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4. 22:26ㆍ기린 Life
어세서(Assessor) , 김효선을 만납니다.
Q 축하드립니다. 어세서가 되신 소감이 어떠세요?
저는 그동안 한국에서 진행된 CT (CNVC Certified Trainer) 인증 과정에 모두 참가했어요. 그 과정에서 가졌던 느낌이 지금도 몸 안에 살아있어요. 어세서들의 따뜻한 현존과 연민의 에너지가 흘러 공간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것을 느끼면서 매 순간 감동했고, NVC(비폭력대화) 의식의 체화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어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비폭력대화 공동체에 감사드립니다. 이 공동체 안에 안전하게 소속되어 지원을 받으면서 비폭력대화 의식을 체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비폭력대화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요?
비폭력대화 강사가 되기 전에 ‘제주여성인권연대’라는 단체에서 오랫동안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비폭력대화를 배우게 된 계기는 책이었어요. 우연히 옆 동료의 책꽂이에서 비폭력대화 책을 봤어요. 상담하면서 뭔가 아쉬움이 있었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책을 먼저 읽었고, 2006년 캐서린 선생님이 제주도에 강의 오셨을 때 가서 강의를 들었어요.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 제일 좋았던 건 가벼워진 거였어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많이 느꼈는데 많이 가벼워졌고, 두려움도 덜하게 되고, 수치심을 느껴도 괜찮다는 게 좋았어요. 인간관계는 늘 갈등이 있었고, 내면에서도 언제나 갈등했죠. 다만 관계에서의 갈등에 대해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뒤돌아보면 조직 안에서 갈등이 있었는데 잘 다루지 못했어요. 그리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 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더 많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그럴 때 옆 동료 책꽂이의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 거죠.
캐서린 선생님 강의를 들은 후 좀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마침 로버트 곤잘레스와 수잔 스카이가 워크숍을 하러 한국에 온다길래 거기에 참여했어요. 일주일 집중 워크샵이었는데 그 때가 완전히 계기가 되었어요. 2007년, ‘살아있는 욕구의 에너지’ 워크샵이라고, 우리 교육원에 영상으로도 남아있어요. 그 워크숍을 통해 이건 정말 의미가 있다,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 전까지는 머리로만 받아들인 상태였는데 집중 워크숍을 통해 비폭력대화가 가슴으로 다가왔어요. 그 후 계속 외국 트레이너가 오면 찾아가서 들었지요, 그리고 2008년 라이프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Q 강사는 언제 되셨어요?
2009년 서울불교대학원 심신통합치유학과 진학해서 제주와 서울을 오갈 때 강사도 하고 싶어서 PT를 보고 강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하고, 연습모임도 진행하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이 컸어요.
비폭력대화를 나누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요. 매우 긴장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비폭력대화를 나누는 기쁨이 컸고, 나누는 과정에서 계속 배우는 게 좋았어요.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강사로서 제일 강력한 피드백으로 다음에 오지 말라는 것도 있었고, 제가 다가갈 때 참가자가 움츠리거나 불편해하는 반응 등, 다양했어요. 초기에는 내가 부족하다거나 잘못했다는 자기 비난으로 무겁고 힘들었지만, 점점 참여자들의 반응이 그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 분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말이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겸허해졌어요. 지금은 참여자들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참여자의 피드백을 환영해요. 피드백은 내가 놓치는 걸 알려주니까 감사하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달라졌어요. 물론 지금도 가끔 위축되고 순간적으로 쪼그라들기도 하는데, 그건 그냥 나의 오래된 습성이라는 걸 기억하려고 해요.
Q CT (Certified Trainer)는 언제 되셨나요?
2015년 정지선 선생님과 함께 되었어요. 그 전에 한번 도전했다가 프리어세스 과정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너무 생각이 많다는 피드백을 받았지요. 1년 가까이 준비했었는데, 많이 속상했어요. 같이 준비한 분들은 다 CT가 되었거든요. 마음이 힘들어서 다시 도전할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지선 선생님이 에서스를 같이 받자고 했고, 주변에서도 해보라고 응원하셔서 다시 도전을 했어요. 정지선샘 제안이 없었다면 아마 다시 도전하지 않았을 거여요. 준비하면서 처음에 쓴 KD와 저널을 들여다 봤는데 부족한 점이 보였어요. 떨어질만 했어요. 섭섭했던 마음이 그때 풀렸죠. 그래서 다시 쓰고 다행히 인증을 받았어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같이 하자고 제안한 정지선 선생님과 응원해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가 올라와요.
Q CT가 되면 어떤 게 달라지나요?
CT가 되니 가벼움과 무거움, 두 가지 마음이 있었어요. 강사가 되고 나서 CT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CT가 되니 목적지에 다 왔다는 홀가분함과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비폭력대화를 나눌 때 자기 신뢰와 외부의 신뢰에서 오는 안정성도 있었어요.
다른 한 편에는 일상에서 NVC 의식을 체화하고 삶에 녹여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거움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NVC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동안은 진정성의 욕구가 중요했어요. 그러다 제가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요. 완전함이 아니라 온전성이 다가온 거죠. 그 후 좀 가벼워졌어요. 지금은 자극을 받을 때 저의 반응을 연민으로 받아들이면서 욕구의 에너지와 연결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주고받는 영향을 알아차리면서 잘 갈무리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좀 더 가볍게 사니까요.
또 한 가지, 공동체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공동체 안에서 힘(POWER)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더 많이 성찰하게 되었어요. 제가 여성인권운동을 하다가 NVC를 선택한 건 사회변화의 한 축으로 NVC가 되게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에요.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파워에 대한 의식과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여전히 파워언더(power under) 하는 상황이 있지요. 한국사회에서 태어나 60년 이상 권력체계 안에 살았으니까요. 파워위드(power with)로 사는데 CT라는 꼬리표가 도움이 되었어요. CT로서 매순간 의식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해요. 앞서 말한 주고받는 영향이라는 게 파워위드에요. 나의 욕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욕구도 생각하고, 나의 욕구 충족이 공동체에도 도움이 되는가를 늘 의식하려고 노력하죠.
Q 어세서(Assessor) 로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셔요.
어세서로서 공동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함께 찾고 만들어가려고 해요. 어세서는 3명이 한팀으로 일하기 때문에 개인만의 역할은 아니에요. 어세스 과정은 어세서 3명과 CT 응시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프리어세스부터 KD와 저널 등 전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응시하는 사람은 긴장될 수 있겠지만 피드백을 받으면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고, 그 과정이 지지적이고 따뜻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그간 제가 쌓아온 자원을 그 여정에서 동료들과 기꺼이 나누고 싶어요. 또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약한 부분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CT가 적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 어세서가 캐서린 선생님 한 분 뿐이어서 외국인 트레이너가 올 때 에서스를 한 점도 있어요. 이제 국내 어세서가 3명이 되었으니 안정적으로 어세스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어요. 과정은 항상 열려 있으니 좀 더 활발히 도전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기를 바래요.
인터뷰 및 정리 : 윤인숙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
두 분의 한국 NVC 어세서(Assessor)를 맞이하며
한국에 비폭력대화(NVC)가 들어온 지 20년 만에 김효선, 정지선 두 분이 2025년 초에 CNVC 어세서가 되셨습니다. 한국 NVC 커뮤니티가 많은 복을 받으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어세서의 역할은 국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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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세서, 정지선을 만납니다.
Q. Assessor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동안 교육원 강사들이나 협력강사 심사, 그리고 몇 번의 CT(CNVC Certified Trainer) 인증과정에도 팀으로 참여하면서 비슷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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