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행복 ... NVC 1단계 연수를 마치고

2016. 3. 3. 11:35기린 학교 /교육 후기

 

 

비폭력대화는 연결이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비폭력대화로 난 참 많은 것과 연결되었다. 먼저 좋은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우리들의 삶을 공유하게 되었고, 새로운 앎과 삶이 연결되었고, 낯선 사람들과도 연결되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늘 함께 했지만, 잘 몰랐던 나와도 연결되었다. 그런데, 이번 연수에서는 더욱 소중한 것과 연결되었다. 바로 남편이다.

 

연수에 참여하겠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묘한 느낌이었다. 나를 꺼내고 바라보는 그 자리에 남편이 함께 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싫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하면 내가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낫겠지하는 계산도 했다. 적극적으로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으면서 연수 날이 다가왔다.

 

연수를 받으며 내내 남편이 신경 쓰였다. 우리를 바라보는 다른 샘들의 시선도 신경 쓰였고, 남편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자꾸 평가하고 불안해하는 나를 보았다.

 

첫째 날 NVC의 기본 개념 중 모든 사람은 같은 욕구를 가지고, 그 에너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모든 행동은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이다.’가 눈에 들어왔다. 내게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있다는 느낌으로 마음이 환해지고 충만한 느낌이었다. 전에 배웠던 관찰, 느낌, 욕구를 배우면서 NVC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둘째 날 공감과 동감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 우리가 동감을 공감으로 잘못 이해하면서 연결을 방해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동감을 하면서 상대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공감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부터였다.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먼저 자기공감을 충분히 해주어야 상대방도 공감해줄 수 있고,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내 삶에 대한 자기공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좋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 가벼워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사는데, 유독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새 입을 다물고, 대화를 하기 싫어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고, 남편도 그다지 나와의 대화를 좋아하지 않고 내 말을 자신을 비난하는 말로 듣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많다. 수업을 하면서 나와 남편의 관계를 떠올리니 그 옛날 첫 집들이 기억이 떠오르면서 당황스러웠던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이해받지 못하고 억울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명치 부분이 딱딱해지면서 남편을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그날 오후에는 한 선생님이 자신의 사례를 꺼내주시고, 그 분의 느낌과 욕구를 공감해주는 실습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공감해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공부를 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또 자기공감에 빠지면서 슬퍼지고 답답해졌다.

 

다음 날 다행히 다른 선생님의 제안으로 남편과 떨어져서 앉게 되니, 마음이 좀더 편안해지고 자기공감도 계속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오전에 내가 듣기 힘든 말을 적어내고,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네 가지 선택을 실제 실습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점점 더 남편에 대한 서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기 공감에서 깊숙이 빠져들면서 겉으로만 연수에 참가했다. 오후에는 감사를 배우게 되었는데, ‘자신이 감사할 대상을 떠올리고, 짝 활동으로 감사를 나누는 실습을 하는데, 감사할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명치 부분이 딱딱했고, 눈물 샘 깊숙이에는 눈물이 차 있었고, 마음은 위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남편과 있었던 일로 자기공감에 빠져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을 낼 수 없었다.

 

 

연수를 마치고 나누기를 하면서도 자기공감에 빠져있는 채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어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마무리를 하면서 이해받고 싶어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 남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어려운 살림에서 다섯 아들을 키우시느라 정신없으셨을 어머님과 아버님의 모습이 떠올랐고, 배려 받지 못하고 늘 억눌려 사셨던 어머님이 아들들을 알뜰살뜰 이해하면서 키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남자의 역할에만 충실하고자 했던 남편도 외롭고 억울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올라왔다.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남편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나를 보니 마음이 개운해지기도 했다. 이 연수에서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이다. 평소 연습 모임을 할 때는 나의 위치를 교사에만 놓고, 아이들과 동료 교사와 어떻게 잘 연결될 것일까에만 집중했었는데, 이번 연수에 남편이 참여하게 되면서 나와 남편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 나는 아내이고, 여자지!‘.

 

다른 선생님들의 발언처럼 남편과 느낌 카드를 놓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집에서 만난 남편은 함께 연수를 받았나 싶을 정도로 연수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고 다른 이야기만 했다. ‘함께 연수를 받으면 뭐하나?’ 하며 몰래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싶기도 하다.

 

연수를 기획하면서 이 연수를 또 하나의 일로 준비했었는데, 남편의 참여로 단순히 일로 끝나지 않고,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남편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서로의 욕구에 대해 살피지 않고 덤덤하게 살아온 과보이다. 적당히 체념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처받지 않고 살려는 마음이 가슴의 연결을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기린의 귀로 들으면서 나를 상처내지 않고, 서로 연결하는 삶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계기가 되도록 살피며 살아갈 것이다.

 

세상에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자원이 있다.’

우리는 항상 선택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나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길게 남는다.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선택하고 가벼워질 것 같다.

 

청주에서 김 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