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선물

2015. 2. 11. 15:38기린 학교 /교육 후기

 

 

2015년 만해마을 IIT에 대한 나의 축하와 애도를 나누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도 있음을 염려하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처음 며칠은 내가 보고 들은 것들에서 나는 커다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격랑을 겪었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이번 IIT에서 무언가를 배우려하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고 편안하게 그 흐름을 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몇 사람이라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세션이 끝나고 난 오후 9시부터 매일 한 분씩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낮 시간의 세션에 참여하는 것과 함께 나에게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도 듣고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과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은 소주 한 병을 놓고 늦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분과의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기쁨도 즐기면서 IIT 내내 큰 희열과 함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선물은 학창시절 나에게 도움을 주신 스승께 진정한 감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 전에 나에게 전해진 씨앗 하나에 누군가 물을 주어 나를 키웠습니다. 지금 내가 바로 그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깊은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그분의 도움이, 수십 년이 흘러서도 나의 온 존재로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그분이 바로 나로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지금 내 안에, 나의 온 존재로 살아 있는 그분에게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IIT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나는 또한 깊은 슬픔도 느꼈습니다.

우리 NVC공동체 안에 있는 갈등이, 진정한 치유로, 그리고 모두의 욕구가 충족되는 길로 조심조심 옮겨가는 것을 볼 때 느낀 감동과 환희만큼이나 슬픔도 컸습니다.

14일 저녁 큰 서클에서 본 아름다운 공동체 안의 그 사랑을, 한발만 나서면 만나게 될 저 밖의 사람들이 함께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더 증폭시키기만 하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공동체 안과 밖이라는 분리와 그들을 생각하는 연결이 뒤섞인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시간에 불현듯 그런 생각에 밥을 먹다말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누군가의 따뜻한 가족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쓰라림이 될까봐 나는 조마조마하고 슬펐습니다.

나의 슬픔의 근원이 어디인지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힘없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도 이 아름다움을 같이 누리길 바라는 나의 바람 때문에 나는 슬픈 걸까?’

그들이 따뜻한 삶을 살게 된다면 나에게 무엇이 충족되기에 나는 이다지도 슬픈가?’

 

그 답을 찾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현존 속에 늘 나와 함께 계시는 분, 어쩌면 나의 본성인 그 근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밑에 지독한 아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이들의 고통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슬픔은 곧 아름다움이며 기쁨이라는 것, 그리고 이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2015 만해마을 IIT는 나에게 감사 그 자체이고 나의 현존입니다.

 

함께 한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감사합니다.

 

2015. 2. 3. 3 최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