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_ 가사조정을 하며

2017. 6. 5. 11:48기린을 위한 주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제안

 


가사사건에서 이혼에 관련된 사항만 놓고 보자면, 부부 중 한 사람만 이혼을 원하거나 두 사람 모두 이혼에는 동의하나 헤어지는 과정에서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 예컨대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 있어 서로의 의견에 차이가 있고 이에 대한 조율이 부부사이에서 어려울 때, 사람들은 소송 또는 조정신청의 절차를 통해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소송의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때 소송 관련자들은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 기존의 이혼가정들이 겪고 있는 부정적 영향들을 사건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덜 경험하도록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이혼 후에 가족들이 현재보다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이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가사조정이 그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뜻이다. 삶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다반사이기는 하나 특별히 가까웠던 사람과의 이별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의 무늬를 이루는 하나의 경험이라고 볼 때, 우리는 그 무늬를 일정 거리에 떼어 놓은 체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헤어짐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별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이혼을 결심하는 과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이유들이 있으나, 그 근원에는 서로의 마음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체 각자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세월을 부부로써 견뎌왔던 것이다. 내가 경험한 사례 중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부부의 표현을 잠깐 인용해 본다.

 

아내 : “나는 남편이 이혼소송을 했다는 것에 대해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요. 우리는 지난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온 가족이 저녁식사 를 같이 했을 정도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 시간에 남편은 아이들과 많은 대화도 했구요. 화목하게 살았고 우리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다구요.”

 

남편 : “,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매일 저녁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했었죠. 하지만, 나 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집사람이 화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 았을 뿐입니다.”

 

결혼 24년차인 이들 부부는 10년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었고, 그 일로 남편은 언제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며 그래서 가정에 충실하려 애쓰며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음에도 두 사람의 경험은 완전히 달랐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조정 중에 아내는 남편이 잠시 잘못 생각한 것 일테니 가정을 지키겠다고 하였고, 남편은 막내가 대학에 입학을 했으니, 이제는 자신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2시간의 조정이 끝나갈 무렵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운 마음을 남편에게 전했다. 아내의 마음이 이혼에 대한 두려움과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서 남편이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홀로 애쓰며 힘들었겠다는 연민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지금은 너무 혼란스러워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 날 남편의 요청에 의해 조정기일을 속행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많은 경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질문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틀 안에서 판단하고, 해석하고, 생각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당연히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에 빠지는 경험도 종종 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찌 알겠는가?’

 

표현함으로써 일어날 갈등에 대한 두려움은 경험해 보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는가?’

 

과거의 경험이 나를 두려움에 빠뜨리게 된다고 말하고 싶을 때 이 세상 모든 만물은 늘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찌 바라보겠는가?’

 

마지막으로, 갈등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한가?’

 

늘 자문(自問)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위한 선택을 언제나 할 수 있다. 그 경험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 대화가 있다.

 

이 사람아 내가 꼭 말을 해야 내 마음을 알겠는가?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라고 아내에게 말하던 어느 중년 남편의 말이 떠오른다.

 

그의 눈에 차 있던 물기가 생각난다.

 


권영선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의 Mediation 1년 과정을 참여한 사람들이 

갈등의 세상에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을 돕고자

함께 한국NVC중재협회를 구성하였고, 

법원, 학교, 마을, 기업, 기관 단체에서 

사회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