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갱년기 들어 감정조절이 안되어 오버하는 경우가 있었다.

2023. 4. 6. 19:24기린 Life

최근 갱년기 들어 감정조절이 안되어 오버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땐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게 낫다. 비폭력대화 워크숍에 참여하면, 내 마음을 탐색하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워크숍을 신청했다. 워크숍 명은 <코어자칼>

 

비폭력대화에는 기린과 자칼이 등장한다. 귀를 열고 듣는 기린과 비난으로 먼저 공격하는 자칼. 이것은 우리의 대화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자칼식으로 대화하는 것을 내려놓고 경청과 공감을 잘하는 기린이 되자는게 비폭력대화의 큰 전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면에 자신이나 세상이나 사람들을 비판하는 자칼이 다 있다. 어린시절 트라우마나 상처를 겪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신념이다. 이것을 집중 탐색해서 나의 일상을 쥐고 흔드는 무의식의 자칼(비난)을 찾아내는 시간이다.

 

3월 들어 일정도 많고, 몸도 피곤했지만, 일단 신청해놨으니 갔다. 다행히 조금 일찍 도착해서 커피를 준비해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 비폭력대화센터를 찾는게 오랜만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비폭력대화 교육시 자연의 본성을 상징하는 꽃을 가운데 두고 진행한다. 생기 있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달라진다.

 

여러 단계를 거처 나의 코어자칼 찾는 시간을 가져봤다. 일상에서 내가 오버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최근 클라이언트가 업무요청을 급하게 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없이 했을때 화가 났던 기억을 소환해낸다. 이 분노에 깔린 자칼의 목소리들을 수집한다. 자칼의 언어 뒤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탐색한다. 

 

우리는 비난의 언어가 익숙한터라 욕구의 언어는 바로 생각이 안난다.  욕구목록을 살폈다. 그런데, 이 날 새로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중요하게 여김>. 과거에는 <안전>과 <자신감>, <신뢰> 같은 욕구가 들어왔는데,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특별히 무얼 안해도, 그냥 생명과 인간인 것만으로도 중요하게 여겨달라는 욕구를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불안이 많은 아버지와 살았을 때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전 보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되다보니 그 욕구는 채워지고, 인권에 대한 책과 말을 많이 듣다보니 욕구가 이동된 것이다. 

 

이렇게 욕구를 발견한 뒤에는 이 욕구가 내 삶에서 어떻게 살아숨셨는지 형태를 살핀다. 충족되지 않았다면 그 상황을 애도한다. 충족되었을때를 상상하며 그 때 몸과 마음의 반응을 살핀다. 이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상을 보면 일상이 다르게 보일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근 내가 갱년기로 예민했던건 <중요하게 여김>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라는걸 알았다. 이 욕구를 찾았으니, 내 스스로 충분히 나를 중요하게 여겨야겠다. 살다보면 긴장과 바쁨 속에서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형태대로 나를 중요하게 여겨주지 않는다. 그걸 바라면 결핍의 무한궤도로 빠진다. 우선, 내 스스로 나를 중요하게 여기고, 중요하게 여김을 받았던 추억들을 상기한다. 사람은 이상하게 나쁜 기억을 더 오래 진하게 간직한다고 한다. 그래서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고. 하지만, 돌아보면 내가 중요한 대접을 받은 기억도 많다. 그리고, 겉으로 들어나는 형태가 내 맘에 들지 않아도 상대는 자신의 방식대로 나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때로는 믿을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소홀히 대한다면 내가 원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도 좋고. 

 

여하튼, 최근 내 자신이 이해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주말 시간을 빼서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이 피곤하고 체력소모도 많이 되는 일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뿌듯했다.

 
 
임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