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 12:02ㆍ기린을 위한 주스/캐서린의 나누는 글
약속 지키기
비폭력대화(NVC)를 배우면서 우리는 따뜻한 호기심으로 관찰을 하고, 몸과 마음의 느낌을 알아차린 후에 그 느낌을 누르거나, 음식, TV, 쇼핑, 인터넷으로 도망가지 않으면서 그 느낌을 수용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느낌의 원인인 욕구와 연결하여 내 내면의 경험에 100% 책임을 지면서 자기표현을 하면 상대가 아무런 비난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제 부탁을 하고 약속을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부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아들여 서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킬 때, 부담이 아니라, 약속을 지킬 때 오는 생동감과 활력이 내 삶에 오는 온전한 약속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우리 욕구 목록에 있는 성실성(integrity)의 큰 부분이 약속을 온전하게(impeccable) 지키는 것입니다. 하겠다고 한 것은 하고,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관계에서 약속을 잘 지키면 여러 면이 잘 풀립니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약속을 일상생활에서 잘 지킬 때 우리 삶에 탄력과 생동감이 생깁니다. 우리가 약속을 할 때는 어떤 에너지 장을 내 주위에 펼치는 것이 되고 그 약속을 지켰을 때는 그 에너지가 생동감과 즐거운 흐름으로 나에게 그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약속을 한 상대와 관계는 신뢰에 기반을 둔 즐거운 연결이 됩니다. 회사나 공동체에서 작은 그룹이라도 구성원들이 하겠다고 한 약속을 각자가 잘 지켜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 각 개인과 그룹이 동시에 온전해져서 숫자가 적어도 협력과 효율성으로 강력한 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약속을 온전히(impeccable) 하게 잘 지키는 사람은 3% 정도라고 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어렸을 때 우리가 싫어하는 일을 강제로 하도록 강요를 받았고 그때, 자율성, 배려, 선택에 대한 존중이 짓밟히면서 느꼈던 권위자에 대한 분노를 어른이 돼서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우리 에너지는 떨어지고, 몸이 위축되고, 실타래가 몸을 여기저기 감고 있는 것처럼 부자유스럽고 현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약속할 때 중요한 한 가지는 어떤 부탁을 받았을 때 무의식적이고 자동으로, “아, 네. 그렇게 하지요.”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도 “Yes”를 하는지, “No”를 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의식적인 선택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인가? 내 존재 전체가 반짝이며 그쪽으로 가기를 원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몸과 가슴의 동의가 없이 머리로만 한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약속했을 때 그것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지키지 않을 약속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No”하기 연습을 많이 하지요. 특히 부탁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두려운 사람, 권위자,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No”를 하기는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러나 싫은 약속을 해 놓으면 우리는 그 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약속을 지키느니 차라리 병이 나고, 그 약속에 대해 드라마를 만들고, 뒷담화하고... 그래서 처음에 “No”를 하는 것이 깔끔하고 친절한 일이고 진정한 “Yes”를 할 긍정적이고 맑은 스페이스를 우리 삶에 만드는 것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부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약속을 구하는 것이 나의 욕구를 충족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내 욕구의 아름다운 에너지와 연결이 되어 부탁할 때는 힘이 나고 즐겁고, 가슴과 어깨가 펴지면서 내가 확장되는 느낌을 경험합니다. 내 삶에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떤 약속을 부탁할 때는 몸도 즐겁습니다. 부탁할 때나 받을 때나 몸의 반응에 민감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속하고 그것을 지킬 때 활력이 나지만, 이미 한 약속을 바꾸거나 취소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약속을 하고 싶지 않은 내면을 못 보고 넘어간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약속을 바꾸거나 취소를 하려 할 때 우선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욕구를 다시 듣고 계속 공감을 하면서 나의 욕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갑니다.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잘 보이는 곳에 써 놓고 매일 보면서 하나씩 체크해 나가면 도움이 됩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부모님들에게 특히 힘들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거나 부모님들이 지쳤을 때 당장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위협을 하거나 아니면 약속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헛약속이라도 일단 했으면 지키거나, 안 지키려면 솔직하게 잘 설명을 해야 합니다. 10개 약속을 하고 3개를 지키기보다는 약속을 3개 하고 3개를 지키면 아이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부모가 되고 아이가 그렇게 자랄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한 약속은 다 기억합니다. 제일 중요하고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지원이 별로 없는 부모님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2021년에 제가 저 자신과 우주와 하는 약속은 이렇습니다. 약속은 조심스럽게 하고, 한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정성으로 지키고, 지키지 못할 것은 곧바로 바로 잡는 것입니다.
캐서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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