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내년에 여기 퇴소하면, 고등학교는 꼭 ○○ 에 갈 거예요'

2023. 10. 5. 11:10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더운 여름의 끝자락 9월 5,6,7일에 소년보호시설 마자렐로에서 비폭력대화를 나누고 왔어요.

영등포구에 위치한 마자렐로 센터는 천주교 수도회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6호 보호처분 기관이예요. 이 곳에서 6호 보호처분을 받은 14세에서 19세의 청소녀들이 일정기간 보호수용을 받고 있습니다. 마자렐로 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이 심성교육과 건전한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배우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와 직업교육을 통하여 능력을 키워 사회에 돌아가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마자렐로 센터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온 강세연, 김혜정, 박혜선, 이승현, 지현 활동가의 특별한 만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관에 수업을 가기 전에는 늘 반반정도의 긴장과 설렘을 안고 나가게 됩니다. 마자렐로 센터에 갈때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함께 가는 김혜정, 박혜선, 이승현 선생님과 미리 만나 수업내용도 만들고 마음도 나누며 든든하고 따뜻한 에너지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 시작부터 든든함이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은 고맙게도 외부에서 온 낯선 선생님들을 생기발랄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함께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속 깊은 이야기도 하고 쏱아낸 이야기만큼 다른 이의마음도 헤아려 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가슴 찡하고 기특했답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사는 것을 얼마나 원하는지,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며 조금씩 참고 감사히 생활하자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아이의 이야기로 마자렐로 센터에 오는 과정에서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는데 처음 온 날 원장 수녀님이 한참을 꼭 안아 주시고 사탕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 때는 왜 이렇게 한참 안아주시지? 의아하고 어색했고 안아주시는 것 보다는 사탕을 주신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탕보다 원장수녀님이 더 오래 안아주시는 것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긴장하고 걱정되고 두려웠을 아이가 수녀님의 따뜻한 포옹을 받으며 어색하기도 했겠지만 얼마나 안심되고 따뜻했을까 싶어 마자렐로 센터와 수녀님 기관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성장과정에서 실수하게 될 때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만큼 충분한 사랑과 공감을 해주시는 어른들의 손길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고 이런 따뜻함을 더 많은 곳에서 나눌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우리 만났을 때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응원할게~

 

세연

 

 

마자렐로센터의 수업을 의뢰받고 강의 대상에 대해 알고 난 뒤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만나보니 나의 걱정과 긴장은 사라져 버렸다.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고 내 아이의 친구처럼 생각되어 편안하고 즐겁게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 수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참여하였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신뢰가 중요한 아이는 자신의 진심을 판사님이 믿어주기를 바랬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한 아이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6개월의 기간동안 스스로를 잘 돌보며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살면서 실수를 하게 된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이제 나와 이 사회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한 그 아이들을 넓은 품으로 따뜻하게 맞아줄 준비를 한다.

얘들아~ 파이팅!!

 

승현

 

 

마자렐로센터에서 청소녀들과 만남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흘러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자렐로센터의 선생님들은 평화의 인사로 반겨 주셨습니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우리를 환대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봐 주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그녀들의 눈빛은 내 안의 연민과 찌리릭 연결이 되었습니다.

 

14살 15살 16살

청소녀들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고 장점들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숙소생활을 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고 있던 친구 언니 동생들의 이야기에 모두 조용히 귀 기울여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에 대해 이해가 되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수용하고 위로해주는 소녀들의 모습은 봄날의 벚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쉬는 시간 나에게 말을 걸어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중1, 중2때 학교 비폭력대화 수업에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놀라운 만남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를 기억하고 인사해 주는 시간이 반가웠습니다. 우리 강의를 매해 초대해 주시는 학교 선생님의 수고와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떠올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 곁에서 희망어린 다짐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목소리가 마음에 계속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 내년에 여기 퇴소하면

고등학교는 꼭 ○○ 에 갈 거예요’

 

계속해서 마자렐로 센터의 청소녀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녀처럼 청소녀들이 꿈꾸는 미래가 마음껏 펼쳐지기를 하늘의 별에게 정성을 담아 빌어봅니다.

 

혜선

 

 

마자렐로센터에 함께갈 샘들과 처음 연결할 땐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 긴장도 돼고 기대도 되었다. 마음이 서너갈래였는데 마자렐로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며 모두가 연결할지 의논하는 과정에서 샘들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깊은 사랑이 느껴져서 내마음도 보드러워졌다. 숙달된 동료와 함께한다는 건 그저 옆에서 붙어가기만해도 자연스럽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의 결과로 6호 보호처분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샘들과 함께하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자유를 갈망하는지 들었고, 보호와 사랑과 존중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고 즐겁고 안전한 활동들을 통해 그런 욕구들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친구의 관심이 나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내가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표현할 때 놀라웠다.

 

세 번의 만남이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을 발견하고, 각자의 욕구와 연결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존재임을 친구들과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모습도 멋졌다. 한 명 한 명 생김새들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아이들이, 재미있는 활동들을 통해 성장하는 계기를 얼핏 발견한 놀라움을 누렸으리라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따뜻하고 깊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도록 신뢰와 안전의 공간에서 기회를 주신 마자렐로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