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 17:23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홍동 NVC 가족모임이 있었어요”
지난 12월 18일 문당리 환경농업회관에서 비폭력대화 2차 가족모임이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갔는데 마침 학교 시험기간이라 시간을 낼 수 있었던 곶감이 미리 와서 공간을 꾸미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센터피스였다. 샘물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일찍 와서 센터피스를 참여한 모두가 함께 꾸밀 수 있게 밑 작업을 같이 했다.
아래층 식당에 음식을 차리고, 오는 대로 먹기로 했다. 남성모임에서 준비한 검은깨로 덮인 인절미와 달콤한 팥앙금을 넣은 절편, 1기 모임은 준비한 손길마다 맛과 모양이 다른 다양한 김밥, 2기 모임의 따스한 찐고구마와 말랑 말랑 곶감, 얼뚝에서 가져온 맛나게 익은 갓김치, 오전 젊은 엄마들 중심으로 구성된, 사랑스런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여 만든 샌드위치와 어묵, 박 선생님이 어머님 상중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여 준비하여 주신 과일 등등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정성과 사랑이 깃든 음식들이었다. 음식을 준비하여 주신 손길에도 감사하고, 특히나 함께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었던 사랑스런 아이들에게도 감사하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음을 선물로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쁘게 받음으로 드림을 선물하며, 상대로부터 기쁘고 감사하게 받는 것이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것임을 경험한다.
아래층 식당에서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위층으로 올라간 사람들의 감탄과 환호, 이전에 본적이 없었던 엄청난 크기와 아름다운 센터피스로 인함이였다. 일찍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개성대로 꾸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센터피스. 빠알간 열매들과 푸르른 잎사귀들, 바스락 바스락 마른 잎사귀들, 각종 기린들, 촛불, 그뿐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정성껏 꾸미는 모습 또한 아름다운 센터피스의 한 부분으로 마음 한 켠에 장식되었다.
동그랗게 놓여진 의자 위 한 쪽 벽면에는 그동안 틈틈이 그려온 어영의 섬세하고 어여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더해 주었다. 내년에는 좀 더 확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전시에 참여하여 더욱 풍요로운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꿈을 꿔본다, 기꺼이 전시를 해 준 그녀에게 고맙다.
비폭력대화를 마을에서 시작한 순간부터 12여년 동안 모은 사진으로 준비한 동영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족모임이 시작되었다. 비폭력대화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모임을 시작하여 계속 성장해가는 우리들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감동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40여년간 독서모임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계시듯 우리도 꾸준히 연습모임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해 가다보면 ‘삶’이 우리를 어떻게 안내할지 누가 알겠는가!
다음으로 중재 팀의 시범으로 할렐루야 음악에 맞춰 태양에게 인사하기 동작을 모두가 함께 하며 서로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따뜻하게 연결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사는 곳과 이름도 소개했다. 어르신부터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이어서 지난 1년간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하기. 나와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이 다른 사람 삶에 혹은 나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 것을 떠올려서 감사하기, 다른 사람이 나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준 것에 대해 상대에게 감사하기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가족별 혹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감사표현을 했다. 각 그룹마다 즐겁고 진지하게 나누고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을 소소한 것이지만 떠올려서 나눌 때 우리 삶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감사하기 한 가지를 하면 우리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 30가지가 풀리고 해결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사를 일상에 가져와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감사하는 연습을 자주 자주 했으면 좋겠다.
감사하기를 마치고 자그마한 기린인형과 기린액자 꾸미기 시간, 작년에도 경험하였듯 아이들이 가장 몰두하고 집중하는 시간이다. 아주 어린아이부터 올해 함께 참여한 남성분들, 어르신 두 분까지 즐겁게 꾸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가족모임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각자가 자신의 개성대로 꾸민 것을 센터피스에 전시하면 센터피스가 한층 빛을 발한다.
끝으로 가족모임의 하이라이트 노탈렌트쇼!! 사회자는 탈렌트가 출중하면 이 공연에는 참여할 자격이 없는 거고, 공연이 끝날 때마다 표현할 때도 잘했다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어떻다로 표현하기를 부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순서로 2기모임의 즉흥 공감 역할극은 노탈렌트 쇼의 진수를 보여주어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누구나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심어주어서 고맙다. 아무 준비나 연습 없이 무대에 올라와서 즉흥적으로 상황을 연출하여 공감하는 모습은 꾸준히 연습모임을 한 사람들의 여유가 아닐까..잠깐 아름다운 판단이 올라왔다.
그 다음 마을 기타리스트 강건의 공연, 대학진학을 위해 준비한 곡이라고 했다. 준비한 곡을 마음껏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참으로 고맙고 소중했다. 스스로 연습하고 준비한 건이, 그가 바라는 목표대로 꿈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마 참여한 모두의 바램이었으리라.
이어서 1기 모임의 느낌 맞추기 놀이, 7명이 무대 위에 서서 쉬운 것부터 해서 제법 난이도 있는 느낌말을 몸으로 표현했는데 예상을 깨고 10개의 느낌말을 모두가 알아 맞췄다. 참으로 경이로운 관객들이었다. 그것을 100퍼센트 알아 맞췄다는 것은 모두가 무대 위에서 ‘두려운, 경이로운, 멍한 ,느긋한...등등’의 느낌말을 온몸으로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가슴으로 평가해본다. 아무튼 다양한 느낌말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들 언니의 첼로연주 또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모두의 눈과 귀, 마음을 활짝 열어준 시간, 그렇게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진 어떤 것으로든 모두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자원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그녀가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연주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돌봄의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친구들 엄마들과 초등친구로 구성된 모임의 리코드 연주, 즉흥적으로 합류한 실로폰 연주 시간. 오늘 리코더를 샀다고 했다. 딱 한 번 같이 맞춰 보았다 했다.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너무 많이 웃어서 눈물 쏟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상큼한 그들의 웃음과 차츰 차츰 차분해지면서 안정을 찾으며 연주하던 모습이 떠올라 행복해진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모여 그 많은 음식을 만들고 공연으로 기쁨을 준 그녀들이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아이들이 아파서 함께 하지 못한 가족이 많았다. 지난 해에 함께했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친구들,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한 얼굴들이 순간 순간 떠올랐다. 마음으로 이곳에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만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이 고맙다. 내년에도 함께 모여 서로 존재 자체로 서로의 삶을 축하하고 감사하고 힘을 얻어, 일상을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우리들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마을 전체의 축제의 장으로 확장이 되는 날 또한 꿈궈본다.
김순임
홍동 가족의 날 이야기,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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