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4. 11:02ㆍ기린을 위한 주스
“Love everybody love everybody ~~”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장애인권교육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 두 곡.
몇 년 같이 해서인지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오면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1년 전에 부른 노래를 아이들이 기억하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른다.
노래 가사에 아이들 이름을 넣어서 ‘00는 사랑이야. 00는 참 예쁘다’
자기 이름을 선생님이 기억해줄까 하는 표정으로 자기 이름 부를 차례가 다가오면 자세가 반듯해진다. 이름을 맞게 넣어서 노래를 부르면 안심한 듯 빙그레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노래로 마음이 저절로 열리고, 나와 학생들은 가슴으로 연결이 된다.
해마다 4월 20일 즈음에 전교생을 한 반씩 우리 교실(특수학급 혹은 학습도움반)에 초대하여 ‘장애인권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이번에는 스마일 키퍼스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우리 반 학생들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준비하여 교육을 했다.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존중의 시작이라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나서, 동그랗게 앉아서 아침에 무엇을 먹고 왔는지 옆 친구의 말을 잘 듣고 반영해 주고 나의 말을 한다. 그러면 또 옆 친구가 내 말을 반영해주고 자기 이야기 하고..이렇게 한 바퀴를 돈다.
아침에 밥에 물 말아 먹고 온 친구, 아무것도 안 먹고 온 친구, 라면 먹고 온 친구, 바나나 먹고 온 친구, 맨 밥 먹고 온 친구, 딸기 먹고 온 친구..그 중에 가끔 멍 때리느라 이야기를 못 들었다 하는 친구가 생긴다. 그럴 때 살짝 다시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보기 연습도 해본다.
간단한 활동으로 친구가 아침에 무얼 먹고 왔는지 즐겁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이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나누기
밥을 먹는 것, 체육시간에 놀이할 때,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인 실과시간, 멍 때리며 가만히 있는 것, 그림 그리기, 고양이랑 놀 때 가장 행복하다는 친구의 마음을 반영하고 나도 받는 연습을 한다. 그럴 때 찾아오는 이해, 즐거움과 편안한 연결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선물 같은 존재임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반 친구들의 활동 동영상 보기. 하나만 소개하자면,
체육시간에 한 쪽에서 조용히 방해 받지 않으며 줄넘기를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는 표정으로 혼자 노는 아이, 다른 활동에 참여시키려고 하면 머리를 바닥에 찧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어느 날 우리에게 희망, 기쁨, 경이로움을 선물로 주었다.
체육교사가 긴 줄넘기 줄을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돌리는 방법을 가르쳐 줄 때였다. 이 아이에게 긴 줄을 돌리게 해보자는 나의 제안에 친구들도 “잘 안되는데 될까요?” 하며 반신반의 하는 체육교사에게 이 아이가 줄 돌리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해를 구하고 아이에게 돌리게 해보자고 하였다.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으면서도 체육교사와 호흡을 척 척 맞추어서 긴 줄을 열심히 돌린다. 열심히 돌리는 모습을 놀라서 바라만 보고 있던 아이들 몇 명이 “들어갑니다” 하며 들어가서 한참을 뛴다.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체육선생님과 친구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환호에 온 몸을 흔들며 줄을 돌리는 이 놀라운 순간을 촬영하였고, 그것은 일상 속에서 장애인권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순간을 담은 소중한 교육자료가 되었다.
장애인권을 말할 때 다양한 교육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학교에서 늘 함께하는 장애를 가진 친구의 일상을 나누면서 그 학생들의 작은 변화(식습관의 변화, 글을 천천히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잘 하는 것을 통해 친구들과 연결되는 경험, 바느질을 해서 인형을 만들고..)에 언니, 동생들이 같이 관심을 가지고 기뻐하고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따뜻한 분위기, 그 속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의 인권은 저절로 지켜지고 존중되어지리라 믿는다.
이번 장애인권교육에서 우리 학생들의 본성이 연민과 사랑임을 일깨우고 확인하는 시간이 된듯하여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사로 충만하다.
김순임
매년 4월 20일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월 20일 ‘재활의 날’을 이어, 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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