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사내강의를 하며 국제공인트레이너를 꿈꾸신 김상학님

2025. 11. 3. 15:54기린 Life

 

 

김상학님은 2024년 1월 경주에서 열린 IIT(국제심화워크샵)의 홈그룹 멤버로 만났습니다. 코치라고 하시길래 참가자 프로그램으로 코칭세션을 제안했더니 바로 시작을 하셨고, 제가 1번으로 코칭을 받았습니다. 그 코칭대화 덕분에 바로 교육원에서 기업대상 소개강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후 기업관련 일이 있을 때마다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 반갑습니다. LG전자에 계시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계시죠?

 

온라인코칭플랫폼 ‘빅거츠’ 라는 3년차 스타트업 회사에 적을 두고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나 일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를 코칭하기 위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목적 발굴에 포커스를 둔 프로그램을 올해 초에 같이 개발했고, 지금은 ‘라이프 디자인 세르파(Life Design Sherpa)’라고 제가 이름 붙인 역할로 함께 일하고 있어요. 직장인들에게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진짜 보람을 느끼는 거에요. 월요일 회사 가기 싫어서 일요일 밤에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좋고 잘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일을 찾는 게 좋겠죠.

 

- 비폭력대화는 언제 어떻게 배우셨어요?

 

10년 전이에요. 신촌센터에서 수요일 저녁 수업을 들었고, 박재연샘이 강사였어요. NVC2, 3은 김효선, 이경아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당시 아들이 사춘기여서 대화가 잘 안 되었어요. 사실 그 나이대 아이와 얘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무리였을 거에요. 당시 저한테는 그랬어요. 학교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합리적으로 말하는 것만 훈련을 받았지, 공감을 해라, 상대방의 느낌을 물어봐라 이런 거는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LG전자 사내 교육 담당자로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교육이나 소통 강의를 했는데,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의 기준에 따라 직원들한테 설명하는 것만 배우고 익히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과는 소통이 잘 안 됐죠.

 

교육 담당자니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찾아보고 이런저런 교육을 많이 쫓아다니면서 배웠어요. 그때 리더십 프로그램과 데일 카네기 교육도 받았고, 비폭력대화도 알게 되었는데 제목을 보니 필요할 것 같았어요. 가족소통 뿐 아니라 교육 담당자로서의 관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을 신청했는데 수료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어요. 당시 이천에서 근무를 했는데, 매주 수요일 저녁 수업시간에 맞춰 가는 게 큰 도전이었죠.

 

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아보니 다른 교육과 많이 달랐어요. 가정집 2층에서 하는 것도 생소했고, 참가자들이 동그랗게 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어떤 분들은 감정에 치우쳐서 울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진짜 적응을 못하겠더라구요. ‘이런 얘기를 알지도 못한 사람들한테 한다고?’ 박재연 선생님이 잘 진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어요. 그게 그때의 저였던 거죠.

 

그런데도 이후 몇 달에 걸쳐서 계속 들었어요. 듣다 보니까 비폭력대화는 회사 교육용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바뀌어야 되겠구나 싶었어요. ‘가족과도 연결되는 대화를 못하고 있는데 이걸 누구한테 가르쳐?’ 이런 마음이어서 한동안은 가르칠 생각을 못했어요. 제대로 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한동안 고민의 시기를 거쳤어요. 당시 외국 트레이너가 와서 ‘비즈니스를 위한 NVC’ 강의를 할 때도 쫓아가서 듣고, 센터에서 판매하는 마샬의 DVD도 사서 들어보니 비폭력대화는 평생 해야 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이 만큼 공부했으니까 나는 이제 비폭력대화로 살고 있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비폭력대화는 코칭과 맥이 많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코칭은 그 후에 접했지만요) ‘코치는 코칭 대화할 때만 코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 돼. 평상시에는 별로 코치스럽지 않게 살아도 돼.’ 이건 말이 안 되지요. 이와 비슷하게 ‘비폭력대화도 평소 대화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남다른 게 있어야 강의가 먹힐 거다’ 그런 마음이었어요. 근데 어떤 계기였는지 문득 이제는 강의를 해야 되겠다 싶었고, 강의를 하면서 국제공인트레이너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걸 하면 제대로 성찰하고 체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웹사이트를 보고 캐서린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지요.

