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 후기] 나를 다시 만난 시간 _ 태정

2019. 2. 6. 01:49기린 학교 /교육 후기

 

 

2019년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동안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에서 

NVC심화워크숍인 [2019 NVC IIT KOREA]가 열렸습니다. 

60여명의 참가자 (외국인 참가자 4인 포함)와 6인의 CNVC 국제트레이너를 포함, 통역과 스텝까지 80여명이

9박 10일간 함께 NVC로 살아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가장 나이가 어린 참가자였던 태정양이 IIT 일기를 보내주어 함께 공유합니다.

두고 두고 음미하며 읽고 싶어지는 소중한 글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집자 

 

 

 

 

 

태정이의 IIT 일기

 

 

< 테라스에서 우아한 밤을 바라보면서 >

 

두 눈을 감고 보니

돌에 부딪혀 갈라지고 이리저리 튀기는 청량한 물소리가 있었다.

차가운 물을 반대로 헤엄치는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있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있었다.

 

나무와 나무사이를 오가는 나보다 더 큰 바람이 있었다.

내 머리카락 사이 사이에 깔깔대며 춤을 추는 나보다 더 큰 바람이 있었다.

반쯤 코가 막혀 색색대며 숨쉬는 내가 있었다.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빼 꼼 내미니 코 끝을 간지럽히는 솔 향이 있었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축축하게 젖은 땅이 있었다.

나는 혼자 있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나는 혼자 있지 않았다.

하늘에는 누가 반짝이를 쏟아 놓은 것처럼 반짝거렸고

누가 다이아몬드를 박아 놓은 것처럼 사방으로 빛이 퍼졌다.

 

이들은 말 하지 않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었다 지지해주었다.

각자 제자리를 지키며 그냥 존재해주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에

저절로 나 스스로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보아준 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보고 있으니 용기가 났다 고맙다 그들에게

아무도 해주지 못했건만, 한번 더 솔직함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두렵지 않았다.

아름답다고 느껴서 솔직해진게 아니라 솔직하고 나니 아름다웠다.

솔직해지면서는 홀가분했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이 순간을 기억하지못할 내가 여기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 펜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112< 관찰에서 의미로 세션에서 >

 

 

세미나 룸에서 나오자 마자 나는 휴식을 원했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오면서 숙소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견고해졌다.

그런데 1층에 내려오자 마자 벽에 붙어있는 넝쿨을 보았다.

넓은 벽면에 한 뿌리를 가진 커다란 넝쿨이었다.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어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점퍼를 가져왔다.

말라버린 열매들이 그대로 붙어있었고 자라고 있는 가지들도 있었다.

여기저기로 뻗어 있었다.

 

땅과 가까운 쪽을 보니 굵은 가지들이 튼튼하고 촘촘하게 서로 엉켜 붙어있었다.

관찰하면 할수록 편안해졌다 넝쿨이 나 같았다.

나는 항상 내가 너무 루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나도 나름 힘써 벽에 붙어서 열심히 저 위로 자라나는 중이구나를 깨닫았다.

위로를 받았고 편해졌다 그리고 몸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아, 너 열심히 사는 거 알아혹은 너 열심히 살고 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나는 오늘 넝쿨을 통해서 이 말을 보았고 느꼈고 깨닫았고.

내가 나에게 이 말을 해주었다

추위와 시간은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따듯했고 충분했다

 

예상밖의 풍경으로 예상밖의 만족스러운 나를 얻어간다

행복하다, 가슴이 벅차다. 

 

 

 

 

 

113< 나에게 솔직함 이란 >

 

 

솔직함 이란 꽃봉우리를 피우는 것

잎이 하나하나 펼쳐지고

온전히 다 펼쳐졌을 때

 

그 색과 향기가 아름답게 그리고 분명하게 보인다.

이것은 벗겨진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 솔직함과 듣기 사이의 선택 세션에서 >

 

 

항상 누가 내 기린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찾았었는데

내 마음 속에 기린 친구가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솔직함과 듣기 사이의 선택-step process 할 때

내 오른손으로 가슴을 계속 어루만져주었다.

 

괜찮아, 난 항상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114< 2019 IIT 목표는 이것이다 >

 

 

자기연결, 자기공감, 자기표현 그리고 솔직함

배우려 하지 않고 깨달으려 하지 않는다.

 

그냥 저절로 느껴지는 게 나에겐 제일 큰 배움 이자 깨달음이다.

 

온 몸으로 알게 되고

온 마음으로 알게 되는

 

 

 

 

 

115< 용서 세션에서 >

 

 

처음에는 잘 집중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미워해 본적도 용서해야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짝을 지어 1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 나는 아무 말이나 했다.

 

짝꿍이 용서에 관해 느낌점을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크리스의 말들이 내 마음안으로 들어왔다.

매번 내 심장안에 살아있는 것을 의식하면 우리는 용서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이 깊게 더 깊게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짝꿍이지금 현재 당신의 심장안에는 무엇이 살아있나요?” 라고 물어보았다.

천천히 느껴보다가 갑자기 막 울음이 나왔다, 세션이 끝날 때까지 계속 눈물이 떨어졌다.

