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7. 14:54ㆍ기린 활동_NGO/우리학교에 기린마을이 있어요.
“기린마을이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 초등학교 기린마을 소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혜화초등학교에는 2018년부터 기린마을이 생겼습니다.
기린마을은 3층에 아담하고 조용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목을 ‘기린마을이다’로 이야기 한 까닭은, 기린마을에서 들리는 복도를 지나는 아이들의 가장 많은 목소리가 ‘기린마을이다~!’였기 때문이죠.
잘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데도, 힘든 일이 생기면 알고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곳, 혜화초에 어느 틈에 스며들어있는 그런 곳이 기린마을이 아닐까 합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곳. 아이들의 ‘기린마을이다’라는 반가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 뒤에, 그 신뢰가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2018년에 시작해서 여러 크고 작은 일을 마주하며, 기린마을이 잘 안착하자, 코로나의 위기를 한번 겪었고, 지금은 코로나 이후 변화된 학교와 부쩍 자라난 아이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혜화초는 이틀간 열리다가, 현재는 화, 수, 금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사흘이 열리고 있고, 학교의 요청에 따라 2학기부터는 좀 더 많은 날 열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학교가 위기의 때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요. 기린마을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1학년과 4학년 각 반 별로 공감수업을 기린마을에서 진행합니다.
이 때 기린마을을 알리게 되고, 새롭게 학교에 입학하여 설렘과 긴장 가득한 새내기들은 두려움, 긴장감, 서운함, 즐거움 등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로가 공감하면서 안정감과 연대감을 느낍니다.
이제 사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4학년은, 자신과 타인의 서로 다른 느낌과 욕구를 알아채고 그것을 평화롭게 표현하며, 최대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을 연습합니다.
모든 수업에는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학생들을 오롯이 관찰할 수 있고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입니다. 수업 이후에는 교사와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며, 기린마을도 성장하고, 교사들도 어려움을 진솔하게 토로하며 지도 방안을 모색합니다.
공감수업은 기린마을을 소개하는 동시에 교사나 학생들과 기린마을 간의 연결이 일어나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귀엽게도 이 수업 이후에 기린마을 선생님들을 사랑스럽게 부르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요.
또, 학교 차원에서 위기학급이나, 위기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의뢰할 때가 있어, 비정기적으로 갈등이 있는 학년이나 학급에 써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혜화초의 학생 뿐 아니라, 혜화초 식구라면 모두 기린마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돌보는 교사와 학부모의 어려움을 돌보는 것이 학생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학부모와 교사 대상 연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상별 교육을 통해 새로 오신 교사가 기린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되고, 교사가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기린마을에 공감 요청을 하거나, 갈등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기린마을에서 공감받을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는 이런 노력이 잘 안착되어, 교사간의 공감연습모임과, 학부모들간의 공감 동아리가 형성되어 있답니다. 머지않아, 혜화초를 보다 더 잘 알고 애정을 가진 졸업생 학부모들이 기린마을에 중재자로 오시리라 기대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갈등을 성장하는 동력과 선물로 만들기 위해 기린마을이 있답니다.
참, 한가지 더, 혜화초 급식은 정말 맛있습니다.
초코송이 / 김민정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니, 혜화초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참 많았는데, 기린마을 지킴이 선생님들과 잘
협력하고, 학교에서 세심하게 지원해준 덕분에 무탈하게 잘 지나온 것 같습니다.
이 곳 기린마을에 처음 올 때부터, 지금까지, 제 마음 중심의 하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의 마음의 집에 벽돌 하나 올리는 것입니다.
안타까움이 지나쳐서 제 욕심과 제 방식의 도움과 조언의 마음이 생길 때마다, 벽돌 한 장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잘 성장해서 세상이 차갑다 느껴지는 날, 그래도 나를 돕고자 애썼던 많은 어른들이 있었다고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 사람들 중 한명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애정으로 대해주었던 어른들이 많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힘을 쓰기보다는, 내 스스로가 변화되기 위해 힘을 쓰고,
그 편안함으로 아이에게 단단한 벽돌 한장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요즘입니다.
해피트리 / 석복순
드디어 2023년 올 해부터 기린마을 활동하게 되며 아이들과의 만남에 참으로 기쁘고 설레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혜화초등학교 기린마을은 교사와 학생들의 무한한 신뢰와 믿음속에서 안정되게 운영되는 곳이기도 하고 또한 든든한 기린 친구들이 있기에 편안하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린마을이다.” 하고 찾아오는 1학년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과 함께 재잘재잘 거리는 모습이 넘 사랑스럽고 예뻐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요 급식실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해피트리 선생님~”하고 달려와 안기는 친구며 처음에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얼굴이 밝아지고 편안하게 친구와 함께 찾는 모습 속에서 안도감과 기린마을 활동가로서 보람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한 학기동안 기린마을에서 만난 친구들로 인해 행복했음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위해 아이들에게 공감의 씨를 심고 그 씨가 어느 새 무럭무럭 자라 건강한 열매를 맺으리라 소망해 봅니다.
조이 / 이희자
교문을 들어서서 기린마을에 다다르기까지 왼쪽에 잘 가꾸어진 꽃밭이 있습니다. 그 꽃들과 인사할 새도 없이 운동장과 꽃밭 옆에서 줄넘기에 물총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기린마을샘이다~하는 인사 소리로 살랑살랑 기쁨이 피어납니다.
기린마을이다 라고 외치며 문을 열고는 ‘선생님 여기에 진짜 기린이 살아요?’라고 묻는 아이들 덕분에 저절로 웃음이 나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과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생동감이 찾아옵니다.
잘 흘러가지 않는 문제들로 기린마을을 두드려 이야기를 들려주고, 때론 몇 마디 않고 그냥 앉았다가 가면서 이젠 괜찮아졌어요 라고 말하며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래 괜찮을거야 뇌이면서 힘을 보탭니다. 그리고 나도 괜찮을거야 라며 아이들로부터 힘을 받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만의 빛깔로 이쁘게 핀 꽃들을 보며 오늘 하루 만난 아이들 얼굴이 겹쳐 보여요. 걸음을 천천히 하며 유심히 바라봅니다. 비 온 후에 색이 더 선명해진 꽃잎과 바람에 견디느라 더 굵어진 꽃대와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정성스레 가꾸어준 손길들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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