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일이 너무 잘 되는 영상감독, 이종철님

2026. 1. 29. 10:53기린 Life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일이 너무 잘 되는 영상감독, 이종철님

 

2025년 1월 이종철감독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비폭력대화를 영상으로 만드는 일에 진심이신 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시도해 오신 여러 가지 일들, 특히 캐서린선생님 강의를 두어차례 영상으로 만들다가 중단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와 함께 대화하는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었지요. 그 사이 감독님은 놀랍게도 한국NVC출판사와 사무실을 공유하게 되었고, 감독님이 8월에 다시 제안을 해주셔서 강의장을 셋트장 삼아 ‘캐서린과의 대화’ 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대학에서는 불교철학을 전공했고, 미국으로 유학가서 사진을 전공한 후 일도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대미술작가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를 하다가, 지금은 영상 일도 하고 있어요. 영상 일은 코로나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 5년 차에요. 주로 갤러리와 미술관 영상, 사진 작업을 하고 있어요

- 비폭력 대화는 어떻게 배우셨나요?

 

첫째 아이가 허니문 베이비였어요. 저는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을 하고 갤러리에서 일하는 아내는 출퇴근을 해야 해서 제가 육아를 맡게 되었어요. 결혼하면서 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시기라 반백수 상태여서 육아를 맡았는데, 낮에는 육아를 하고 밤에는 사진 작업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고 대화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의 생존을 위해 대화 관련 책들을 엄청 봤어요. 2014년 당시는 지금처럼 E북이 활발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해야 하니까 이북을 다운받아서 블루투스 끼고 엄청 들었어요. 그러다가 ‘비폭력대화’도 듣게 되었는데, 다른 것과 달랐어요. 다른 책들은 대부분 정신과의사들이 사례 위주로 썼는데, ‘비폭력대화’는 상황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대화방식을 정리해 놓아서 너무 좋았어요.


책을 읽은 후 워크샵을 듣고 싶었는데, 업무 미팅도 집에서 아이 밥먹이면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는데, 너무 없는 거예요. 가끔 비폭력대화를 배운 분들이 만든 영상들이 있었지만 비폭력대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영상은 없었어요. 사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영상이 별로 없어요. 그때부터 영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과 워크숍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영상들이라고 생각했고, 언제든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연년생인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낸 2019년, 드디어 비폭력대화교육원에 가서 수업을 들은 후, 캐서린샘을 만나 제가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무래도 책은 한계가 있고, 저 같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영상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요. 마침 당시 스포츠 관련 프로젝트 기금이 있어서 영상을 몇 개 만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자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비폭력대화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야 힘이 붙으니까요.

- 배운 후에는 어떠셨어요?

저는 완전 에피소드 덩어리예요. 비폭력대화 배우고 나서 좋은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어요. 한번은 광고 촬영차 선배와 파리에 갔다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선배 신용카드에 문제가 있는지 결재가 안되었어요. 제 카드를 쓸까 하다가 조금 불안했어요. 선배가 먼저 돈을 쓰고 나중에 회사에서 환급해주는 방식이었거든요. 그래서 담당자에게 제 카드를 써도 되냐고 카톡을 보냈는데, 자기네가 알아서 할테니 그냥 와서 일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일이 잘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선배가 저에게 연락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없고, 얘기를 하다가도 “그때 네 카드로 결재했어야 했는데”, 이 말을 계속하는 거예요. 카톡할 때도 뭔가 미진한 듯 ...을 찍었어요.

 

문제없이 잘 해결됐는데 여러 번 그러니까 어느 순간 화가 나서 한마디 할까 하다가, 갑자기 책에서 읽은 공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공감하는 글을 카톡으로 보냈어요. “상황이 그렇게 되서 중간에서 되게 난처했겠어요.” 이 문장 하나였어요. 근데 진짜 비현실적으로 모든 카톡에서 점 세 개가 느낌표 세 개로 바뀌고, 목소리 톤이 바뀌었어요. 그때 비폭력대화의 효과에 대해 너무 놀랐어요.

이미 해결된 일인데 왜 자꾸 그때 얘기를 자꾸 꺼내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그건 제 입장이었던 거죠. 당시 모두가 쿨하게 지나가면서 그 분이 난처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게 계속 남아서 그때 얘기를 자꾸 꺼내면서 그냥 자기 마음 알아주기만을 바랐던 거였어요.