 

- 비폭력대화를 먼저 접하시고 그 다음에 코칭을 배우셨군요.

 

코칭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코로나 전인 2018년이에요. 코칭을 배우면서도 많이 깨지고 내가 진짜 변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코칭에서는 비폭력대화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고객과 연결이 안되면 고객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으니까요.

 

삼성전자 전무 출신이셨던 분이 떠오르네요. 퇴임하시고 코칭을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고 저랑 같이 배우셨는데, 기업 임원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지적을 많이 받으셨어요. 그때 충격을 받으셨는지 이후 엄청나게 본인을 깨고 바꾸려고 노력을 하셨어요. 10개월간 격주 토요일마다 하는 125시간짜리 교육과정이었는데, 과정이 끝날 때쯤에는 이분이 그때 그분 맞아? 이럴 정도로 바뀌셨어요. 그 분은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셔서 삼성전자 협력사 CEO 역할을 하고 계신데,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사람은 안 변한다고들 얘기하지만 그분이 몇 달 만에 바뀌는 걸 보니까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지가 있고 필요성을 느끼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거죠.

 

- 코칭교육을 받은 후 사내 코치가 되셨나요?

 

바로 사내 코치가 되지는 못했어요. 그때만 해도 사내 코치는 지극히 예외적이었어요. LG전자 뿐 아니라 LG그룹 전체 차원에서도 그랬어요. 저보다 5년 선배는 코칭을 접하고 이걸 해야 되겠다는 소명감을 느껴서 어떻게든 사내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돼서 퇴사하셨어요. 지금은 코칭 회사 대표로 사업 잘 하시고 계신데 초반에는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어요. 그런 선배들이 조금씩 일구어놓은 것들이 토대가 되서 제가 PCC 자격을 취득한 즈음에는 회사에서 사내 코치를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룹 차원에서 사내 코치들을 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처럼 본인의 관심과 의지로 공부했던 사람들은 후배 사내 코치들을 돕는 역할을 맡았어요. 저는 지금 회사를 나와서 활동하고 있지만, 후배들은 사내에서 코칭도 하고 슈퍼비전도 하고 리더 교육도 하고 있어요. LG에는 사내코치들이 워낙 잘 성장해서 이제는 외부에서 들어갈 틈이 없어요.

 

 

 

- 사내 코치들의 코칭 대상은 어떤 사람들이에요?

 

중간관리자인 팀장, 실장, 파트장 위주로 알고 있어요. 사내코치라고 해도 코칭을 전업으로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HR 부서에 계신 분들이 코칭을 많이 하는데 다들 자기 본연의 역할이 있고 코칭 활동은 전체 업무의 20~30% 정도일 거예요. 저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일과 코칭이 반반 정도 됐어요. 코칭은 보람을 많이 느껴서 근무 외 시간에도 했어요. 제가 코칭했던 팀장 몇 분은 일과 중에 시간이 없어서 업무 후나 주말에 줌으로 하기도 했지요.

 

- 부서장들이 같은 직원에게 코칭받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불편해했죠. HR 파트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어디 기록되는 거 아니냐면서 외부 코치들을 선호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LG전자 팀장이 LG유플러스의 코치한테 코칭받는 게 일반화되는 분위기에요. LG그룹 차원에서 리더들에게 코칭 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고, 사내 코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들었어요. 예전과는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대기업의 경우, 전에는 50대 임원과 60대 임원 출신 코치를 매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젊은 사람들과도 매칭해요. 제가 LG에 있을 때도 자기보다 젊은 코치가 더 괜찮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어요. 지금은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젊은 코치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가 속해 있는 빅거츠에서도 젊은 코치들을 많이 육성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 비폭력대화는 회사에서 어떻게 적용을 하셨나요?

