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세서(Assessor), 정지선을 만납니다.

2025. 2. 4. 22:35기린 Life

어세서(Assessor), 정지선을 만납니다.

 

(좌: 김효선, 우: 정지선)

 

 

Q. 어세서(Assessor)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동안 교육원 강사들이나 협력강사 심사, 그리고 몇 번의 CT(CNVC Certified Trainer) 인증과정에도 팀으로 참여하면서 비슷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어세서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사명감’이라는 약간의 무게가 얹어지는 기분이에요.

 

Q. NVC(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를 언제 처음 배우셨나요?

 

제가 처음 비폭력대화를 배운 건 2003년이었어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사회운동단체에서 8년 정도 활동하다가 뒤늦게 상담심리대학원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한 학기 수업으로 NVC를 처음 접했어요. 그리고 2004년 마셜 로젠버그가 한국에 와서 IIT를 할 때 참여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죠.

 

2005년부터 다양한 기관에서 상담을 하면서 강의도 병행했어요. NVC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널리 알리고 싶었거든요. 사실 제가 상담을 했지만 그 혜택이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심리상담을 받을 만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NVC를 알려주면 굳이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갈등을 해결하면서 살 수 있을거라는 새로운 희망을 본 거죠.

 

Q. 비폭력대화를 처음 대학원에서 배울 때 가장 끌린 건 뭐였나요?

 

그때 마음이 끌린 건, 기존의 수퍼비전 방식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어요. 교수님이 비폭력대화에 기반하면 공감적 수퍼비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당시 상담에서는 예술분야와 비슷하게 엄청 ‘깨지는’ 수퍼비전을 도움이 되는 수퍼비전이라고 보는 문화가 일부 있었어요. 누군가를 심사하고 수퍼바이저 역할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성장을 돕는 건데, 기존에는 그걸 자칼식으로 한 거죠. 그 사람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쪼그라들게 만들어서 자극점으로 삼아 성장하게 하는 방식인데, 사람을 손상시키는 방식이에요. 본인은 자신이 경험한 것과는 다르게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대부분이 그러하듯 제게도 NVC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모든 감정과 행동이 나의 욕구에 기반해있다는 거였어요. 상담심리학적 이론과 접근방법이 많이 있는데, 비폭력대화는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뭔가가 있는 것 같아서 계속 공부를 하며 나누었어요. 나누다 보면 계속 저를 돌아보게 되니까 저도 같이 자라나게 되더라구요.

 

대학 졸업 후 야심차게 여성노동운동을 하러 갔는데, 막상 현장은 너무 남성 중심적이었어요. 지향하는 사회변화에 대한 꿈은 아름다운데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이 폭력적이고 사람과 관계가 손상되고 삶의 질이 떨어져갈 때 회의를 느꼈어요. 현재 삶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하는데 그 사람이 만드는 미래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람과 인간관계에 다시 관심을 두고 상담심리 공부를 시작한 거죠.

 

사회운동을 할 때 제가 꿈꾼 건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되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풍요로운 공동체였어요. 그 희망을 NVC에서 보았어요. 한 사람이 변하고 관계가 변하고 그러면서 세상이 변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 2004년 IIT에서 마샬이 말하는 사회변화(Social Change)에 기꺼이 동의되지는 않았어요. 사회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에 주로 의식이 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사회가 바뀔까, 회의적이었는데 점점 수용하고 그 힘을 믿게 되었죠.

 

Q. 대학원 졸업 후에는 NVC를 어디서 나누셨나요?

 

신경정신과나 가족치료연구소, 소아청소년연구소에서 심리상담을 했는데, 거기서 교육할 기회가 생기면 비폭력대화를 나눴어요. 교육을 주로 하는 기관에 있을 때는 연구소 안에서도 강의를 하고 외부에서 의뢰가 오면 어디든 나가서 NVC를 나눴죠.

그러다가 2011년 말에 한국NVC센터에 합류했어요. 비폭력대화라는 게 단순한 대화법이 아니라 의식이고 삶이고 사회변화를 위한 거니까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싶어서 같이 하려고 공동체를 찾아 온 거지요. 그 전에도 센터와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는데, 제가 다시 찾아 왔을 때 캐서린 선생님께서 반가워하고 환영해 주셨어요. 2012년 여름부터는 센터소속 강사로 함께하면서 NVC를 나눴고, 2015년부터 CT로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CT (CNVC Certified Trainer) 가 되면 강사할 때와 달라지는 게 있나요?

 

CT가 된다는 건 조금 더 스스로에게 사명감을 부여하는 적극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 NVC 공동체의 비전을 함께하고, NVC의 본질을 잘 유지하면서 확산하는 것을 나의 과업으로 선택하는 의미가 있어요. NVC가 삶에 전면적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고, 그걸 일로써도 하려고 하는 것이죠. NVC 의식은 삶 속에서 성장하는 거잖아요. 일반 강사와 차이가 있다기보다 그것이 쌓인 세월과 경험의 차이 정도겠죠. 오히려 CT를 준비하고 심사받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어세서는 power-with로 그 여정을 함께 지원하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2012년에 국내 처음으로 CT 인증과정이 있을 때, 캐서린 선생님이 영국의 지나 로리를 초대해서 함께 하셨어요. 저도 Final Assessment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슈퍼비전과 달랐어요. 안전하고 따뜻하게 존재 자체로 한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동체안에서 그 사람을 세워가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여정이었어요.


그분이 각각의 사람에 대해 경험이 별로 없었는데도 각자의 자원과 성장점을 통찰력 있게 보시고 의미 있게 다루어 주셨어요. 내가 만약 어세서가 된다면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롤모델로 삼고 싶었지요. 그리고 이런 리더십이 있는 공동체라면 신뢰하면서 함께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 그때 강하게 들었어요.

 

Q. 선생님한테 제일 중요한 NVC의식은 어떤 건가요?


그걸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고.. 저에게 NVC 의식이 드러나는 모습은,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삶으로 직접 실현하면서 살고, 다른 사람들이 그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에요.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라면 존중, 평화, 자유인데, 그건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에 대한 존중. 내 안과 밖의 평화, 그리고 거기에 기반한 자유로운 선택이에요.

 

Q. 어세서로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셔요.

 

어세서를 꼭 해야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캐서린 선생님이 신뢰를 갖고 그 역할로 초대해 주셨고, 그 초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한 거죠. 그동안 국내에서는 캐서린 선생님 혼자 어세서로 기여해 주셨는데, 이제는 그 역할을 나누고 이어갈 사람들이 필요하잖아요.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NVC 본질을 유지하면서 확장이 될테니까요. 그렇게 NVC가 본래의 모습대로 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저는 NVC 본질이 잘 유지되길 바래요. 그 아름다운 가치가 잘 지켜지고 확산되기를 바라구요. NVC 의식으로 세상이 돌아가면 참 좋겠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미래 세대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 몫을 하고 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에요. 그 의미있는 역사를 만드는 일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인터뷰 : 윤인숙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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