 

저는 비폭력대화 배운 이후 일이 너무 잘 되고 있어요. 몇 년째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에요. 저는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상대의 ‘욕구’를 완전히 몸으로 깨달았어요. 육아할 때 저는 아기를 재우고 나서야 일을 했어요. 보통 아기가 이 시간에 분유를 먹고 낮잠을 자니까 그 때 빨리 업무통화도 하고 사진작업도 해야지, 그러고 있는데, 가끔 아이가 잠을 안자고 울면서 떼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기저귀를 갈아줘야 되나, 분유를 더 먹여야 되나, 하면서 아이를 살펴요. 뭔가 욕구가 충족이 안 되니까 저러겠지, 나를 괴롭히거나 방해하려고 그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것처럼 어른들도 말은 복잡하게 하지만 결국은 자기 욕구를 알아달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걸 육아하면서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클라이언트가 일을 추가하거나 돈을 깎으려고 하거나 빨리 해달라고 하면, ‘이게 무슨 의도지? 왜 나한테 이러지? 떠보는 건가? 아무 때나 요구하면 다 해줘야 돼?’ 이렇게 생각하면서 상대가 괘씸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상대가 아무리 요청해도 내가 거절하면 되는데, 거절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까 불편해지고,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즐겁게 만났다가 끝날 때는 서로 감정이 상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는 그런 문제가 없어졌어요. 기분 좋게 시작해서 기분 좋게 끝나요. 클라이언트가 요청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제가 거절을 안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지레짐작을 안 하게 되었군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왜 안돼? 10분도 안 걸리는데 잠깐 해주면 되잖아” 그러면 “계속 해주면 버릇돼. 안 된다는 걸 가르쳐야 돼” 그래요. 그러나 저는 ‘클라이언트를 가르치려는 순간 일을 못한다고 생각해요. 가르치려는 사람에게 누가 일을 주냐,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지’, 그런 생각이에요. 예전처럼 경쟁이 덜하거나 정보가 부족할 때는 그게 통하지만, 요즘은 대체되기가 너무 쉬운 시대에요. 그래서 상대의 욕구대로 해요. 원래는 안 급했는데 갑자기 급해질 수도 있잖아요. 예컨대, 대표 확인을 받아야 되는데 대표가 갑자기 출장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는 거죠. 어쨌든 중요한 건 상대의 욕구라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없으면 이유를 설명해요. 다른 일정이 있다거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거나, 예산이 더 필요하다거나,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요. 그 과정에서 기분이 안 상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추가 요청을 받았을 경우, “얼마가 추가로 드는데 괜찮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무슨 얘기에요? 지금 이게 얼마짜리 프로젝트인데” 하는 건 완전 달라요. 후자일 경우 상대는 기분이 상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객관적인 얘기만 해요. 저에게 불필요한 긴장이 없으니까 상대방도 그렇게 안 느껴요. 그게 좋아진 점이에요. 그 사람과 말하면 왠지 피곤해서 뭐 하나 물어보지도 못하겠어, 짜증을 내지는 않지만 뭔가 불편해,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면 계속 일하기 힘들어지는데, 비폭력대화를 배운 이후 상대가 뭘 원하는지에만 집중하니 감정적으로 긴장감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졌어요.

 

제가 일할 때는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제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사람들이죠. 그런 관계에도 비폭력대화가 큰 도움이 되요. 며칠 전 함께 작업하는 친구가 말하길, 사람들이 문제점 얘기는 많이 하는데 칭찬을 잘 못하는 것 같다면서, 칭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칭찬보다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게 좋다고 말했어요. 평가를 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받기가 쉬워요. 그래서 저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식으로 얘기해요. “잘했다, 대단하다, 최고다” 라는 말보다, “꼼꼼하게 작업해줘서 고맙다”, “감각적으로 잘 해줘서 고맙다”고 구체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거죠.

 

감사는 클라이언트들에게도 해요. 클라이언트 중에는 피드백을 꼼꼼하고 빠르게 해주는 분이 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죠. 어떤 사람은 결과를 보냈는데 한 달 동안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내일까지 해 달라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른 일정이 있는데 갑자기 내일까지 해달라고 하면 곤란하죠.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도 “빠르게 회신해 주셔서 고맙다, 잘 챙겨주셔서 즐겁게 촬영했다. 작업이 즐거웠다”고 고마움을 표현해요. 칭찬은 일종의 평가잖아요. 비용을 지불하고 일을 맡긴 클라이언트에게 칭찬은 적절하지 않은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감사를 평가적으로 해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40이 넘었는데, 클라이언트들은 업체 담당자들이라 30대 초반 여성들이 많아요. 그런데 중년 남성이 수고했다고 하면 ‘애 취급하나, 내가 자기 직원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최근에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들을 통해 알았어요. 둘째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너무 좋아해서 부모님댁에 가면 항상 그분들과 같이 자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면서 둘째에게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연락을 자주 못 해서 죄송한데 네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너무 좋아하고 잠도 같이 자니까 아빠가 너무 고맙다”고 말을 했어요. 그게 좋았는지, 할머니하고 자러 갈 때 저한테 확인을 하는 거예요. “아빠가 나한테 고마운 거 맞지?” 그 때 감사가 너무 잘 전달된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일을 하면서 특이한 경우가 많아요. 같이 일하는 담당자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이에요. 학생 시절 아르바이트 할 때도 30대 초반 여성들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그래서 처음에는 ‘누나’였다가, 어느 순간 ‘동갑’이 되고, 지금은 ‘동생’이 되었어요. 예전에 선배들이 그런 말을 했어요. 갈수록 담당자가 어려져서 일하기 어렵다고요. 자기네가 담당자를 어려워 하는 게 아니라 담당자들이 자기들을 어려워해서 일할 기회가 점점 없어진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비폭력대화가 도움이 많이 되요. 비폭력대화에서는 20대 초반이든 80대 어르신이든 똑같이 존중하잖아요.

