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재소자 사회 복귀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며

2023. 2. 7. 11:03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교도소 재소자 사회 복귀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며

 

2023년 새해를 시작하면서부터 한국NVC센터의 교도소 사업에 새로운 장을 기대하는 만남이 있었다. 지난 1월 5일 오후 2시 경기도 여주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에서 캐서린 한과 한승희 한국NVC센터 대표, 박성일, 최은석, 이희자 다섯 명이 이 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김영식 교도소장을 방문하여 재소자 교육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이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재소자에 대한 교육이 단기적이고 개별화되어 시행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적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교육 계획과 실천이 중요한데 소망교도소와 그런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재소자 교육이 단편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거의 어려운 현실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교도소 최고책임자의 임기(주로 1년)가 매우 짧아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계획이 어려운 점이 있다. 

 

이번에 소망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김영식 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소자의 사회복귀가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인간 회복에 필요한 적절한 재소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표현했던 분이다. 이런 이유로 명예퇴직을 하고 임기가 5년인 민간교도소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재소자 교육을 운영해 보겠다는 의지의 결실이었다.

 

김영식 소장은 부산교도소장 시절에도 한국NVC센터와 수용자 교육 등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는데 재소자 교육에 대한 같은 의지를 펼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김 소장이 부산교도소에 재직할 동안 다양한 비폭력대화(NVC)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1년 임기가 끝나고 부산교도소를 떠나자 그런 교육들이 계속 이어지지 않고 끝나버렸다. 교육을 진행한 강사로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따라서 이제 임기 5년의 소망교도소에서는 재소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생각은 평소 교도소 사업에 대하여 공통의 지향점을 갖고 있는 캐서린 한의 뜻과도 잘 통하는 지점이기에 더욱 기대를 가진다.

 

이날 만남에서는 미국의 교도소에서 비폭력대화(NVC) 교육을 하고 있는 프리덤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재소자 교육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재소자 교육을 하면서 늘 안타까운 점은 교육 시간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교정 기관에서는 때로는 100시간, 200시간 교육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교육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교육을 섞어서 보기에 그럴 듯하지만 실제 그 다양한 교육들 간에 전체적인 연결은 거의 없고 교육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 같이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매월 하는 인성교육으로서의 비폭력대화 교육 역시 겨우 4시간 강의를 하는데 전체 30시간 중 한 부분으로 들어가 있어 과연 어떤 효과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미국 오리건 주 교도소의 사례를 보면 3년 동안 비폭력대화와 마음챙김 교육을 하여 재소자 강사를 양성하며 그런 강사가 출소하면 지역에서 비폭력대화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사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이번 소망교도소와의 협업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김영식 교도소장은 재소자 장기 교육을 위한 기획팀을 구성해서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했고 이에 우리 한국NVC센터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 사업에 관심 있는 우리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여주라는 지역적인 거리와 재원마련 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한다면 멋진 해결방법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때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재소자 장기 교육 사업은 그런 일 중의 하나라고 본다.

 
최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