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삶으로서의 모의가사조정

2020. 1. 2. 16:39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영화 그리고 삶으로서의 모의가사조정

 

 

모의가사조정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였다. 작년 모의가사조정 들었을 때 NVC가 어떻게 갈등의 현장에서 활용되는지, 중재자의 역량과 태도 등에 새롭게 다가온 부분이 있어서 올해 기대하는 맘으로 수강을 신청하게 되었다.

 

모의가사조정이라고 하면 가사조정위원이 되는 과정인가 하는 오해가 있겠지만 실제 취지와 내용은 달랐다. 그래서인지 강의를 진행하는 두 분(권영선, 안진희)께서는 이 과정은 어떤 전문가를 기르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각자의 일상을 돌아보고 삶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얘기가 과정을 경험하면 할수록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었다.

 

모의가사조정이라면 부부간 이혼을 소재로 하는 내용이어서 무겁고 부담스러운 이미지가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그건 강의 전반을 함께하는 영화 크라이머 대 크리이머(1980)’라는 소재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크라이머 대 크라이머는 더스틴 호프만(남편 테드)과 메릴 스트립(아내 조안나) 주연으로, 부부사이 이혼과 양육을 두고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 1980년도 영화다. 집을 나가버린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던 남편,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에 지쳐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아내의 이야기로 어느 날 아내가 떠난 남편에게 아내는 아이의 양육권을 요구하고 그것으로부터 영화의 갈등은 시작된다.


크라이머 대 크라이머 더스틴 호프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강의 중 영화로 접하는 갈등 상황을 통해 때로는 남편의 마음이 되었다가, 잠시 뒤에는 아내가, 그리고 아이의 마음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처음에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관찰해보는 활동을 통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서로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혼자 몇 일간 여행하고 돌아오면 짐을 정리하는 것도 애가 쓰이는 일이다. 하물며 두 사람이 수년, 십 수 년의 삶을 함께 나누다 헤어지는데 그 과정은 오죽할까? 갈등 당사자가 되면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과 앞으로의 두려움으로 자신의 시야에 갇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재자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궁금함은 가사조정을 시작하는 실습, 양육을 주제로 한 가사조정 실습, 질문 만들기 등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두 강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그 분들의 삶은 그 분들이 잘 알아요. 우리는 단지 서로의 고통을 잘 듣도록, 앞으로 서로가 잘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도울 뿐이에요.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든 그건 그들의 선택이에요.”

는 말씀은 중재자로 지녀야할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자신과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돌볼 수 있도록 공감하고 물어주면서 그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지 않을까?

 

이틀에 걸친 모의가사조정이 끝이 나고 소감을 나눌 때, 각자의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을 나누었다. 비록 각자 삶의 경험은 다르지만 강의를 통해 본인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모 그리고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는 소감을 듣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몸은 피곤했지만 맘은 가볍고 머리는 맑았다.


김윤영

 

 

 

2019 모의가사조정은 NVC중재 과정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법원에서 진행되는 가사조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진행되었습니다

(2019.11.30~12.1,  권영선안진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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