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 기후정의행진, 혼자 울다가 함께라서 용기 내!!

2024. 10. 2. 15:36기린 Life

2024년 9월 29일,  907기후정의행진 

 

“기후 위기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주고 도시들과 생태계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로 더욱 사나워진 강력한 폭풍들이 세계 전역에서 집들과 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또한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서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 잉레르 아네르센, 유엔 사무차장겸 유엔 환경 계획 사무총장, 2023년 7월 25일 

 

 

 

위의 글은 유엔 환경 계획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런 세계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낸다고 한국NVC센터에서 공고가 올라왔다. 2024년 9월 7일 기후정의 행진의 날에 강남역에서 테헤란로를 거쳐 삼성역에 이르기까지 걸으며 행진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2019년 코로나가 터지고 뒤이어 우크라이나 러시아전쟁이 발발하며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이 마음 한켠에 있던 터라 이런 마련이 무척 반갑게 느껴져 함께 참여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기후정의 행진이 있기 일주일전 경복궁 교육장에 참여자 분들이 모여 함께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지구를 위한 염원을 담은 피켓을 그려보고 오리고 색칠하는 등등 정성껏 만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나 되었다. 드디어 기후정의 행진이 있던 토요일 오후 햇볕은 무엇이든 녹여버릴 듯이 뜨거웠다. 정말 뜨거웠다. 양산 위에 직접 글을 쓰신 분도 눈에 뜨일 정도였으니말이다. 모자와 물은 필수였고 얼음을 나눠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마음의 소리를 써서 만들어 두었던 피켓을 들고 나온 사람들과 시민 연대 총회 종교 단체 대학교 연대 아이 어른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팀이 된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런 대규모 집회가 처음인 나는 아이처럼 호기심과 관심이 들뜬 마음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단체 T셔츠를 입고 행진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백팩에 글을 메고 구호를 외치기도하고 드럼과 트럼펫 플룻이 소속되어 있는 악대와 하늘 높이 치켜세워진 깃발들이 최전방에 있는 큰 군대처럼 느껴졌다. 

 

 

선생님 한분은 남편분과 저학년 자녀와 함께 참여하였는데 아이는 직접 만든 “쓰레기 분리 배출을 잘 합시다~!”라는 피켓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들고 햇볕을 감당하며 굳건히 서 있었다. 감기가 걸려 머리에 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구가 아픈 것이 더 마음에 걸렸나보다.  같이 간 김보경 샘은 “기린처럼 채식 주식, 비건세상 기후정의”를 외치면서 만들어 온 기린을 들어 올렸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기린이 덕분에 호기심 천국이였던 나는 이리 저리 다니며 소통하다가 다시 합류하는 안전함을 누렸다. 나는 “골든 타임”이라는 피켓을 만들어 들고 나갔다.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때 위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때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되서 집중한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돌이킬수 없는 죽음과 상황을 받아들이기 전에, 절호의 시간이 지금이 순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수십명씩 무리지어 대열하는 단체 행진 속에서 아이들이 참여한 가족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그마한 여자 아이가 “멸종위기 동물을 지켜주세요!! 보호해주세요!!” 라며 토끼 도도새 코알라 거북이를 그린 그림을 들고 아빠 엄마와 서 있었고 또 다른 가족은 4명이 1m 가량 보이는 천을 네 귀퉁이에서 각각 들고 “지구의 미래는 어린이가 지킨다”를 써서 외치며 걷고 있었다. 막내 아들로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지금 행진을 하며 느낌이 어떻니?” 라고 물으니 쑥스러운지 웃다가 “지금은 좀 힘들지만 뿌듯하지?” 라는 내 말에 빙그레 또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우리는 장래 꿈이 뭐니? 라고 물으면 “선생님요” “디자이너요” “과학자요”라고 저마다의 꿈을 대답했었다. 그것이 실현될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아이들은 꿈을 꾸어도 그 꿈이 실현될 미래가 없을 수 있다는 막막함에 내가 지구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전한 미래를 절절히 원하고 있는 이 아이들이 이미 영웅 인 듯 하다. 

 

한쪽에서는 행진 대열을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고 머리위에서는 드론 여러대가 오가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때 내가 느낀 사람들의 에너지와 강한 의지는 강남 대기업들의 빌딩숲을 모조리 갈아엎고도 남을 지경이였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 왔다는 비건 쿠키를 나눠줘서 간식으로 먹고 열을 녹아 내리는 지구를 머리 위에 쓰고 “못살아~!!” 말풍선을 달고 있는 외국인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년 기후위기 정의 행진에 어느 나라에 있든 참석한다고 하는데 “육식은 온난화의 주범이다”라는 글귀를 삐뚤빼뚤한 빨간색 글씨로 등에 걸고 있었다. 