 

비폭력대화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배운지 5년쯤 지나니 마냥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맡은 역할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거니까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은 기업대상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이 없었고, NVC1 전체를 다 교육한다는 것도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교육원에 물어봤어요. 제가 하루나 오후 세션으로 구성해서 강의해도 괜찮겠냐고 물으니 비폭력대화교육원 인증강사가 아님을 밝히고 회사 상황에 맞게 강의하는 건 괜찮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배운 것과 책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관리자 대상 교육을 시작했어요. 그때가 코칭을 배우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해요. 본격적으로 사내에서 가르쳐 보겠다는 마음을 내니까 더 많이 자극이 되었어요. 강의에서는 솔직하게 제 얘기를 했어요. 비폭력대화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체화해서 강의하는 게 아니라 나도 갈 길이 멀다구요. 아들과 힘들었던 것도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직장에서 어떻게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가 강의의 주된 목적이지만 팀장님들 삶에서 가족간 대화가 안 되면 직장에서도 어려울 거라고 이야기하니 다들 동의 했어요. 와이프랑 매일 티격태격하고 서로 비난하다가 회사에 와서 팀원들한테 “힘들지?” 라고 말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오늘 하루 워크숍 한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기대하지 말고, 그냥 한번 같이 해보자고 말하면서 느낌도 얘기하고 욕구도 얘기했어요.

 

처음에는 책에 있는 이야기 하네, 하면서 심드렁해했죠. 그러다가 실제 본인들 사례를 꺼내서 느낌, 욕구 카드를 가지고 대화하기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욕구까지도 안 갔어요. “느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거네요. 그냥 기분 드럽네, 째지네, 이렇게만 표현하니까 연결이 안 된 거였군요” 라고 얘기했어요.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으니까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다. 이제 아셨으니 이제부터 하면 된다. 저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노력중이다” 라고 말하면서 시행착오한 이야기를 하니 조금씩 더 마음이 열렸어요. 그렇게 퇴사하기 전까지 매년 서너 차례 팀장 대상으로 교육을 했어요.

 

교육은 하루 종일 하기도 하고 반일만 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요청이 와서 공장에서 일하시는 감독자들과도 했어요. 그분들은 생산성을 따져야 되고 일도 힘들어서 표현이 직설적이에요. 그러나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어떤 상황에 있든 비폭력대화는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얘기하는 거라 참여자 중 절반 정도는 참 좋다, 어떻게 더 할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러면 책을 소개해 드리고, 더 진지한 분이 있으면 비폭력대화센터를 소개해 드렸어요. 제가 LG를 나온 다음 유일하게 강의를 요청받은 게 비폭력대화였어요.

 

- 교육에는 몇 명 정도 참여했나요?

 

적을 때는 10여 명, 많으면 20여 명이 들어왔어요. 강의는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제목으로 해서 진행했구요. 교육 중에는 현장 얘기, 직장 얘기도 하지만 가족 얘기가 더 터치가 잘 되요. 참가자의 소속과 직무가 다르고, 사무직과 생산직이 같이 들어오기도 했기 때문에 일 얘기를 하면 맥락이 다른데, 가족 얘기를 하면 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았어요.

 

- HR 담당자들을 비폭력대화 사내 강사로 양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방법이에요. 실제로 LG전자 사내 코치들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 강의할 수 있어요. 비폭력대화에서는 교육원강사, 국제공인트레이너, 협력강사만 있고 사내강사는 없잖아요. 글로벌 프로그램은 사내강사가 일반화되어 있어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Seven Habits) 교육이나 여타 리더십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강의 시연을 해서 통과하면 자기 회사 안에서 강의할 수 있게 해줘요. 어떤 리더십 프로그램은 싱가포르에 가서 4박 5일간 교육받고 사내강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3일간은 강의를 하고 4, 5일 차에는 참가한 사람들이 시강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퍼실리테이터의 내면이나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콘텐츠를 온전히 설명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즉, 지식 전달이 목적이죠.

