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건 없건, 사람에게는 느낌과 욕구가 있어요.

2022. 9. 29. 14:31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믿기지 않지만 시어머니 치매는 진행 중이다. 돌아보니 치매 판정을 받고 코로나가 지났으니 3-4년이 훌쩍 지나갔다. 함께 밥을 먹을때 시어머니 앞에 더 드시라고 먹을 걸 놓아드리면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어도 계속 드신다. 요양보호사에게 팔찌가 없어졌다며 팔찌 내 놓으라고 화를 내신다.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올때 옷서랍에서 옷을 다 꺼내 순서에 맞지 않게 입고 나와 시아버지 속을 뒤집어 놓는다고 한다. 


함께 살지 않지만 소식만 들어도 앞이 깜깜하다. 직접 만나고 돌아온 날은 며칠 속앓이를 한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고 늙어갈 일, 병들어갈 일, 죽을 일만 떠오른다. 남편은 더 하다. 부모님 뵙고 온 날은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무성영화'를 찍는다.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다. 숨도 제대로 쉬지 않아 보인다. 


한국NVC센터에서 '치매 공감으로 만나기' 무료 특강이 있어 다녀왔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치매인 분도 한 존재로 대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장애 진단을 받아도 존재로 교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치매인 분이 지난 어느 시점의 이야기를 하든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말을 할 때 그 안에 살아있는 욕구를 들을때 교류와 연결이 일어난다. 공감으로 연결할때 따뜻한 행복이 흐른다. 


“내 돈이 없어졌어. 누가 또 내 돈을 가져갔어. 너지?"라는 말을 공감으로 듣는 연습을 했다. "주머니에 있던 돈이 없어져서 놀라셨죠. 아끼던 돈이었는데 찾고 싶으시겠어요. 돈이 어디있는지 함께 찾아볼까요?" 


공감하는 말을 말하고 듣자 온 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고 머리에 쏠려 복잡하던 기분이 차분해진다. 공감한 것 뿐인데 내 몸과 마음의 긴장과 두려움, 걱정, 염려가 줄어든다. 답은 공감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 들어주기. 그 자체로 원래 행복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남정하

 

 


 

참여자의 한 마디

 

"치매라고 해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한번 아빠와 연결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 시간이었어요."

"힘든 과정이겠지만 함께 나누니 힘이 되고, 든든합니다."

"솜사탕 같아요. 새롭게 보고 연결될 수 있어서 희망적이었어요."

"치매에 마음열기, 가슴부터 열자~"

 


 

한국NVC센터는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 특강으로  '치매, 공감적 상상으로 만나기'라는 주제로 9월 17일 (토) 선릉교육장에서,  9월 21일 (수) 온라인으로 정지선, 권영선, 홍상미, 유문향이 치매인식전환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치매라는 주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이 더 뭉클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 삶에 '치매'라는 낯선 손님이 찾아올 때, 당황스러움과 부담감, 소중한 가족을 돌보는데 오는 힘겨움과 단절의 고통에 홀로 지쳐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라는 진단 뒤에 잃어버린 존재를 다시 만나고, 치매를 기회로 더 깊게 연결되고 새롭게 관계맺는 방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삶의 순간 순간 마다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 서로를 돌보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을 가꾸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글 참고

 

치매 돌봄 가족을 위한 수요 공감모임 (2022.11)

인지증(치매)을 겪는 분을 돌보는 가족을 위한 돌봄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다 조금씩 아프고, 아프면서 크고, 아프면서 늙는 존재들이므로. 어디를 걸으며, 어느 산을 오르며 혼자 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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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엄마의 호기심

엄마의 호기심 오후 6시, 엄마의 배꼽시계는 정확하게 울린다. '배가 고프다', '아무것도 안 먹었다' 하시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엄마 덕분에 우리 집은 6시에 이른 저녁을 먹는다. 요즘처럼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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