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6. 11:23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여러분들이 찾으신 욕구와 함께 표현한 그림을 설명해주시겠어요?”
한 참가자가 “가고 싶다.”를 표현했습니다.
나는 그분께 “ 어딜요?”라고 물어봤다.
그 참가자는 “집이요. 빨리 나가서 가족들과 살고 싶어요.”
욕구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다. 그래서 상대의 욕구를 듣고 있으면 나에게도 그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올해 초부터 전남 근처 교도소에 요청이 있었고 나는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다. 그 주저함이란 수강생들이 원하는 교육인가?라는 물음과 꼭꼭 닫고 있는 마음의 문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나에게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이 교육을 듣는다면 그분들에게 NVC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분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잘잘못을 떠나서 그 행동 즉, 수단/방법에 연결된 욕구와 만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욕구를 충족할 방법에는 다양한 수단/방법이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
이런 나의 바램이 장흥교도소의 요청으로 연결 되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교도관과 교육장소를 들어가는 길은 참 길었다. 두 문을 통과하고 핸드폰 등 연결수단은 모두 반납한 후 들어간 곳은 다시 문과 문이었다. 그리고 공간과 공간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난 무거운 기운에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교육실에 도착했고 요청했던 셔클 좌석이 나의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줬다. 잠시 준비하고 자리에 앉아서 나의 깊은 곳과 연결해 봤다.
‘내가 지나온 문과 문이 통제의 수단이 아닌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게...’
첫 시간에 나의 상태로 입을 열었다. “참 긴장되네요. 모두 저를 쳐다보고 계셔서요.”
이런 저의 반응에 누군가 받아주셨다. “어디서 오셨어요?”
이 질문에 나도 모르게 주저한 마음은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와 함께 긴장이 샤샤샤 녹아내렸다.
내 눈앞에는 단지 30명의 남성분들이 앉아있는 공간일 뿐이었다.
어느 수업과 똑같았다.
‘책상이 없어 불편하다’ ‘민망하다’ ‘빨리 끝내주면 우리가 그 시간만큼 쉴 수 있다.’
‘내가 배울 일이 아니라 ○○○들이 배워야 한다. 우린 언어폭력 속에 살고 있다.’
수업을 끝내고 건물을 빠져나오는 그 문들은 처음의 문들이 아니었다.
5시간 함께하고 나온 그분들과의 이야기가 있는 문이 되어있었다.
이곳에 NVC연습모임의 불씨가 꽃피울 수 있다면.
이곳에서 교도관 한분이 꾸준히 모임을 이끌어 줄 수 있다면.
이곳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풍요로운 꽃으로 피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본다.
홍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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