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4. 21:23ㆍ기린 Life
10년이나 되었을까? 오마이뉴스 백만인클럽에서 비폭력대화를 강의한 일이 있다. 그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괜찮아, 앨리스>라는 영화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만들었다면서 추진단으로 있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수능 전날인 11월 13일 목요일에 100개의 극장에서 개봉을 하는데 영화 상영 후에 강의를 해달라(수능 전날 개봉하는 의미를 추측해보시라~)며 오랜만의 연락을 쑥쓰러워 했다. 동탄에서 한다길래 가까이에 사는 강사에게 부탁을 하려다가 강사료가 없다는 말에 내가 가기로 했다.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 기꺼이...
<괜찮아, 앨리스>는 강화도의 대안학교인 ‘꿈틀리인생학교’를 다니거나 거쳐갔던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6년 강화도에 문을 연 '꿈틀리인생학교'는 오연호 대표가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고등교육을 받기 전 1년 정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인생설계 학교’로 100% 민간의 힘으로 설립했다. 이 학교에서 1년동안 쉬었다 가면서 자기 인생을 설계한 학생은 지난 8년간 200여 명에 달한다. 1년에 1억이 부채라는 이 학교는 재정악화로 2024년은 꿈틀리의 취지처럼 쉬어가기로 했느나 이 학교의 영향을 받아 공립에서는 첫 번째로 충청북도교육청에 의해 2022년 목도나루학교가 '1년짜리 인생학교'로 개교해 운영중이다
시사회에 초대받아 영화를 보고 나서 강의 준비를 위해서 2번을 더 보았다. 처음에는 먹먹하게, 두 번째는 같이 울면서, 세 번째는 깊은 감사로 함께 했다.
숨 막히는 경쟁을 부추기는 어른들 앞에서 청소년들은 1년을 멈추겠다는 용기를 내고 꿈틀리에서 쉼을 가지며 자신을 깊게 만나고 꿈을 찾아간다. 그들의 성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부탁할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이다. 마음의 통증과 미래에 대한 혼란으로 주변과 단절을 하면서 고통스러워 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면서 달라진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자녀의 괴로움을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못본 체 했던 부모들이 “용서를 청할 수 있게 된 사람”이 되고 “자녀의 꿈을 지원하는 부모”로 변화해가면서 일어나는 화해와 깊은 사랑의 현장은 이 세상의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연결과 소통”, “사랑”을 배우고,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설계하는 아이들에서 “현재를 사는 아이들”이 되는 과정은 실로 감동적이고 나의 어른됨이나 부모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영화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다. 쉬지 않고 이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른들에게도 쉬었다 가는 꿈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문득 2005년부터 NVC의 열정으로 달려만 오던 시간을 멈추고 쉬었던 2021년~2022년의 18개월이 내게 준 선물을 생각해본다. 쉬면서 실천할 수 있었던 깊은 사랑의 순간들. 그 순간들로 풍요로워진 나의 삶과 저장된 에너지! 그래, 이제 자주 쉬었다 가자.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나누며 기쁨 안에 있으리라~ 우리 모두 찾아보자. “내 안의 앨리스를”
이윤정 (비폭력대화 국제공인트레이너)
<수능 전 날, 전국 100개의 극장에서 개봉한 괜찮아, 엘리스>
https://www.ohmycine.com/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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