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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주스/캐서린의 나누는 글

2021 생일 저널

햇살바람그리고 2021. 11. 5. 16:30

2021 생일 저널

 

나 혼자서라면 그냥 아무 별일 없이 지나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내 생일을 기억한 친구들이 간단한 축하 문자들을 보내 주었다. 고맙고 행복했다. 그들의 웃는 얼굴과 사랑이 문자를 타고 훨훨 날아와 내 마음에 사뿐히 내려 앉아 촉촉하고 따뜻하고 즐거웠다. 충만했다. 몇몇은 온라인으로 만나 수다를 같이 떨었다. 고맙고 행복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발걸음이 가벼웠다.

 

선물이 왔다. 포장이 여러 겹으로 두껍게 되어 있는 얼은 생선이었다. 둥근 식탁 위에 놓고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스타이로폼 박스 밖에서 묶어서 싼 큰 플라스틱 보자기를 시작해서 한 꺼풀....두 꺼풀...셋,...엷은 것, 두꺼운 것, 반짝거리는 것...찬 것...모두 여섯 꺼풀이었다. 식탁 테이블이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것으로 수북이 쌓였다. 그것을 보면서 힘이 빠지고 슬펐다. 나는 의자에 앉아 상 위에 놓은 두 팔에 얼굴을 묻었다.

 

그동안 환경을 많이 걱정하고 이런 저런 노력과 행동을 해 왔지만, 이렇게 마음이, 가슴이 그리고 몸이 같이 아프고 슬퍼 눈물이 흐르기는 처음이었다. 조심스럽게 조용히 지구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구님, 내 생일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당신을 힘들게 하여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벌써 죽어야 했던지...” 

 

지구에게 이런 말을 해 나가는 동안 이 슬픔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지금 산업성장을 경제의 본질로 하는 여러 곳에서, 아직 매일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 없는 슬픔과 연결이 되었다.

 

지구가 나를 그대로 포근하게 안아 주면서 내 말을 그대로 들어 주어 이해 받는 것 같았다. 지구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마음이 하나가 되어 가면서 지구의 말이 들려왔다. 

 

“...그렇게 죽으라고 우리가 창조한 생명은 없어....” 지구와 마음과 몸으로 연결되면서 한참을 그대로 같이 있었다. 

 

지구의 슬픔과 고통이 천천히 그대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해를 받고, 받아들이면서 하나가 되어갔다. 크게 호흡을 하니, 천천히 머리를 들게 되고 어께와 허리가 부드럽게 펴지면서 바로 앉았다. 평화와 아름다움이 흘러들어 왔다. 이 모든 것을 조용히 다 감싸면서 모든 것을 초월하는 큰 사랑이 신비롭게 나를 포함하면서 주위로 펼쳐지고 있었다.

 

서서히 내 안에서 지구와 연결된 근원의 힘을 모든 세포가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힘이 났다. 내가 진정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생겼고 나의 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과 힘이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얼굴의 긴장이 풀리고 눈이 맑아졌다. 마당에 풀, 나무, 돌, 새들이 정말 정답고 새롭게 보였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내 가슴을 채웠다. 내가, 우리가, 지구를 대신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고 나에게, 우리에게는 그것을 할 힘이 있다는 믿음이 서서히 편안히 내 마음에 스며들어 왔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캐서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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