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서클을 열어주세요~

2015. 7. 13. 15:57기린 Life

(회복적 정의를 향해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신만식 선생님의 이야기 입니다.)

 

 

아침에 학년부장님이 찾아오셔서 학생의 보호자(어머니)의 마음이 많이 열렸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기로 하였다고 한다. 교감, 교장 선생님께도 보고를 드렸다고 한다.

 

서클 이후 교육복지사로부터는 써클 진행으로 인해 어머니 상담이 수월했고,

병원진료 예약하였고, 복지사업비에서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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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시간이나 있을 공개수업을 위해 교실로 올라 가는 도중에 직전 교감선생님은 서클을 좀 열어달라고 요청하셨다. 당황스러웠으나 내가 좋아 시스템으로 도입한 일인데 당연 수락하였다.

 

13명 정도가 참여했다. 학년부장, 보호자, 남학생, 반장(여학생), 교과담당교사, 교육복지사, 학생부장 등이 오셨다.

 

1학년은 안가르치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용은 전혀 모른다. 다만 선도위, 학폭위 등에서 교내봉사, 사회봉사 등의 자주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도 서클 진행 중에 알았다. 학생은 엄마가 없는 데서 교사들과 따로 서클 하기를 원했으나 내가 서클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권했고 수용했다. 담임교사는 서클 경험과 이해가 전혀 없는 경력 많은 복직교사라서 일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으셨고 불안해하셨다.

 

사실 애매했다. 도미니크바터의 서클 상황도 아니고 신뢰서클 상황도 아닌 것 같고 문제해결 서클도 아닌 것 같고..머리가 아팠다. 그냥 기도하며 들어갔고 일어난 일도 잘 모르며 갈등상징행동(ACT)’을 정하지도 못한 상태로 서클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다 아는 것이었다.

 

장소 세팅에만 세심하게 신경 썼고 다행히 올해는 도움실(특수교육대상학급)이 아늑한 공간인데 그곳을 섭외할 수 있었다.

 

질문은 간략한 자기 소개와 함께 지금 바쁜 일상을 모두 제치고 오셨는데 나의 마음(심정, 느낌)이 어떠한지, 최근 학생을 만나서 칭찬할 일을 말해 달라. 그리고 또다시 사례를 들어서 수업 중에, 생활 중에 관찰한 것을 통해 학생이 마음에 들었던 점을 말해 달라.

 

지난 일로 인해 자신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각자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 정도 나왔기에 생략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시도해볼 수 있는지, 자신이 먼저, 그리고 부탁할 일을 함께 말해달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첫 라운드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리고 한 바퀴 도는 동안, 그리고 두번째 질문, 세번째 질문이 도는 동안 중간 중간 우셨다. 복 받혀 올라오는 것도 있었으리라. 전투태세로 보호자도, 학생도, 교사들도 왔으리라.

 

그런데 어찌 해야 할지 계속 기도하던 중에 남아프리카부족사회 바벰바족의 칭찬릴레이가 생각났고 전반부를 그렇게 풀어갔다. 칭찬을 두 바퀴를 돌았고 그제서야 어머니의 얼굴도 남학생의 얼굴도 밝아졌고 남학생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들과 담임샘은 답답하고 지루했을지 모르나 작년부터 나와 함께 서클을 경험하신 분들은 금새 진행자의 의도를 알아차리셨으리라. 결과가 잘 되었으리라, 아이에게 새출발의 계기가 되었으리라 예상한다. 서클 마무리 즈음에 부모님과 아이와 학교의 마음이 연결되었음 확인하였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가 좋았다. 두 시를 서클을 열며 닫으며 다함께 읽었는데 일부러 남학생에게 읽어달라고 하였고 어머니는 그때도 우셨다. 7교시 이후에 열린 서클이 6:20까지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험 직전에 참가해준 반장도 고맙고, 집에서 자녀들이 기다리는데 담임 선생님들의 참가도 고맙고, 나는 집에서 오는 전화를 꺼버려서 집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교사모임에 지각하여 공동체에 미안하고 그렇다. 담임선생님들께는 서클을 닫으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였다.

 

부귀영화는 아니지만 이것은 나의 큰 기쁨 중에 하나이다. 틈을 메꾸는 일이 즐겁다. 그런데 나의 틈은 어렵다.

 

학생부장님이 다음날 학습공동체(교사소그룹)에서 오늘 심도 깊게 어제 했던 서클의 경험의 효용성에 대하여 논의를 했다고 하면서, 모두들 이런 서클 모임으로 아이에 대해서도 서로 편견 없이 바로보고 객관화하면서 마음이 연결되면서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이 참 좋았다고 하신다. 학습공동체 시작 전에 담쟁이와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쇄해달라고 하셔서 예쁜 색지에 인쇄해드렸었다.

 

엄마는 이전에 학교를 전학가면 될 것 아니냐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희망이 싹트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 때문에 그동안 아팠던 엄마의 마음이 참가자 모두에게 전해져 오면서 서로가 깊이 연결된 것 같다.

 

 

신만식 (포곡중학교, 좋은교사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