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비폭력의 사회문화 변증법』김조년 교수 특강을 마치고..

2023. 8. 23. 10:48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2023.8.8(화) 저녁 7시30분 온라인으로 『폭력-비폭력의 사회문화 변증법』 특강이 진행됐습니다. 100여명이 참여하였고, 한승희 대표의 환대와 인사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강의날이 입추였고, 김조년 교수님이 아침에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깼는데 그때 적었던 글귀를 읽어주셨습니다.

 

 

언젠가부터 알든 모르든 누군가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수락하면서 이 강의를 하게되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오늘날 사람들이 왜 비폭력을 말할까? 지금 문명화 사회는 폭력과 비폭력 중 어느 것이 더 많고 깊은 중점을 두고 사람들이 생각할까? 폭력과 비폭력은 인간 본성일까, 버릇일까? 내 자신이 바닥부터 폭력 속에서 폭력을 기르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의 질문들이 자신에게 던져졌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폭력성이 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는 '사이다' 같다고 하고, 비폭력의 언어는 좋은 물처럼 '밍밍하고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그때 노자를 떠올렸다고 하며, 노자의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좋은 것, 잘하는 것은 물과 같다. 그 물은 낮은대로 흘러가는데 모든 것들에 이득을 주면서도 다투지 않으면서 자기 것으로 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물은 끊임없이 만물이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비폭력의 삶은 이런 물 같은 삶이 아닐까. 

 

폭력은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시작을 생각해보면 나, 우리라는 울타리를 치기 시작하면서 폭력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조직, 체계 속에서 '당연하다는 것'을 창출하게 되는데 사회적 현상으로 전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에 문명 과정이라는 것은 폭력과 폭력에 대응하는 비폭력의 변증관계에 있는데 살벌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비폭력의 삶을 살고 제도를 만들고 하지만 그것이 다시 억압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폭력의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비폭력의 삶을 살았던 분들을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폭력으로 등장하는 것 중 하나는 획일 잣대라고 합니다. 생명이라는 것은 매우 다양하고 유니크해서 하나의 잣대로 재는 것은 가능하지 않는데 수학능력시험처럼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하나의 잣대로 잴려고 합니다. 얼마전 전주 비바체 실내악 연주회에서 쇤 베르크의 피아노 5중주 연주를 들었는데 불협화음이 화음이 되는 걸 보며 무조음악이라는 것이 클래식의 틀을 벗겨내는 음악의 비폭력 운동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집 근처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짜증내지 않듯이 생명의 소리는 무조음악과 같고, 비틀즈나 재즈, 히피들, BTS 등의 음악은 음악의 비폭력 운동이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비폭력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먼저 인생관, 세계관이 달라져야 하는데 모든 사람은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다고 하는 인생관이 있으면 나도 존귀하며 상대도 존귀하다는 철학이 형성되고 수련을 통해서 보편 철학, 원리를 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전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고전을 읽을 때는 나에게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존경하는 김성순 선생님과의 일화를 들려주셨는데 김성순 선생님이 함석헌 선생님이 쓰신 <뜻으로 본 한국역사> 책을 가지고 계셔서 앞에 보니 "김성순 군에게, 1992년 함석헌"이라고 쓰여있었다고 합니다.  이 헌사는 나올 수 없는 게 함석헌 선생님이 1989년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받으셨냐고 여쭤보니 "내가 선생님께 받았지. 내가 서점에서 사가지고 내가 썼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지식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련이 중요한데 일상에서 수련으로 끊임없이 나타나야한다고 했습니다. 비폭력대화야말로 맑은 삶, 평화로운 삶, 비폭력이라는 삶이 있을 때에 비폭력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화가 날 때 잠시동안 숨을 쉬고 즉각 반응하지 않고 생각해보는 것, 이런 것들이 치열하게 일상에서 수련돼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암담한 현대사회를 생각하게 되는데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세 가지 막막한 어려운 상황,  AI, 기후환경 변화, 전쟁의 일상화를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세가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실천의 결과인데 인간의 문명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일어났지만 또다시 장구한 세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명함에 쓰셨던 문구를 읽어주시면서 희망의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한방울의 먹물이 한동이의 물을 더럽힐 수 있다면,
한방울의 맑은 물이 대양과 같이 오염된 바닷물을 맑힐 수 있지 않을까. 

 

 

 

강의 후에 참여하신 분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아쉽게도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나 짧은 소감들을 나누며 강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여자 소감

 

맑은 물의 삶을 기대하고 꿈꾸게 됩니다.
비폭력은 수단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그런 삶을 사는 것을 원하고 실현하는 것만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비폭력이란 삶이 가득히 있을 때 비폭력대화가나온다..감사합니다~
좋은 주제 좋은 강사님! 넘 감사드려요. 근원적인 비폭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준비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덥고 습한 요즘 건강 잘 지키시구요.
일상의 비폭력 실천에 대한 용기, 믿음, 다짐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오랜만에 캐서린한, 한승희, 박성일샘을 온라인으로라도 뵐 수 있어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김조년샘의 내공있고 진실된 말씀을 통해 영감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