 

- 그래서 비폭력대화를 배운 이후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생기는 거군요.

그렇죠.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 계속 연락하기도 하고, 그분들이 소개해 주기도 해요. 대개 담당자들은 자기보다 더 젊은 사람들하고만 일을 한다고 하는데, 저는 거의 모든 방향에서 일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젊은 담당자가 저희 작업을 보고 연락을 하거나, 전에 같이 일한 코디네이터나 어시스턴트가 큐레이터가 되어 연락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 나이 있으신 대표나 결정권자가 저희랑 하라고 해서 연락오는 경우도 많아요. 대체로는 젊은 분들 연락이 많아요.

제 영상 스타일이 각 잡고 찍는 영상이 아니라 유연한 영상 스타일이라 젊은 분들에게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스타일이 맞아도 일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일하고 싶지는 않죠. 근데 비폭력대화에는 상하가 없고 기본적으로 모두를 존중하는 대화 방식이니 어느 쪽하고도 잘 맞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나이가 많든 적든 제가 소통하는 방식은 똑같아요. 일하다 보면 고맙거나 미안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저는 미안하다는 말도 되게 잘 해요. 물론 비폭력대화 측면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급한 불 끌 때는 사과가 제일 빠르죠. 앉아서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 감사, 공감 외에 부탁을 할 경우도 있을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부탁할 때도 엄청나게 비폭력대화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 제가 일은 많은데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부탁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도 항상 구체적으로 부탁을 하고, 이유를 얘기해요. 이유를 얘기하고 안 하고는 큰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그날 시간 되면 거기 가서 촬영하라고 말하는 것과, 그날 내가 일이 있어서 촬영이 어려운데 네가 해줄 수 있겠냐고 말하는 건 내용은 같지만, 상대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져요. 즉, 지시를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를 도와주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왜 요청을 하는지, 상대가 이걸 해줬을 때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꼭 얘기해요.

 

클라이언트한테 요청받을 때도 그래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언제까지 해주세요’, 이렇게만 말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는 비폭력대화로 훈련되었기 때문에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이해하지만,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에서 그런 연락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안 좋아져요. 왜 급하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그 정도로 가치 없다는 거야? 하라면 해야지, 이런 건가?’ 싶어져요. 우리 분야는 표현이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경우가 꽤 많아요. 그래서 저는 요청할 때 왜 이 부탁을 하는지를 꼭 얘기하려고 해요.

- 비폭력대화를 책으로만 보다가 영상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제안을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한번 찍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어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적당히 준비해서 일단 진행하고 점차 수정해 나가는 건데, 보통은 너무 제대로 하려다가 아예 못하거나, 너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막 해버리거나 둘 중 하나에요. 후자의 경우는 결과가 잘 나오기 어렵죠. 저도 처음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잘 안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가 NVC출판사와 사무실을 같이 쓰게 되면서 이전에 대표님이 제안하신 대로 캐설린선생님과 대표님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찍었는데, 저는 되게 좋더라구요.

 

- 앞으로 어떤 영상을 찍고 싶으세요?