 

그런데 비폭력대화는 지식 전달만으로는 안되는 것 같아서 우려가 있긴 하죠. 저도 직원들 앞에서 비폭력대화 강의를 할 수 있겠다고 마음먹은 게 배우고 5년만이었으니까요. 제 자신에게 엄격했을 수도 있고 확신이 필요했을 수도 있는데, 그 정도로 비폭력대화는 다른 리더십 프로그램과 다르긴 해요. 그렇지만 수요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다른 프로그램처럼 사내강사 양성과정을 만들면 그 회사안에서는 사내강사로 인해 비폭력대화가 전달되는 거니 비폭력대화 확산차원에서도 좋을거 같구요. 교육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겠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알리는 좋은 방법인 것은 확실해요.

 

- 네. 선생님이 경험자시니까 도와주시면 좋겠네요. 사내 강의를 18년부터 1년에 네 다섯 차례 하셨으니 그때 뿌린 씨앗도 꽤 많겠네요.

 

아쉬움도 커요. 코칭이 많이 부각되고 사람들이 인식을 많이 하게 된 계기는 LG전자 소속 본부 한 곳에서 팀장들에게 KAC 자격을 취득하라고 한 거였어요. 그게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중의 하나가 되었어요. KAC는 24시간 교육받고 50시간 코칭 실습하고 필기시험과 실기 테스트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받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NVC적 접근을 가미하면 좀 더 풍성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요.

 

코칭에서는 고객이 기존의 관점과 행동을 바꾸는 게 중요한 포인트이고, 코치가 혜안을 가지고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갖고 있는 내면의 자산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런 발견의 과정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잘 연결돼야 하는데, 제대로 연결하는데 필수적인 게 공감이에요. 그냥 둥둥 뜨는 얘기 하면서 여태까지는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안 됐으니까 이제부터는 더 신경 써 보라고 얘기하는 건 굳이 코칭으로 할 필요가 없지요.

 

- 우리 회원 한 분이 코칭 중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해서 왜 기초가 아니고 중급인가 궁금했는데 말씀 들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네요. 코칭대화에 공감과정이 들어가면 더 풍성해질 테니까요. 기업에서는 어떤 강사를 원하나요?

 

안타깝지만 사내 교육 잘 받아서 실전에 써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교육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진급 필수 교육은 좀 다르지만, 일반 교육은 회사에서 시키니까 와서 팔짱끼고 듣다가 강사가 재미있게 말하면 덜 졸리고 그런거죠. 강사가 무대에서 프레젠테이션 식으로 강의를 하면 입담이 어느 정도 받춰줘야 되고, 비주얼도 중요해요. 그런데 참가자들이 본인 이야기를 하게 하고 그걸 통해서 깨달을 수 있게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면 입담이나 비주얼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LG에서 수업할 때는 1시간 정도만 설명하고 이후에는 참가자들끼리 얘기하게 했어요. 그게 팔짱 끼고 앉아있는 것 보다는 낫거든요. 실습이 끝나면 돌아가면서 얘기를 나누어요. 그럼 서로 공감되니까 웃고 마무리하죠. 비폭력대화 강의는 의사소통 트랙에 있었고, 진급교육이 아니라 학교로 치면 교양수업이었어요. 서너 시간 또는 하루 과정이니까 대부분 하루 일 안 하고 쉬다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 와요. 처음에는자기 얘기를 하라고 하니까 이런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끝날 때는 많은 분들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올 걸 그랬다고 얘기해요.

 

- 비폭력대화를 배운 후 5년 뒤에야 가르치겠다고 하신 게 놀랍고도 감사하네요.

 

NVC3까지 듣고 내용은 어지간히 이해했죠. 그런데 삶에서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런 모습으로 누구 앞에서 비폭력대화를 얘기할 수 있겠나 싶었어요. 소위 자기검열을 한 거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확신이 덜 하더라도 이제는 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그때 저에게는 중재과정이나 라이프 등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없었어요. NVC3만 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때 그 과정을 들었다면 좀 더 체화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제 나름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사내에 알려야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와닿았던 게 컸기 때문이에요.

