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도소, 수감자와 함께 ’우울증 특화‘ 교육

2024. 8. 7. 09:58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대전교도소 수업을 마치고..

 

2024년 7월29일~8월1일까지 수감자들 대상 ’우울증 특화‘ 교육을 정희영과 김도연 2명이서 잘 마치고 돌아와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이렇게 더운 날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을 안고 갔지만, 수감자들에게는 더운 여름 시원한 장소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우려하는 마음이 쏙 들어갔습니다.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들어온 사연도 다 다른 남성들과 함께 4일 동안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찾아가는 여정을 여러 방법으로 찾아보고 서로 나누는 과정으로 수업이 이뤄졌습니다. 첫날 수업을 열면서 “4일 동안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길 기대합니다.”와“4일 동안 수업이 이렇게 진행되면 힘듭니다.”라는 두 문장을 제시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의 약속을 정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도 NO할 수 있는 선택권을 존중받길 원하셨고, 과제 만들기나 수업목표에만 치중하기보다 흐름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진행되길 원하셨습니다.

 

이틀 동안 ‘Pass’만 외치시던 한분이 마지막 날 자신의 요즘 모습을 표현했던 말들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풍전야”와 같다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는데 대전교도소 이송 전에 있던 ○ 교도소에서 거실(교도소 수감자들 방)에서 문제가 생겨 진정 방(독방보다 무서운)에 있었고, 나를 신고한 수감자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힘들었다하셔서 왜 패스를 계속 외치셨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동료와 이곳에서 오해가 풀렸고, 수업하는 동안 편안하고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20대 남성은 자신의 내면에는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 구석에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인데 밖으로는 안 그런 척 삐에로 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출소 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2번째 들어왔고, 너무나도 쉽게 돈 버는 방법(불법)을 알고 나니, 사회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이 너무도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법적으로 살지 않으면서 재밌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습니다.

 

11년 복역하시고 출소 날이 얼마 남지 않은 60대 후반의 수감자분은 처음에는 이곳에 들어와 형을 받고 추후에 또다시 추가 죄가 드러나서 추가복역이 결정되었을 때는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절망스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살아있음을 알아차렸을 땐, 어차피 지내야 하는 거라면 우울하고 힘들게 보내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내 삶에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는 말에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존경을 표현하였습니다.

 

 

 

대전교도소 수업을 하면서 희영과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수업에 참여하는 수감자들 수도 많지 않고, 둘이서 진행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라는 말에 둘 다 동의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울과 무력감에 가득 찬 수감자들과 제복을 입고 무표정한 교관들, 건물 어디도 구분되지 않은 똑같은 벽면과 여러 번 잠겨져있는 문을 통과하면서 느낀 교도소 안의 무겁고 후덥지근한 공기, 이런 에너지들이 몸으로 느껴진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일 수업 끝내고 희영과 수고했다 토닥토닥하며, 다음에 오면 수업 과정에서 이 부분을 채워야겠고, 간식은 이걸 챙겨와야지 하는 말을 하며 언제 힘들었는지 다 잊어버린 것 같아 서로 웃었습니다.

 

수감자들의 마지막 소감에 “교도소에 와서 처음으로 인간대우를 받은 것 같다.”,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따뜻했습니다.”, “수업 같지 않고 여럿이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편안함이 좋았다.” 함께 해주신 수감자들 피드백 덕분에 이번 여름은 복을 많이 지은 것 같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영과 함께 하며 든든했고, 동료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희영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 08.04

비폭력대화 강사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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