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징계학생 교육 ... " X 같아요!"

2022. 10. 4. 11:35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학교폭력, 징계 학생 교육을 마치고

 

 

2022년 9월 30일 나흘간의 교육을 마쳤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두 명과 3학년 학생 한 명, 총 세 명이었다. 이 중 1학년 한 명은 이수해야할 교육시간이 4시간이고, 다른 1학년은 15시간, 3학년 학생은 20시간이었다. 징계의 내용은 각각 다른 것이었고 나는 그 내용을 모른다. 다만 3학년 학생은 본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주었는데 학교 선생님께 대들었다고 한다.

 

가장 큰 저항은 3학년 학생에게서 나타났다.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듣지 않겠다는 것을 말과 자세로 보였다. 카드 활동을 할 때 느낌이나 욕구 카드를 고르라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마구 집어 던지듯이 놓는다. 수업 중간에 10분이 멀다 하고 화장실에 간다.  전화가 와서 받으러 간다는 둥 자리를 비운다. 그러면 올 때까지 진행을 멈춘다.

 

첫날 이런 태도를 보고 내가 준비한 교육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꾸었다. 영화를 보여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게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영화 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다른 것을 하자고 조른다. 그래도 영화는 마저 보자고 하니 이제는 아예 자 버린다.

 

그리고 결국 너무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나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수용과 무른 것은 다르기에 오히려 이럴 때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굳건하게 버텼고 결국 영화를 다 보게 했다. 안 볼 때는 정지하면서까지.

 

하지만 이들에게는 더 이상 준비한 교육 내용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3일째부터는 일단 그래도 준비한 내용을 간단히 놀이로 진행하고 다른 것을 하려고 했는데 억지로라도 따라주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3학년 학생 한 명과 1:1로 다섯 시간을 진행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 마지막 시간은 정말 감동이었다. 첫날 첫 시간에 늘 하던 대로 지금 느낌을 물어보았을 때 “ㅈ같아요.”라고 하길래 “뭐가 ㅈ같은데요?”라고 다시 묻자 “세상의 모든 선생(지금 자기 앞에 있는 강사를 포함해서)들에 대해 ㅈ 같다.”라며 욕으로 표현했던 이 학생은 마지막 시간에 마치 한순간에 변해버린 것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자기가 숱하게 많은 징계 교육을 받았고 그때마다 여러 선생들을 만났고 그 선생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분노하고 대들고 싸워서 다시 또 징계를 당하기를 반복했지만, 이번 교육처럼 끝까지 모든 것을 받아주는 선생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고맙다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둘째 날에는 피곤하다기에 내가 어깨를 주물러 줄까 하고 다가갈 때 강하게 거부하며 손도 닿지 못하게 하던 아이였는데... 내가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면 그냥 ‘몰라요’부터 가족들과의 냉담한 관계, 형제 사이의 무관심에 체념하고 자신도 무관심하기로 했다고 대답한 아이였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겪은 숱한 거부와 좌절, 절망이 오늘의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되어 교육 기간 내내 참으로 마음이 아픈 아이였는데... 40분을 못 견디고 중간에 두세 번 이상 화장실이나 전화 받는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가던 아이였고, 아예 “저는 선생님 말 하나도 안 듣고 있어요.”라고 정색하며 말하던 아이였는데...

 

오늘 마지막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곧 실습을 나가게 될 직장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아니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확고하게 말하기에 그 두려움과 걱정을 알아주고 진정한 욕구를 찾아 말해주었다. 아마 조금씩 마음이 연결되면서 서서히 변해 간 것 같다.

 

오늘 마침내 이 학생은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온전히 주고 온전히 받아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것일까?

 

사실 셋째 날 교육을 마치고부터 마지막 넷째 날 단둘이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그래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회 나가서 필요한 것들을 나의 경험을 사례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 학생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드러나게했고, 사회에 나가면 아무도 자신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신념에 조금은 균열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두 가지 본성(연민과 폭력성)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사실은 너의 마음에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과연 얼마나 받아들일까 생각했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늘 결국은 조금은 변한 모습으로 가슴을 열어 보여 준 이 학생이 고맙고 눈물이 난다.

 

그리고 우리의 가슴에 이런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다져준 비폭력대화가 새삼 고맙다.

 
최은석

 

 

학교폭력관련 행위학생을 위한 특별교육을 경남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마산YMCA와 협력하여 권민경, 박민서, 이미아, 이성숙, 이은령, 최은석이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시간을 채우는 방식의 징계학생 교육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계기로 자신을 더 깊이 만나고, 자신에 말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있게 행동하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원을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