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가 만난 기린] 한승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017. 2. 6. 10:15기린 Life

작년 가을에 한국NVC공동체는 모미나, 박기원, 한승희 (가나다 순) 를 

국제인증지도자로 초대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매달 한분씩 만남을 가지고 있고, 

이번달에는 한승희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조용하지만,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인터뷰는 한국NVC센터 신촌, 2층에서 가졌습니다.



인터뷰: 리디아

사진 : 이순호

녹취록 작업 자원봉사 : 이현서





 

리디아 :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 갖게 되어서 기뻐요. NVC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요?

 

한승희 : 센터에서 일을 먼저 시작 했어요. 영국에서 돌아와서 일을 하려고 알아보고 있었어요

이선영,박근덕씨 부부가 제 친구인데요, 캐서린 선생님과 잘 알아서 같이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나를 소개해줬어요. 비폭력대화도 그때 처음 들었어요비폭력대화 책을 읽어보고 괜찮으면 일을 해봐라 하더라구요. 그 책을 다 읽지도 않고 조금 읽고 홍대 앞에서 캐서린 선생님과 만났어요.

 

리디아 : 정말 고맙고 신기한 인연이네요. 재밌어요. 책 읽어보니 어떠셨어요?

 

한승희 : 제가 사회변화에 관심이 많아요. 구조, 시스템에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비폭력대화 책을 읽어보니 너무 개인적인 거에요. 내 내면을 보고, 내 주변 사람들이랑 의사소통하고

그래서 처음에 회의적이였어요, 책에는 사회변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많지 않았어요. 흥미가 확 당기지는 않았어요.

 

리디아: 그럼 캐서린 선생님을 만나보니 뭔가 더 동기부여가 되셨나요?

 

한승희: 박근덕씨랑 캐서린샘 만나서 우리 셋이 이야기를 하는데, 두 사람 웃음 소리가 너무 특이했어요

두 사람이 참 특이하게 웃는구나, 그랬어요. 그리고 캐서린 선생님이 cnvc "본사"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영리사업을 하는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나에게 다가온 일이니 그냥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일단 해보다가 좋으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언제든지 안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를 소개해준 친구가 좋다고 추천을 하는 거라 시작을 했어요.

 

리디아 : 신뢰가 있으셨군요.

 

한승희: 어쨌든 나쁜 것 같지는 않고 책도 내용이 싫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일하기로 했어요

캐서린 선생님이 얼마를 받겠냐 그래서 주는데로 받겠다고 했어요. 바로 일을 시작했고, 그때는 캐서린 선생님이 혜화동에 살았어요. 신촌에 사무실을 구하고 선생님 이사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 사무실 없어서 안국역 근처 다른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어요. 신촌 센터 개소식은 2006 10월에 했어요.





리디아 : "나랑 잘 맞진 않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시면서도 쭉 계속 함께 하시게 된 이유는 뭘까요?

 

한승희 : 저는 결혼하고 시어머니랑 저랑 많이 싸웠어요. 회사를 다니다가 여성학과에 들어갔는데, 내가 시어머니를 내가 싸워야 할 여성의 적으로 대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나이도 들어가고, 영국에서 제 딸이랑 둘이서 지낸 적이 있는데, 일찍 혼자되어 아들 하나만 키우면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는 측면도 생기고, 또 직접적으로는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어머니랑 나랑 하도 많이 싸워서 서로에게 준 마음의 상처가 많은데, 이게 많이 없어졌어요. 가끔 어머니가 술 드시고 얘기할 때도 맨 정신에 말하지 왜 술먹고 말하나 싶어서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어머니가 나한테 너도 한잔해라 그래서 둘이 술 같이 먹고 그런 적도 있어요. 비폭력대화 하면서 제일 많이 변한 관계는 어머니인 것 같아요.

 

리디아 : 실제적으로 선생님 개인의 삶에도 되게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네요.

갈등을 좀 편하게 관리한다는 것도 굉장히 큰 에너지 절약이잖아요거기에 쓸 에너지를 다른데 쓸 수 있으니까.

