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참아내야지!", 남성들의 비폭력대화 연습

2024. 4. 30. 19:25기린 Life

 

2024년 4월 20일, 코로나로 3년간 중단되었던 남성연습모임을 다시 열었습니다. 제가 연습모임을 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제 큰 아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는 비폭력대화 NVC2단계까지 들은 아들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비폭력대화 그거 실전에서는 안돼, 안돼. 괜히 써먹었다가 욕만 들어 먹었어!” 친구한테 서운하다고 말했더니 “짜식, 기집애 같이, 지금 나 비난하냐?”는 말을 들었고, 회사 대표에게 힘들다고 말했다가 “힘들어도 참아내야지, 나약해 빠져가지고는!” 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 남자들 세계는 여자들 세계랑 좀 다른가?’ 저 역시 처음에 배우고 느낌을 표현했을 때 상대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놀란 적이 있지만, 이런 반응은 많이 당혹스러웠습니다. 다른 남자들은 어떤지 궁금해서 동네 주민인 김형렬샘을 만났습니다. 남자들은 NVC를 배워도 밖에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연습모임이 중요하고, 남성연습모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남성연습모임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들에게도 필요하지만 남자들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저 개인적인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국NVC센터 뉴스레터에 공고를 하고, 잠자고 있던 남성연습모임 밴드에 글을 올렸습니다. 시간되면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 분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드디어 연습모임이 열리는 날 아침, ‘과연 몇 명이나 올까? 김형렬샘은 오신다고 했으니 아무도 안오는 사태는 없겠지’, 애써 안심하며 동네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고 통인시장에서 토마토를 사가지고 간식을 차려놓고 기다렸습니다. 10분 전 한 분이 오시고, 5분 전 또 한 분이 오시고 2분 전 또 다른 분이 오시고, 5분 후 또 한 분이 오셨습니다. 와~~ 네 분이나 오신 겁니다. 그것도 이,삼,사,오십대 골고루 말입니다. 다들 이날 아침까지 올까 말까 많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오셨다고 했습니다.

 

체크인 후 어떻게 NVC를 배우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회사 상사가 힘들어서, 진상 고객이 힘들어서, 아내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부모가 힘들어서 등, 계기가 다양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아쉽고 궁금했던 점도 물었습니다. “비폭력대화 수업시간에 남자들은 왜 말을 잘 안하시는지?” 대답을 듣고 의문이 풀렸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인 여자들이 일상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그런 일이 그렇게 울 일인가? 회사는 전쟁터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 이야기를 해도 되나?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면 찌질하다고 보지나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에 처음 이야기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완전 지레 짐작으로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순간, 남자들에 대한 연민, 안스러움이 올라왔고 동시에 남편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폭력대화를 배우기 전까지 남편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남자를 개무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밖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면 정말 찌질해 보였고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 고 면박을 주었거든요.

 

이후 한국NVC출판사에서 나온 ‘남자는 어떻게 불행해지는가’ 서문을 돌아가며 읽고, 새로 나온 감사카드를 한 장씩 뽑은 후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의 한 가지 좋은 점은? 뜻밖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최근에 경험한 놀라운 일은?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 몸의 느낌은? 카드 다섯 장에 다섯 명의 인생스토리가 다 흘러나오면서 깊은 연결감이 생겼습니다. 감사카드에 새삼 감사했습니다.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고 체크아웃시간. 남자들끼리라면 술이나 마셔야 나올 이야기인데, 술 없이도 가능하다니 놀랍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여성들 많은 모임에는 가지 말라고 하던) 아내가 남성연습모임에는 흔쾌히 보내주었다는 분은 다음번에는 아내와 함께 와서 끝나고 서촌데이트를 하겠다, 열 살 아들이 있으신 분은 아들과 함께 와서 서울여행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끝나고 첫 모임을 자축하며 인근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흡족한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남자들과의 연결감을 깊이 느낀 하루였습니다.

 

윤인숙

 

 

 

 


 

📢 5월 모임은 5/4, 5/18 토요일 오전 10~12시 입니다.  

 

 

남성들을 위한 비폭력대화 연습모임 안내(4/20~)

안녕하세요. 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 윤인숙입니다. 산청 산골마을에 살던 저는 공동대표를 맡은 후 서울 서촌에도 작은 거처를 마련하여 직주근접의 효율성과 함께 도심속 오아시스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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