 

NVC1 수업 첫 시간에 느낌욕구 카드를 보고 ‘와! 이런 게 다 있네!’ 싶었어요. 바로 카드를 사가지고 와서 아내하고 아들, 딸을 다 모았어요. 세 시간 수업을 했으니 당연히 뭔가가 남았겠지 싶어서 시도를 했는데, 완전히 폭망했어요. 와이프가 어디서 또 이런 걸 배워가지고 우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냐고, 하지말라고 하더라구요. 첫 시도는 실패였지만 비폭력대화는 내가 몰랐던 것들이 잘 정리돼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있었어요.

 

마셜 선생님 강의도 인상적이었어요. 리더십 프로그램에서는 주위를 확 끌고 목소리도 높였다 낮췄다 하는 식의 강의가 잘 하는 거라고 말했는데, 마셜은 기타를 치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서 조곤조곤 얘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렇게 강의를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그게 저한테도 익숙한 방식이라 확신이 생겼어요. 어떤 메시지가 있고 그걸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거죠.

 

첫 사내 강의를 마치면서 전에 들었던 CT(Certified Trainer, 국제공인트레이너)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강의를 해보니 제대로 자격을 갖추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만큼 배우고 나름대로 정리해서 한 강의에 대한 반응이 이 정도로 괜찮으니, 정식 트레이너가 되서 제대로 하면 훨씬 더 좋겠다 싶었어요. 또 인증과정 자료를 보니까 강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비폭력대화를 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니, 그것도 저에게 필요한 것 같았구요.

 

그래서 무턱대고 캐서린선생님에게 CT 신청 메일을 보냈어요. 몇일 후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CT가 되려면 이러이러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라고 내용으로 답장을 보내 주셨는데 그걸 보고 허걱했어요. 회사 생활하면서 당장 하기는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코로나를 핑계로 묵히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캐서린선생님이 몇 년 전 제가 보낸 메일을 체크 하시고는 아직도 관심 있냐면서 경주에서 열리는 IIT에 참석해보라고 권해 주셨어요. 그래서 다시 연결이 된 거죠. 캐서린선생님을 보면 비폭력대화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평생을 사시는 것 같아서 존경스러워요. 저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 CT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어요.

 

- 아, 그러셨군요. 회사를 나오신 이유는 코칭을 전문적으로 하시고 싶으셨던 건가요?

 

그게 주요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비폭력대화와 코칭은 많이 겹쳐요. 코칭에서는 내가 온전히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그런 마음들을 계속 건드려요. 배움의 단계가 조금 올라가니 ‘당신은 삶에서 뭘 얻고 싶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 회사 다니며 밥벌이하고 있으니 나중에 나가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생각하면서 코치로서 많이 배우고 회사 안에서 사내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만난 고객들이 대체로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닌데, 그건 나답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많이 올라왔어요.

 

그러면서 20년 안 채우고 2023년에 회사를 나왔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 회사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제가 매년 언제 회사 그만둘지 모른다는 얘기를 아내한테 했다고 하더라구요. LG에 있으면서 조건이 불만족스러웠다기 보다는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있으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주말이나 저녁 시간, 휴가를 써야 되는 게 불편했어요. 월급날 기다리면서 조직내의 역할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회사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하는 게 코치로서 잘 살아내는 모습인 것 같았어요. 또 ‘후배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데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게 맞나?’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내가 나가면 신입사원 두 명을 더 뽑을 수 있으니, 후배들한테 좀 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나가더라도 밥은 굻지 않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구요. 그러던 차에 희망퇴직이 뜨길래 덥석 신청했지요.

