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3. 15:07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새해 인사드립니다.
2024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으로 많은 사람이 혼란과 두려움,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 안전한 사회를 향한 깊은 열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심각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수많은 노력과 대가를 치르면서 민주주의를 성취했음에도, 왜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가? 다시금 많은 분들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비폭력대화를 하는 우리는 어떻게 모두의 안전과 평화로운 일상, 민주주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
김누리 교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라고 진단하면서,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 민주주의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에 공감하고, 불의에 분노하면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교육으로)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의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말하며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어떻게 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공감과 연대의 심성을 내면화하는 민주주주의자를 길러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을까요? 한국NVC센터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지난 2년간 매주 온라인으로 ‘사회적 이슈로 대화하기(Across the Aisle)’ 모임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모임은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공감적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경험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신념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다름 속에서도 우리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적 본성에 연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 협력할 수 있고 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모임은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나누고 공감을 통해 깊은 연결을 경함하는 자리입니다. NVC 지역 공동체에서도 하고 있고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참여자들의 목소리
아래는 이번 ‘사회적 이슈로 대화하기’에 참여한 분들이 계엄과 탄핵 상황에 대해 나누어 주신 생각과 감정들 입니다.
- 시민들이 12월 3일 새벽에 국회로 몰려가는 모습, 군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웠고 안심이 되었다. 정치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지는 않지만,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 성숙한 모습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세상의 변화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안의 힘을 믿고 싶다.
- 80년 광주가 떠올랐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광주지역 분들이 상처를 다시 받을까봐 염려가 되고 마음이 아팠다.
- 적어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엄령을 선포한 것을 보면서 분노가 일어난다. 이 정도로 소통과 대화가 불가능한 리더를 우리가 뽑은 것이 안타깝다. 이 정도로 우리에게 사람이 없나 하는 생각에 좌절스럽다. 민주사회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 속에서 만들어진 신념을 관철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 대통령의 역할이 모든 국민과 연관되어 있다. 모두가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화가 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밑바닥에는 고통과 실망감이 있다. 우리에게 거룩한 분노는 당연하다.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고통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더 큰 비극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정치인의 언어가 바뀌길 바란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방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야당이라도 소통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 군인들이 국회에 들어왔을 때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고, 무섭고 겁이 났다. 대치 상황에서 자극적인 말을 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을 우리가 갖기를 바란다.
- 우리는 대통령 탄핵을 여러 번 겪었다. 왜 우리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 놓고 대통령만 되면 탄핵을 시키려 하는가, 왜 대통령은 존중받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성숙한 시민, 성숙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각자가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임을 알았으면 한다.
- 많은 분들이 같은 주제로 함께 이야기해서 힘이 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고, 내 주변에서 나라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희망이고 살만하다.
- 분노가 있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보게 되어 도움이 되었다.
-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대화 모임에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도 하니, 이야기하길 잘한 것 같다. 위로와 애도가 필요했다.
- 계엄 상황에서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지근한 가슴에 답답했는데, 대화모임을 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삶이 이렇게 서로 가슴으로 연결되는 것이었음을 알아차리고 눈물이 났다.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감을 받으니 감각이 살아난다.
※ ‘사회적 이슈로 대화하기’는 영어로 Across the Aisle(ATA)로 ‘복도를 건너서’라는 뜻으로, 두 큰 정당이 있는 나라들의 국회에 두 정당 사이에 있는 복도를 넘어서 서로 존중하며 연결을 추구하는 대화입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8:00~9:30, 온라인 zoom ID: 365 365 7942, 참가 신청하기(클릭)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한국NVC센터는 2025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더 깊이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가슴으로 연결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을 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우리가 하는 여러 활동에 올해도 함께 하시기를 초대합니다.
한승희 드림
한국NVC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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