 

한승희 : , 맞아요. 또 다른 큰 부분은,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내가 나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살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직면하지 않고, 안보고 살았었던 것 같아요. 하나 하나 나를 보면서 살게 된 것 같아요.




(2011년  CWWPT 워크숍에서)



리디아 : 봐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되고, 볼 힘도 생기고 그러셨단 거죠? 어떤 순간들이 떠오르시나요?


한승희 :  그렇죠로버트 곤잘레스 워크샵이 하와이 마오이섬에서 있었어요. 거기 혼자 갔었어요. 그때 매일 걸으며 욕구명상을 했어요. 마오이 섬이 평화롭고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섬인데, 그런 곳에서 매일 혼자 나가서 침묵하면서 30분정도 걷다가 오는데 참 좋았어요. 움직이지 않는 고요함과 그 다음에 오는 움직임, 그 사이에 바람도 느끼면서 고요하고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데 또 움직이고 그런 순간이 확 들어왔어요. 나는 센터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일하면서 깊이 집중하는 경험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으로 나갔을 때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센터에 교육만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아마 여기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곳이 일터이기도하니까요. 또 나는 비폭력대화를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내가 획기적으로 변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되고, 좀 더 나은 다른 인간이 되고... 내가 변하겠지? 그런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워크숍에서 나를 변화시키는게 아니라,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에요. 지금 내 모습을 수용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때 제 마음에 자리잡았어요.

 

리디아: 감동이에요, 눈물이 핑나네요.

 

리디아: 요즘엔 책들도 처세술을 퍼뜨리고 자기개발을 강요하죠지금 나를 뭔가 보고 그런 것 보다는 더 달려 나가야 되고, 변화해야 되고, 성장해야 되고 하는 그 행복 스트레스, 성장 스트레스 그것도 되게 피로감이 있는 것 같아요그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기도 하니까 ...근데 NVC가 변화가 아니라 나를 보고 수용하는 거라는 건, 엄청 안심되고 편안하게 들려요감동이에요.

 


(2006.10.14 신촌에서 NVC센터 개소식)




리디아: 스텝으로 일하시는 것 왜 중단하시게 되셨나요?

 

한승희 : 일을 오랫동안 해서 나한테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센터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새로운 사람이 다른 에너지로 일하면서 센터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리디아 :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익숙해진 것이 노련한 거고, 힘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한승희 : 좋게 해석하면 그런데 내가 나를 잘 못 믿는 거죠. 나 자신에 대해서 신뢰가 있으면 그걸 끝까지 하는데 제가 그렇게 안하더라고요. 혹시 나의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이나 공동체에게 네가티브하게 영향을 미칠까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만약에 그렇게 됐을 때 내가 감당하기 싫고, 무섭고 해서 피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인증지도자를 하기로 선택했을 때는 이런 두려움에서 내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삶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리디아 : 그래서 이번 도전이 더 축하받으실 일인 것 같네요.

 

한승희 : . 지금 이 삶을 수용한 것을 축하하는 게 인증지도자를 되기로 결정한 거 였어요.

그래서 시작을 한거에요.

 

리디아 : 좋네요, 그게 어떤 인생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선생님이 그걸 수용하시고

흐름을 그냥 타시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름답고 좋았던 것 같아요.


 


리디아: 강의 하시는 경험은 선생님 어떠세요?

선생님은 앞에 나서시는 것 싫어하시고, 지금도 사진 찍히는거 너무 싫어하시는데,

여러 사람 앉혀놓고 강의를 한다는 거가, 선생님한테는 그 자체도 도전이였을 것 같아요.

 

한승희 : 그것보다도 제일 도전은 내가 비폭력대화를 가르쳐도 되나? 내가 그렇게 사나? 가족이랑 관계에서 내가 가르치는 것과 일치 되는 삶을 살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리디아 : 강의는 언제부터 하셨죠?


한승희 : 센터 일을 계속 했기 때문에 2008년쯤 제 친구가 서강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했는데 자기 수업에 특강을 해 달라고 해서 한 것이 처음이었어요. 수업에 비공식적으로 해달라고 하니까 부담이 없어요.

