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의 참소중한 사람들

2023. 4. 3. 10:49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신림동의 참소중한 사람들

 

여러분은 서울에 보증금이 없는 월세 12만 원짜리 방이 있는 동네를 아시나요?
가족들과 헤어진 분, 경제 활동에서 소외된 분, 고시 공부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분...그 외에도 다양한 사연으로 사람들은 신림동에 모입니다.


그리고 그 골목의 작은 방에 살고 있는 카톨릭 신부 한 분이 ”참소중한 센터“를 운영합니다.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아무리 고달파도 이웃의 외로움을 눈감지 않기를 바라면서 존중과 즐거움, 환대와 유대의 공동체를 위해 ”어서 오세요~“를 외칩니다.


각종 차와 라면, 찬거리를 상비해 놓는 것은 물론 오뎅데이, 치맥데이, 떡볶이 데이, 샌드위치데이 등등으로 매주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방 밖으로 나올 이유를 만듭니다.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 안부를 물어주는 이웃, 관심과 수용을 경험하는 참 소중한 곳입니다.

 


재능기부로 지난 1월 특강을 시작하여 3월 초까지 5회차 비폭력대화(NVC)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혼자 살고 있으니 어떤 날은 광고 전화가 유일한 대화라고 하신 분도 있고, 분하고 억울한 감정이 꽉 차서 말을 시작하면 화만 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갈등이 일어나도 해결 할 방법을 모르니 답답하다고도 하셨습니다. 워크샵에 매주 출석은 하면서 말할 줄 모른다고 입을 막고 피해 다니는 분도 있었어요. 항상 술에 취해서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수업에 들어오는 분도 있고...다양했으나 분명한 건 조금씩 변화하고 서서히 깊어지면서 늘 감동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뒤쪽 구석에만 있던 젊은 분이 3회차에 앞으로 와서 앉길래 물었습니다. “오늘 느낌은 어때요?”, “기대가 됩니다. 편안하고요.” “어! ㅇㅇ씨 이제 느낌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하시네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이런 거 처음 배우거든요.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남들과 대화 소재가 생겼어요.”


욕구를 설명하고 카드를 전시하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애도’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난 저 카드는 잡기 싫어요. 제 인생에 애도가 너무 많으니까요.”
욕구 카드를 나누고 소통하며 부탁하기를 연습하는데 김씨가 박씨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능력과 자신감이 필요한데 그 카드를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박씨는 거절을 합니다. “안돼요. 나한테도 능력과 자신감은 너무너무 중요하니까.” 실망스러운 얼굴로 김씨가 돌아섰는데 잠시 후 박씨는 김씨에게 ‘능력과 자심감’카드를 건냅니다. “미안해요. 내 1위 카드가 배려인데 아까는 그 배려를 실천하지 못했어요. 가지세요”


4단계로 말하기 연습을 하는 날, 지팡이를 집고 카트를 끌고 오시는 분이 표현했습니다. “나는 어머니랑 살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가 많이 아파요.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무기력하고 슬퍼요. 도와주고 싶어요.” 자신에 대한 감사를 나누던 날, 그분은 말했습니다. “나는 슬플 때도 즐거울 때도 노래를 해요. 노래를 잘하는 나에게 감사해요.” 더 이상 그분은 무기력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노래 한 곡을 종강 선물로 힘차게 불러주기도 하셨지요.


매주 뭉클함으로 채워지며 비폭력대화를 전할 수 있어서 넘치는 축복이고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경계가 풀어지고, 질문이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면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NVC!

 

이윤정

 

 


신림동의 참소중한 비폭력대화엔 모집 정원보다 많은 23분이 워크샵에 참여하셨고 종강 이후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연습모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주제 특강으로 NVC를 이어갑니다. 함께 하고 싶은 분이 있으시면 한국NVC센터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