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해서 음악회를 준비하는데 비폭력대화와 협연하면 어떨까요?

2023. 7. 3. 15:00기린 Life

더 뉴 바로크 컴퍼니 프로젝트 #9

Baroque Music For Teens- The New Baroque company with NVC

 



 “선생님, 청소년을 위해서 음악회를 준비하는데 비폭력대화와 협연하면 어떨까요?”  최근 청소년들에게 일어난 약물과 폭력, 자살 등의 사건들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 아파하던 중에 반가운 제안이었습니다. 콜라보가 충분히 의미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비폭력대화라니! 살다 보면 이렇게 꿈에도 떠올려보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나 봅니다.   음악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고, 비폭력대화를 품격 있는 장소에서 보다 편안하고 쉽게 전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기대가 되기도 했으나 바로크음악과 비폭력대화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바로크음악은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기에 이르는 약 150년 간의 유럽 중심의 음악 양식으로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바흐와 헨델, 몬테베르디, 비발디 등이 있습니다.  공연을 함께 한 더뉴바로크컴퍼니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원전악기(당대의 고악기)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된 단체로, 바로크 음악과 타 예술 장르 또는 학문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분들(하프시코드에 아렌트선생님, 리코더에 전현호선생님, 바이올린에 최현정선생님, 첼로에 장유진 선생님, 카운터테너에 장정권선생님)로 이루어진 앙상블입니다.

 

기린부모학교 졸업생인 첼리스트 장유진 선생님께서 세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비폭력대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다 연주자 선생님들이 연습 기간 내내 열린 마음으로 오디오클립 작업을 함께 해주셔서 프로그램을 짜는데 수월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요청하는 수준을 맞추는 것, 청소년들이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적당한 설명을 쉽게 풀어가는 것이 중요했고 연주되는 바로크음악을 정확히 이해하고 비폭력대화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에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창조성과 영성도 필요했지요.  전체 구성은 바로크 음악과 비폭력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인데 중간중간 오디오클립과 연주자들이 상황극으로 흥미를 끌고 주제를 전하면서 연주와 설명을 했습니다.   시작은 음악회 가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엄마와 자녀와의 실랑이를 오디오 클립으로 들려주고 나서 격정적인 텔레만의 곡을 연주한 후 소통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구성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연주자의 휴대폰의 소리가 울리는 설정으로 관객의 반응을 일으킨 후 느낌을 설명하고, 여인숙 시를 같이 읽으면서 그 순간의 자신과 연결하는 시간을 가져봤네요. 곡의 이해가 어렵다는 카운터테너의 하소연을 다른 연주자들이 공감을 방해하는 말로 이어간 후에 “애가”라는 슬픈 곡을 애절하게 불러주셨고 그 다음엔 공감을 설명하고... 애도를 “함께 걷다”라는 의미를 가진 춤곡과 연결해서 해설로 이어가고 마지막에는 처음에 했던 엄마의 잔소리를 관객이 직접 비폭력대화로 바꿔서 표현해보면서 ‘봄의 일기’라는 곡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큐시트의 시간을 정확히 맞추느라고 긴장이 되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게 누가 될까 설명이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조명이 너무 강해서 준비한 대본이 전혀 안 보이는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인터미션 시간을 딱 맞추고 나서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공연 후기들이 호의적인 것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편안했다, 이해가 쉬웠다, 신선했다 등등의 관객 반응에 다른 시도를 더 하고 싶은 용기가 났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비폭력대화를 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림과 비폭력대화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8월에는 갤러리에서 비폭력대화를 만나볼 수 있도록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