 

리디아 :  작년에 선생님 NVC2 수업 들으면서 참 좋았어요. 선생님이 첫인상은 힘없이 하시는 것 같지만 내용이 따뜻하고 감동이 있고, 듣다보니 그렇게 조근조근 전해 주시는게 저는 좋더라구요. 또 강의하실 때 급하게 하지 않으시고 그 시간을 좀 두세요, 그 여운에 시간이 저한테 새겨들게 하는게 되게 좋더라구요.

 

어쨌든 선생님이 센터에서 강의를 많이 하시면서 좀 기억에 남는 수강생? 내지는 기억에 남는 경험 얘기해 주세요.

 

한승희 : 수원에서 교사들과 5일 교육을 했어요. 마지막 날 한 분이 전체 그룹에서 피드백을 해주셨던게 떠올라요. 첫날 아침에 오면서는 "방학인데 내가 여기 와서 이런 걸 들어야 되나? 놀러 가면 좋은데 해서 괜히 신청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둘쨋날 아침에 오면서는 가볼만 하다. 세쨋날 아침에는 오늘은 뭘 하게될까 기다려진다. 네쨋날 아침에는 행복하다. 다섯 째날 아침에는 마지막 날이어서 아쉽다. 이렇게 교육 참가자들의 마음의 여정에 함께 할 때 즐거워요.

 

리디아 : 재밌네요. 선생님 법원도 많이 다니셨잖아요. 법원에서의 경험은 어떠세요?


한승희 : 법원은 안타까운 일이 많아요

어떤 때는 2백만원이 없어서 합의가 안되고 하니까 진짜 내가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안타까워요

거기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편이 다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서로 이야기가 다 됐어도 또 중요한 한 부분이 보상인데, 그걸 못해주니까 합의가 안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중재에서 배운 대로 다 들어주고 전달하고 하면 오해가 많이 풀려요.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자기 얘기만 하고 하다가 극단적으로 가는데 앉아서 이야기를 차근차근하면 오해가 많이 풀려요

법원에서 주로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상해사건 등을 다뤄요

그럴 때도 우리가 조금만 대화하는 방법을 도와주면 서로 이해가 되는걸 봐요. 놀랄 때가 많아요

올 때는 막 긴장하고 왔는데 갈 때는 얼굴 표정이 완전히 바꿔서 가는게 정말 신기하구요.

 

, 기억에 남는 교육생들은 탈북 여성들이예요

경기도여성비전센터와 강서구에서 만났는데,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우리가 들은 적이 없었잖아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어떤 분은 "힘들어도 이야기할 곳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다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고 말씀하신 분도 있고... 


한 분은 몽고 사막을 통해서 탈출하여 남한으로 오셨어요. 그때 가족이 밤에 별을 보면서 넘어오는데 그런 힘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몽고 사막에서 별이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셨어요. 탈북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힘든 것만 기억했는데, NVC 교육 받으러 와서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릴 때 소중한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 때 뭉클했어요.

 

 

리디아 : 어세스먼트 날 마치고 뭐하셨나요?

 

한승희 : 어세스먼트 한 날은 끝나고 안서진 선생님과 남북공감 아카데미에 공부하러 갔어요

탈북민들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함께 상담이나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고 배우는 과정이에요

이 부분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고,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어서 10주간 참여했어요.

 

리디아 : 어세스먼트 과정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기억남으세요?

 

한승희 : 다르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다 좋았어요

특히 피드백 받는 시간이 좋았어요.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만났던 경험이 있는 nvc 공동체의 동료들이 나와의 만남을 기억하고 이야기 해주시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내 삶의 한 시기의 완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지금 이 만큼의 삶을 축하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리디아 : 따뜻하네요. 마지막으로 NVC가 잘 안된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 해주고 싶으세요?

 

한승희 : 없어요. 그냥 하기싫으면 하지 마세요. 다시 하고 싶을 때 하세요.

다같이 :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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