 

나는 이해가 좀 필요하고 알고 싶어서 같이 간 사람들에게 내용을 묻고 정보를 찾아보았다. 가축의 분뇨와 소화과정에서 생기는 트림과 방귀가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보다 80배나 더 영향을 주는 매탄가스를 방출하고 밀림을 불태우며 가축 사료를 기르기 위해 쓰이는 화학비료로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런 도미노 과정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명확함이 주먹을 불끈 쥐고 “아 꼭 막아야 살겠다” 싶은 생존 본능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맛있게 먹던 햄버거 고작 2개가 30년된 소나무 한그루를 베는 것과 같다니 ..... 이 행진이 더욱 확대되어 당장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절실함이 울려 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후가 아니라” 선창이 떨어지면 공연 이끄미 중 하나인 호레이(퍼커션 팀) 청년들의 리듬소리에 맞춰 “세상을 바꾸자” 구호를 신나게 외치며 얼마나 걸었을까? 앞서가던 커다란 지구본이 가던 길을 멈추고 싸이렌이 울리자 앞줄부터 이대로 가면 절멸이라는 뜻에 하나 둘씩 드러눕기 시작하여 다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렇게 누워서 파란 하늘에 언제까지 안겨볼수 있을까?’ 잠시후 둥~ 둥~ 둥~ 울리는 북 소리가 마치 지구의 심장 박동 소리처럼 느껴졌다 매년 평균 기온을 15C 이내로 막기 위해 지구는 이미 응급실에 와 있는 것이다. 

 

 

골든타임 마지막 2년!! 전장의 포탄을 온몸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고 살아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함께 내지르는 소리가 폭격보다 더 크게 울려 든든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인지 등산 다녀오던 행인이 박카스 한 박스를 안고와 나눠주며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2018년 8월 스웨덴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1인 시위로 시작한 기후정의 행진이 아시아 한국땅 자본주의 중심부에서 3만명의 물결이 되어 바다를 살리자고! 공장식 축산을 멈추자고! 정부는 책임 정책이 시급한 것을 각성하고, 눈앞에 보이는 물질을 더 많이 갖는다고 해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소리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한 일일 것이다. 내년에 나와 함께 손잡고 이 자리에 같이 있을 누군가를 떠올려 본다. 그 사람이 당신이였으면 좋겠다.

 

 

 

권애임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며 혼자 울다가 함께라서 용기내, 피켓들고 거리에 나온 한국NVC센터 회원 

 

 


 

 

김재융

"더워서 힘들었지만 재밌고 보람되었다."

 

 

오화진 :

"9월이 무색할 만큼 더운 날씨에 몸은 힘들어도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피며 마음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날 느꼈던 연대의 힘과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며 기꺼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늘이 주어짐에,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이민정 :
지금 우리가 처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 위기! 더이상은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 생각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올해 폭염을 통해 더욱 절실히 느낀 기후 위기에 저는 무언가 행동해야만 했습니다. 


“엄마랑 지구 살리는 걷기 하러 갈래?” 네 살 딸은 바로 “응!나 갈래”라고 대답했습니다. 

앞으로 함께 이 지구에서 살아 갈 두 딸과 행진 참여하기로 해서 그런지 기대되고 각오가 굳건했습니다. 행사가 있기 하루 전부터 둘째 딸이 열이 있고 기침이 심해 걱정하던 중 행사가 있는 날, 아이는 폐렴 진단을 받았습니다.   행진에 참여하지 못 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당장은 아이를 집에서 간호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행진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인은 저에게 “얼마만큼 일을 하냐 보다 하나의 일을 해도 어떤 마음으로 하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과정이 되는 거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 아이의 쾌유를 빌어주었습니다.
비록 기후행진에 참석 하지 못했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제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매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의 행진은 매일 진행 중입니다. 세상이 바뀌는 날까지!

 

 

김보경 :
'기후위기'라는 큰 주제를 떠올리는 일이 늘어나는 와중에 피곤함, 무력함과도 친해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후정의행진을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면서 서로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공동체의 힘을 가득 채웠습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같이 모이고 이야기하는 것의 힘을 다시 절감했고 행동으로 이어가겠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