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5. 10:18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교도소 재소인들에 대한 매일 4시간씩 8일간의 워크숍 중 6일째.
처음에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억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분노를 자주 표출하던 분들이 서서히 비폭력대화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
어제 워크숍에서 한 재소인이 자기 방에서 일어난 사례를 시연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면서 일어난 일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였는데 교도소 내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사건과 관련하여 비폭력대화 방식으로 부탁하는 방법을 집단상담 형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그런데 나머지 참석한 사람들도 집단 상담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그런 경우에 통상 하는 행동반응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한 사람이 손뼉을 치며 웃는 일이 있었고 마침 시간이 다 되어 A의 시연을 겨우 마치고 그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시연을 했던 A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제 시연한 내용이 자기에게는 매우 진지한 일인데 시연 중에 다른 참가자가 웃고 박수 치는 것을 들었을 때 매우 불쾌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었다.
마침 오늘은 어제 못한 사람들 중에 자신의 사례를 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더 해보려고 했었다. 그래서 A에게 지금 자신의 마음 상태에서 어떻게 그 사람(박수친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는지 다루어 보자고 제안했다. A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른 주제를 하고 싶다고 했다.
A가 하고 싶다고 새롭게 제안한 것은 자신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갖게 된 새로운 깨우침과 앞으로 비폭력대화를 더 배울 수 있도록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차례의 수감과 재수감을 반복해오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전혀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이번 비폭력대화 워크숍을 통해 이것을 꼭 잘 배우고 싶다는 강한 동기가 생겼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자기가 곧 출소하는데 이것을 더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A의 그런 마음과 부탁을 "자기공감 - 상대공감 - 솔직한 자기표현"이라는 세 모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의 안내를 받으며 나와 함께 시연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안내를 하면서 동시에 그의 부탁 상대가 되어 함께 시연을 하는데 A가 자기 공감을 할 때부터 눈물이 나고 가슴 뭉클하였다. 보고 있는 다른 재소인들도 그 감동스런 과정에 함께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고 나서 모두에게 돌아가며 소감을 물었다. 비폭력대화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는 말들을 들었고 갑자기 나의 소속단체(비폭력대화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나가서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연락하면 나와 만날 수 있는지, 나의 본명(교도소 안에서는 참석한 재소인이나 강사 모두 별칭을 쓴다.)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마침 준비해 간 비폭력대화센터 리플릿을 나누어 주고 미니카드(느낌말과 욕구 목록이 적혀있는 작은 카드인데 여기서는 눈이 안 좋은 분들을 위해 따로 크게 인쇄해서 나누어 주었는데 거기에는 센터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도 나누어 주면서 센터 안내도 하였다. 보조 강사분도 너무 감동이었다고 하며 흡족해 하였다.
교도소 재소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폭력대화 수업은 우선 대상자가 비자발적인 동기로 참여하는데다 재소인 자신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분노에 가득차 있는 경우가 많고 어떤 교육이든 자신들을 강제로 고치려 한다는 인식, 자신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는 강요로 들린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에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인간적인 연결을 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갈 때 서서히 바뀌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교도소 강의에서 비록 짧고 제한된 여건이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를 보게 될 때 참 기쁘다.
하지만 이 교육이 내년부터는 예산이 없어서 교도소 내부에서 자체로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비록 비폭력대화를 전하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그들이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찾아나가길 기원한다.♡
최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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