 

- 자기 욕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셨군요. 나오시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회사에서는 꽤 배려를 해줬어요. 마지막 1년은 퇴직 후를 준비하라는 분위기였는데, 제 성향상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럴 거면 바로 그만두지 왜 남아서 월급을 축내냐는 생각이라 마지막 1년을 가장 바쁘게 보냈어요. 회사 일도 하면서 퇴직 준비를 했거든요. 몸이 안 좋은 지금의 저를 만든 시기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퇴직 이듬해인 작년 6월에 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 코칭 대학원 강의도 하시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시더라구요. 굉장히 집중적으로 공부하셨나 봐요.

 

코칭을 접한 건 2018년이고 동국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한지는 5년 됐어요. 비폭력대화든 코칭이든 성숙되는 기간이 필요한데, 제가 오지랖이 좀 있어요.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을 통해서 또 알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갤럽 강점 진단을 했더니 저는 연결의 테마가 가장 커요. 그래서 오는 사람 마다하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경험을 얘기하라고 하면 제가 제일 먼저 말을 해요.

 

겸임교수 일도 마찬가지에요. 하버드에 있는 코칭 연구기관의 심리학 교수님이 한국에 오셔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하루 종일 통역을 했어요. 그때 동국대 코칭 대학원을 만드신 교수님이 그 자리에 계셨어요. 저는 그냥 누군가의 얘기를 우리말로 옮긴 것 뿐인데, 그걸 보고 대학원 강의를 요청하셨어요. 통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과 견줄 수는 없지만, 영어 좀 하고 코칭을 한다고 알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역을 하게 된 건데, 그게 신기하게 대학원 수업으로 연결된 거예요.

 

- 영어를 잘 하시니까 기회가 열렸군요.

 

그게 커요. 경력만 보면 저보다 나은 분들이 차고 넘치죠. 그런데 제가 통역하는 자리에 학과장님이 계셨고 제가 코칭에 대해서 괜찮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셨나 봐요. 저는 앵무새처럼 하는 통역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맥락을 감안한 통역을 해요.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강사한테도 미리 얘기를 하죠. 만약 그런 거 원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하는 통역을 원하면 전문통역사를 쓰라고요. 저는 미국에서 2년 공부하면서 영어를 배웠고, LG에서 일하면서도 유지가 되었어요. 지금 하는 강의나 코칭은 반은 영어, 반은 한국말로 해요. 외국인 코칭 슈퍼비전도 해요.

 

-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시군요.

 

좀 그래요. 보기와 다르게 일단 부딪혀 보고 안 되면 물러서는 거지요. 통역도 이런저런 자리에서 했는데 그 교수님에게 인정받아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또 어떤 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다음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코칭이든 강의든 통역이든 잘했다고 인정받아서 또 불려지면 당연히 기쁘고 좋지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CT에 다시 도전하시는 건 비폭력대화를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체화하고 싶다는 거겠죠?

 

그렇죠. 그게 기본적으로 깔려 있구요, CT가 되면 IIT에 트레이너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작년 경주 IIT 경험이 참 좋았거든요. 해외 트레이너들과 직접 얘기할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비폭력대화라는 토대 위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얹어서 사람들과 나누는 게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여서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 앞으로 코칭과 비폭력대화를 연결해 주시기 부탁드려요.

 

고객들에게 비폭력대화 이야기 많이 얘기해요. 코칭 쪽에도 비폭력대화가 많이 알려져 있어요. 제가 비폭력대화에 대해 말하면 바로 이해를 해요. 나에게 익숙하게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지, 비폭력대화의 4단계 프로세스를 이해 못할 건 없으니까요.

 

 

 

사내교육 담당자로서 비폭력대화를 배웠지만, 비폭력대화를 삶으로 살아내고자 오랜 시간 묵히다가 5년 만에야 사내교육을 시작하신 김상학님, 이후 사내코치가 되어 코칭의 질문처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코치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이른 퇴사를 하고 새 길을 열어가고 계신 김상학님이 비폭력대화 국제공인트레이너가 되어 비폭력대화의 멋진 장을 펼치시길 기대합니다.

 

 

일터에서 NVC

인터뷰 : 윤인숙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