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페이튼Sarah Peyton과 함께한 트라우마 치유 워크샵 후기

2018. 8. 10. 08:30기린 학교 /교육 후기


2018년 8월 3~5일 (상담사를 위한 워크숍), 8월 7~8일 (성적학대,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워크숍)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사라 페이튼의 트라우마 치유에 관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참석 하신 분들의 후기 중에 몇 개를 소개합니다.


(상담사를 위한 워크숍)


3일 동안 트라우마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더욱 깨어있는 목격자가 되어 

나의 뇌의 작용과 몸의 감각, 감정을 바라본다.

뇌의 기본 구조와 작용,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해마의 작용 등 뇌의 작용을 배웠다.
함께 충격을 받았던 자신의 기억을 꺼내어 비폭력대화(NVC)로 따뜻하게 공명하면서 치유와 힐링을 경험했다.

감당할 수 없는 큰 감정적, 신체적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념으로 자신을 옭아맨다. 

그리고 그 신념과 관련된 삶의 경험이 다가올때 우리는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버린다.

처음 신념을 가진 그때로 찾아가 나의 신념을 놓아줄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된다.


인상깊었던 점은 얼어버렸을때이다. 분노,화,패닉 등의 감정을 느끼는건 오히려 다행. 감정을 알아줄 수 있다. 

그러나 얼려버렸을 때는 아무것도 못느낀다. 누구도 도와줄수 없는 상태가 된다.

석유가 뿌려진 집에서 누군가가 라이타를 들고 불을 댕기려할때 그곳에 서 있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배 아래쪽이 시큰한 고통이 있었는데.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생각도 멈추고 멍~한 상태.
무언가를 하거나 느끼면 죽을것 같았다. 


순간 불이 댕겨지면 모든것이 없어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드리지않고 최대한 나를 없애는 것이었다.

한승희선생님과 함께하며 그 순간의 나를 만나 당시 내가 느낀 분노와 무서움과 패닉을 함께 겪었다. 

안전하게 감정을 쏟아내도 된다고 생각하자 펑펑눈물이 나오고 입에서는 수도없는 욕이 쏟아지고 몸은 떨렸다. 

동그랗고 귀여운 동생의 얼굴이 떠오르며 지키고 싶었다. 이런꼴보다 아름다운것 예쁜것, 행복한기억으로 채우고 싶은 내 동생.


그때 내가 가진 신념은 '내가 안전하기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을때까지 돌봐야해 특히 힘없고 작은 존재들을...' 

그리고, 그 서약을 풀었다. 어쩌면 나에게 제자들은 그 당시의 내 동생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젠 좀더 편안하게 작은 존재들을 만날 수 있을것 같다.

우리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한 곳으로 향하게한다. 

다만, 감정을 거부하거나 감정을 견디지 못하거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우리가 있을뿐..

우리는 크고작은 트라우마들과 함께산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은 모두가 함께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때 우리는 함께 따뜻하게 우리의 감정과 욕구에 공명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었던, 나의 모든 것을 얼리면서까지 서 있었던 나에게 감사하다.


송주미



(생존자를 위한 워크숍 후 사라와 인사를 나누고자 기다리는 모습)



트라우마의 정의- 사건 동안, 사건이후 우리에게 따뜻함과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경험. 

어떤 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일로 우리는 어떻게 얼마나 혼자였는가에 따라 트라우마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 무척 새롭고 가슴에 팍 꽂히는 정의”

~ 어떻게 혼자였는지, 철저히 혼자인 순간 어떻게 살기로 약속( 결심 )했는지가 이후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돌아보니, 혼자라고 느낀 순간 마다 더 혼자이길 선택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 더이상 사람에게 도움, 위로를 받기를 기대하지 않겠어!” 등...
인간에게 따뜻함이란? 나에게 따뜻함이란 어떤것인지? 계속 머물러 질문하게 된 워크샵이었다. 


남정하





지난 주말 사라 페이튼의 3일 워크숍에서 사라와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 

이 분이 교도소 재소자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하였다는 것을 알고 관련된 도움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최근 성폭력 관련 재소자 교육을 하게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을 듣고는 

 "성적학대ㆍ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치유 워크숍"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그래서 창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새벽에 서울로 올라와 내일까지 참석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트라우마 피해 생존자였다.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에 의한 느낌들을 느끼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상처가 있고 그 상처가 지지받지 못한 아픈 상흔을 안고 산다.
따뜻한 돌봄과 깊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험했다.


그리고 따뜻함이란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해와 공감임을 알아차린다.
사라에게 깊이 감사한다.  


최은석





한 사람의 치유자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공명의 힘을  경험했다.

진정성 있는 대가, 사라 페이튼이 누군가에게 공명을 시작하자 옆에 있는 나도 가슴이 깊이 떨렸다. 


인간의 삶이 첼로를 연주하면 그 옆의 첼로가 공명하듯이 원래 공감을 통해 공명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  

그녀의 말보다 몸으로 먼저 다가 왔다. 


사라는 인간의 뇌에는  자신의 아이 뿐 아니라 공동체의 아이를 돌보고자 하는 회로가 존재한다고 해 주었는데 

그 말에 깊은 위로를 받았다. 나의 막막함에 대한 위로였다.


많은 이들이 사라 한 사람이 시작한 공명에 같이 울고 몸을 떨려하며 얼어붙었던 자신을 녹이고 

다시 그 힘으로 삶의 에너지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같이 치유를 경험했다. 


그녀의 머리가 아닌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한 뇌과학의 이론은 

우리 모두가 이해 받아야할 존재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설명처럼 가해자의 폭력도 '희생자의 다른 모습'이라면 우리가 치유의 힘으로 

무언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우리의 따뜻함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


박주연




워크숍 후에도 사라는 여러번의 개인세션을 연속으로 진행했다. 

순호, 리디아, 현주는 감사의 안마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