러든 제 귀가 쫑긋 섭니다.

 

그가 어떤 프로젝트 팀 리더를 맡았을 때였습니다. 세 명의 핵심 멤버가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당시 7시까진 직장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초기에 그들이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아빠들이 데려가긴 했지만 맞벌이 거나 사정이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는 리더로서 해야 하는 ‘일’ 외에도 실무자들이 야근을 잘할 수 있게 돕기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7시에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하면 본인이 회의실로 데리고 와서 통합보육을 합니다.

 

현정 : OO 씨(어린이 이름), 오늘은 어땠어요?
         OO 씨는요? 우리 오늘은 종이접기를 해볼까요?
         OO 씨, 오늘은 뭘 하고 놀까요? 회의를 해 봅시다.

 

 

아이들은 자신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본인 표현으로) 어떤 아줌마와 함께 놀면서 야근하는 엄마를 기다립니다. 틈틈이 창문너머 일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회의실 보육을 경험한 한 아이가 몇 달 뒤 할머니에게 한 말을 들어보시죠.

 

“할머니, 그거 알아요? 우리 엄마는 유 과장님이에요!
회사에서 진짜 중요한 사람이에요. 엄청 멋있게 일해요.”

 

어떤 어른과 보낸 시간에서 경험한 존중, 일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가 키운 자부심이 느껴지시나요? 평가와 판단 없이 그냥 그 사람으로 대하고, 먼저 태어나서 경험한 것들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잠깐 테이블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서로 다정하게 돌보는 것. 내가 직접 누군가를 키우진 않지만 동료가 집에 돌아가서 그의 가족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게 돕는 것. 그는 이 모든 것이 양육이라 믿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비단 아이를 위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 마을이 양육자를 돌보는 메타양육자이기도 한 것이죠. 현정 님이 생각하는 양육처럼요.

 

 

그는 요즘 스타트업에서 생년이 자신의 학번과 비슷한 동료들과 일합니다. 앞으로 20대와 60대가 같이 일하는 시대가 올 테고, 지금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들이 미래에 글로벌 리더가 될지도 모른다며 눈빛이 호기심으로 빛납니다.

 

 

요즘 현정 님의 마음은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빠가 된 남동생 가정에 기웁니다. 신혼의 갈등과 육아의 어려움이 겹쳐 힘들어하는 부부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한다고요. 동생이 원해서 비폭력대화 교육을 지원했더니 이런 메시지가 돌아옵니다.

 

우리가 평소가 하는 말이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평가라는 걸 알았어.

서로 그렇게 하지 않기로 약속했어.

 

동생 부부가 하루아침에 달라지긴 힘들겠지만 그가 꾸준히 그들을 돌보고 비폭력대화를 나눌 거라 짐작합니다. 또 다른 조카가 보이스 피싱 때문에 곤란했을 때 제일 먼저 상의해 온 것도 부모가 아니라 그였습니다.

 

 

그가 든든한 언덕이 될 수 있었던 뿌리는 무엇일까요? 그는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말이 씨가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해라.’, ‘생명끼리 통하는 거니까 풀포기를 뜯을 때도 먼저 (양해를 구하는 말이나 행동을) 이렇게 해라.’ 생명을 그 자체로 아끼는 비폭력 정신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는 비폭력대화가 특정 그룹만의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고, 회사 신입사원 교육에 들어가고, 리더십 교육에도 포함되기를 소망합니다. 비폭력대화의 확산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고, 자기 자신의 삶에서 드러나서 비폭력대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배우고 싶어 지게 만들고 싶다고요.

 

 

그와 대화하는 내내 제 주변에 이런 언니나 이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합니다. 믿고 이야기할 어른이 있었다면 저의 크고 작은 균열과 방황을 소주 대신 지혜로 채웠겠지요. 이제 제가 그런 비빌 언덕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저의 건강과 복을 다정하게 빌어주는 현정 님에게서 그럴 기운을 얻었습니다.

 

 

 

이진희

KBS에서 라디오PD로 일하며 두 아이를 돌봅니다.

비폭력대화와 대중의 접점을 늘리고자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를 썼습니다.

생애초기 양육자들과 비폭력대화를 나누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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