다다익선이죠. 강의 영상 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별 영상을 많이 만들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을 한 건 NVC1을 듣고 난 후였어요. 김보경 선생님 수업이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책을 읽고 혼자 이해하는 것과 누군가 풀어서 설명해 주는 건 너무 다르더라구요. 유튜브에는 비폭력대화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만 설명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대화모델 설명이 중요하지만, 이미 다 책에 나와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수업을 들어보니 다양한 사례가 있고, 또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강사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거 같더라구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욕구를 설명할 때였어요. 선생님이 참가자들에게 원하는 욕구를 얘기해 보라고 했는데, ‘남편이 일찍 들어왔으면 좋겠다’,‘ 애들이 공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이 많았어요. 그 말을 듣고 선생님이 욕구 리스트에 남편이나 자식이 있는지 보라면서 설명을 하는데 너무 이해가 잘 되는 거예요. 이렇게 강사마다 설명 방식이 다를테니, 강사별로 NVC1 수업을 녹화해도 전혀 다른 콘텐츠가 나올 것 같아요. 저는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으로 영상 편집을 배우면서 작업을 했어요. 그러면서 여러 상황에 대한 영상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폭력대화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저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도 해서 영어가 중요했어요. 제가 영어를 좀 한다 싶었는데, 유학 첫해에는 수업을 못 알아 들어서 친구들이 제 노트를 써줬어요. 그러다 2학년 때는 영어 많이 늘었다면서 친구들이 칭찬도 해주고 틀리면 고쳐주기도 했어요.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러면서 영어를 빠른 시간에 배웠는데, 결국 열쇠는 문장을 외우는 거였어요. 외운 문장 안에서 단어만 바꿔가며 얘기를 한 거죠.

비폭력대화도 계속 문법만 설명할 게 아니라 문장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문장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으면 응용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비폭력대화와 관련한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공감 사례도 책 속에 있던 사례가 기억나서 그대로 적용한 거였어요. 제 사례에서도 아기가 우는 건 아기의 욕구 때문이지 다른 저의가 있는 게 아니라고 머릿속에 정리가 되니까 어른한테도 바로 적용할 수 있었던 거지요. 강사님들은 그런 에피소드를 많이 알고 계실 테니, 많이 발굴해서 영상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또 비폭력대화의 핵심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영상도 좋을 거 같아요. 예컨대, 어떤 사람이 무조건 나를 좋아할 수 있는데, 저는 그게 하나도 부담이 안 되요.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비폭력대화 방식으로 얘기하면, 그분들은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원하는 가치에 제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제가 하는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저를 싫어 할 거에요. 그들이 연락하는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냥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욕구에 내가 하는 작업이 부합해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깊이 생각할 문제는 아닌 거죠. 이런 것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정리를 잘해 주셔서 이해가 쏙 된 거에요. 그래서 좋은 문장은 외워야 되요.

 

- 실전 대화를 영상으로 찍는 것도 좋을까요?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론이 아니라 문장이나 이미지가 머리에 들어가 있어야 자극을 받을 때 바로 나올 수 있거든요.

- 저는 자칼말로 하는 대화와 기린말로 하는 대화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영상을 찍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 영상작업 할 때 그런 영상을 만들려고 배우를 고용해서 강사가 하는 말에 게속 딴지를 걸라고 요청했어요. 비폭력대화 책에서 말하는 게 실제 작동이 될까,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강사가 말하면 배우들이 딴지를 안 걸고 고개를 끄덕이는 거에요. 쉬는 시간마다 딴지를 걸고 삐딱하게 나가라고 계속 말을 했는데도 강사님들에게 끌려가더라구요. 이런 것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제가 책에서 읽은 사례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동료의 불만을 십 년째 매일 아침 듣고 있는데, 회사 일보다 동료 얘기 듣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담선생님 말씀이, 누군가가 얘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거는 핵심 욕구를 공감받지 못해서 그런 거다, 핵심 욕구를 공감해주면 끝난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동료를 공감했더니 불만이 딱 멈췄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읽으면서 ‘말도 안돼,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데 그런다고 갑자기 멈춰’, 그랬는데 제 경험으로 점 세개가 느낌표 세개로 바뀌는 일이 벌어진 거에요. 그때 제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건 책에서 읽은 그 에피소드와 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말을 반복하는 건 핵심 욕구를 공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걸 기억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공감을 시도해볼 수 있었고, 공감하니까 되는 걸 본 거에요.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요.

- 가족과의 대화는 어떠세요?

 

아내와의 대화에서 힘든 건 별로 없어요. 가끔 제가 폭력적으로 얘기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결정, 자칫하면 긴장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일 때는 비폭력대화를 해요.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연연생인데, 제가 신경 써서 대화하고, 가끔 말하는 방법을 고쳐줘요. 예를 들어 둘째가 “언니가 이거 하고 싶데” 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 거를 얘기해” 라고 해요. 또 “이거 너무 좋지 않아?” 라고 돌려 말하면 “네가 갖고 싶은 이유를 명확하게 얘기해. 사줄 수 있으면 사줄 게” 라고 말해요. 그래서 요즘은 원하는 것과 이유를 분명하게 얘기해요.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기쁘고 신납니다. 이종철감독님도 비폭력대화를 배우고나서 부터 일이 많아져 잠을 못 잘 정도라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런 분이 마음을 내어 비폭력대화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감독님의 영상을 통해 비폭력대화가 좀 더 널리 퍼지고, 워크샵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배움의 다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일터에서 NVC

인터뷰 : 윤인숙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