 

큰 서클로 서로 느낀 점을 주고받는 시간에도 나는 입을 앙 다물고 눈물만 계속 흘렸다.

입을 여는 순간 뭔가 가 팡! 터져 없어져 버릴것만같았다.

슬픈 눈물이 아니라 행복한 눈물이었다.

 

처음에는 왜 눈물, 콧물이 나는지 몰랐다, 내가 느끼기엔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 것 같다.

나는 사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지난 3년간 내가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심장은 그게 아니었다, 살고 싶어했다, 쿵쾅쿵쾅 평생을 뛰고 싶어했다.

 

이게 내 솔직한 심장이었다.

 

나는 오늘 꽃봉우리를 피웠다 나에게 솔직해졌다.

 

나는 꽃이다.

 

 

 

 

< 모미나 선생님의 댄스댄스 나눔에서 >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다양한 음악에 맞춰 표현하는데 자유로웠다.

 

잔잔한 음악에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데 열정적이었고 활동적이었으며 땀이 났다.

중간에 자연스럽게 많은 선생님들과 만나서 서로 눈을 맞추며 춤을 추는데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사랑하고 연결 되어있던 누군가와 완전히 헤어진 느낌이 아니라

헤어진 다음에도 같이 있는,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고 함께 있고 눈에 보여서 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신나면 신나는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차분하면 차분한대로

숲 속의 요정들이 모여서 각자의 기괴하고도 다양한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너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 밤의 아침 >

 

눈이 쌓인 나무가 있었다.

까만 색이 아닌 회색 하늘이 있었고

고요했다.

그림자 같았다.

 

저 멀리 나무 근처까지 내려와

반짝거리는 별이 있었고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은은하게 존재하는 달도 있었다.

 

 

 

 

 

116< >

 

 

지난 오랜 세월동안 다른 사람이 나를 진실로 대하지 않고 있고

잘잤어? 너 성격 좋다. 등등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형식적인 대화를 한다고 느꼈다.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모든 것을 무채색으로만 보던 내가

삶의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내가

115일 내 안의 꽃을 피우고 나서부터

세상이 색깔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진심이 보였고 그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눈망울이 보였다.

나는 3년만에 모든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나는 3년만에 진실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3년만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

 

 

 

 

 

< 누군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 화장지를 가져다 주지 않는 이유 >

 

 

화장지를 주는 순간 그만 울어야 할 것 같다.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걸 막는 순간 그만 울어야 할 것 같다.

흐르는 눈물을 닦음으로써 애도하는데 혹은 자기 연결하는데 방해가 된다.

 

 

 

117< 신기함 >

 

 

트레이너 선생님들은 물어보면 다 대답해주는 걸 보았을 때 도라에몽 주머니 같다.

IIT는 세션 진행을 우리가 하는 것 같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은 단지 세션 제목과 약간의 부가 설명을 던져주고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

 

 

 

 

118< 자기 감사 연습 세션에서 >

 

 

처음에는 그냥 감사를 표했고 강 쪽으로 걸어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미 쌤의 제안으로 돌에 나를 사랑하는데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꼭꼭 담아 크게 외치면서 꽁꽁 언 강에 힘껏 던졌다.

 

우리는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렀다.

태정아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처음 말해보았다.

울컥했다, 가슴속에 무언가 소용돌이 쳤다.

 

지난날동안 내가 나를 속여서 미안해

괜찮아, 그래도 지난 날의 나는 어떠한 나도 사랑해,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였다

그렇게 애도를 하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 대한 감사가 생겼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자연에 대한 감사

내가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내가 숨을 쉰다는 것

내가 나라는 것에 대한 감사를 새겼다.

 

내 얼굴에 내 마음에 내 몸 구석 구석에

이것은 우쭐대고 자만하고 뭐 그런 자기 감사가 아니라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였다.

 

 

 

 

1??< 홈그룹에서 >

 

 

손바닥과 손바닥이 마주하고 있다가 손가락으로 손마디로 손끝으로 헤어질 때

우리는 그 손바닥의 따듯한 온기와 새로운 공기와 만나게 된다.

 

헤어지는 도중에도 헤어지고 나서도

단지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단지 그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손바닥의 촉감과 온기를 그리워한다.

 

온기는 점차 줄어들고 흩어지지만 공기는 점차 채워지고 모여든다.

 

 

 

121< 홈그룹과 함께한 시간들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어요 >

 

 

 

세븐틴, 제 심장 속 간질거림으로 남아있어요.

간질간질해서 자꾸만 웃음이 나고

이게 뭔가, 꺼내 보고 싶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이유없이 온 몸이 따듯해지는

아마 세븐틴은 이런 느낌으로 제 심장에 영원할 것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느끼는 그런 간질거림으로

소중하게 잘 간직할 게요! 고마워요 나의 세븐틴

 

 

 

 

122< 나에게 NVC>

 

 

 

나에게 NVC란 온천이다.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따듯하며 아무것도 입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고 부끄럽지 않다.

 

또한 깨끗해지며 내 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뭉친 곳을 풀어준다.

그리고 원래 우리 안에 있던 것, 태생부터 지니고 있던 것을

 

다시 한번 명료하게 되풀이 해주는 것이 NVC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