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19. 7. 6. 11:29기린 Life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_ 갈등이 있을 때 감사를 선택하기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새 집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집을 팔아준 부동산에서 새로 살 집을 함께 보면서, 어떤 집을 사야할지 명료해져서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데 가격 조정이 잘 안 되서 보류 상태에 빠졌어요.

 

그러다가 다른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 거에요. 전에 살던 집을 내놓은 다른 부동산이었어요. 집이 어떻게 되었는지 팔렸는지 확인하려고 전화를 한 거에요. 이미 팔았고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가격이 비싼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이 부동산에서 가격을 알아봐주겠다고 한 거에요.

 

그러다 이 새 부동산에서 가격 조정을 해준 거에요. 조율해준 가격을 듣고 그 가격이면 빨리 결정을 해야겠다 싶어서, 새 부동산과 계약을 했어요. 이전 부동산에서 그 걸 알고는 굉장히 화가 났어요. 저를 제소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죄송하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일주일에 2번 정도씩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자기도 중개 수수료 청구권한이 있으며, 과거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판결문도 보내고. 많이 무섭고 위축되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들 세게 나가야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내키지 않았어요.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메시지를 보면서 제 마음만 들여다봤어요. 자기공감을 한 거죠. 뭐가 두려운가 하면서 말이에요.

메시지에 답하지 않고 며칠 있으면서 주변에 조언을 구했어요. 법적인 문제에 대비할 수 있게 준비하라는 말에 그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내가 마음이 안 편한건 뭘까, 왜 그럴까? 계속 보니까, 제가 그 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더라구요. 집을 보러 다니면서 조언을 듣고 제가 결정하는데 참고를 한 게 많았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하지 못한 감사가 있더라구요. 그 분도 자신의 노력이나 수고에 인정 받고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싶은 마음, 그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 분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일이 이렇게 진행된 것에 대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보여준 정성과 노력을 감사하고 있고, 일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감사합니다. 매끄럽지 못했지만, 남아 있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고, 마침 해가 바뀌는 시점이라 새해 인사까지 함께 해서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협박처럼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분이, 조금 수그러진 내용의 문자가 왔어요. 그걸로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제소하더라도 그때 내 입장을 해명하고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구나 하고 있었죠.

그리고 한 달이 지났나, 그 분에게 사과 메시지가 온 거에요.

 

지난 번에 과도하게 대응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노력하는 부동산이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문자를 봤는데, 잠시 먹먹했어요.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나 싶고, 너무 놀랍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감사를 전하는데, 비폭력대화의 힘이 너무나 컸어요. 그리고 비폭력대NVC가 마음을 전달하는데 너무나 유용한 수단이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는 정말 이렇게까지 잘 해결되리라 예상도 못했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메시지 보낼 때, ‘세상이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악용할 거다, 나중에 법적 공방이 생기면 악용할 수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분은 그러지 않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주셨어요.

 

잔금 치르는 날 과일 바구니를 들고 부동산에 가서, 화해를 하고 마무리를 잘 지었어요.

 

이 경험을 연습모임에서 나눴어요. 그냥 작은 일이라 여겼는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어요. 그렇게 공감해주시니, 저도 다시금 감동받게 되네요.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겼어요. 그렇게 작은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