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 양성사업] 갈등! 이것은 내 삶의 화두였다.

2019. 11. 11. 13:29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갈등

이것은 늘 나의 삶에서 해결하지 못한 화두였다.

 

20년의 회사생활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내가 선택한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은 늘 한결 같은 회피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분명히 내가 정당하고 내가 피해자인 것 같은데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상처만 남기고 난 하루 하루 지쳐갔다. 그렇게 버티다 급기야 회사를 퇴사를 결정하고 나를 지지해주지 않았던 동료과 스스로 관계를 단절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표현하지 않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의 의도를 갈등 당사자가, 그리고 나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나의 동료들이 알아주기를 바랬었다. 마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갈등 당사자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가 주장하는 것이 분명히 맞는 길인데 나와 뜻을 같이해주지 않는 나의 동료들에 대한 섭섭함이 나날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늘 그들과 단절된 관계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나날들이였다.

 

그러던 찰나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NVC센터에서 주관하는 방배4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교육은 매우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였다. 내가 한국NVC센터에서 하는 교육을 서울시 예산으로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50년 가까이 서울에 살아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낸 세금으로 이제서야 내가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었고, 또한 갈등해결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혹시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나까지 차례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도 살짝하면서 그만큼 꼭 교육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본 교육과정, 연이은 심화 교육과정을 지나 연습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돌아보니 첫 번째로는 일단 내가 살고 있는 마을 내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살아온 경험을 나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배운 이론 프로세스대로 연습이 아직은 어렵지만 그래도 살아온 연륜과 경험을 적용하여 다양한 사례를 풀어나가는 어르신들을 보며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의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의 나의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갈등은 공동체를 돌볼 수 있는 에너지로 인식하고 갈등이 온 것에 대한 수용과 관계의 재정립이 있어야 하는데 갈등은 그저 회피하고 나의 치부인양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결코 나도 타인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하여 기존에 갈등을 대하는 방식이 수동적이였다면 이제는 좀 더 능동적으로 갈등을 대할 수 있다는 내 안에 용기가 생겼다. 이 용기가 나를 둘러싼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내가 가진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경험이 생긴다면 그 경험으로 우리 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리라 하는 확신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 교육기간동안 아쉬웠던 점은 처음 시도해 본 교육이라서 예산이라든가 여러가지 제약사항들이 있었겠지만 교육의 시간과 횟수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부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연습모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한국NVC센터와 공간을 지원해준 방배4동 주민센터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번 교육을 서울 안에서 받은 분들 중에 희망자를 받아 전라도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소통방 사례 견학을 갔던 시간들도 귀중하고 감사한 시간이고 경험이였다. 뒤에서 섬기고 지원해준 YMCA 사무국에 깊이 감사하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든든한 주민자율조정가로서 자질을 갖추는 영양분이라 생각되며 나의 삶속에서 체화시켜 지역사회에도 기여하여 나의 삶도 풍요로워지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다.

 

서연정 (서초구 소통방 대표)



2019년 서울시와 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 양성지원 네트워크는 

마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이웃 간 분쟁을 예방하고, 

민관이 협력을 통해 이웃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를 양성했습니다. 

서울의 19여개 자치구에서 진행되었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한국NVC센터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