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3. 17:38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성교육에 관한 새로운 도전,
경남교육청 범교과 성교육 연수를 마치고 ...
성, 섹스(sex)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런 까닭에 성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성과 관련된 사안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날로 양적으로 증가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만 간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형식적이고 문서상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교육과 관련된 세계적인 흐름은 더 실질적이고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관인 유네스코는 2009년에 ‘국제성교육가이드’(이하 ‘가이드’)를 제작하여 공개하였고 2018년에 개정판을 냈다. 이에 경상남도교육청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교육 차원에서 이 가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2021년 ‘마음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고 2022년에는 마음성교육에 공동체살이 성교육을 추가하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15시간 연수를 실시하였다.
2021년 경남교육청의 의뢰를 받고 마음성교육 교재를 개발하였지만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성적인 주제들을 주로 비폭력대화의 관점과 방법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로 제안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왜 비폭력대화가 성교육의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내용을 나누었고 참여한 교사들은 비폭력대화의 의식이 성교육의 기초인 ‘관계’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고 비폭력대화 그 자체로도 만족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하지만 성교육을 배우러 왔는데 지나치게 비폭력대화를 중심으로 하였다는 불만도 꽤 있었다.
2022년 성교육 연수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과감한 수정을 하였고 가능하면 비폭력대화라는 색채를 띠지 않고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담당 강사도 보강하였다. 작년(2021년)에는 김경숙, 이미아, 그리고 나 세 사람이 하였던 것을 올해는 이경아, 김도연 샘이 합류하여 다섯 사람이 나누어 동시에 진행하였다. 또한 작년에는 하지 않았던 공동체살이 성교육도 하게 되어 김숙희, 김효선, 한승희, 김도연, 이경아가 함께 맡아 진행하였다.
나는 이번 연수에서 철저히 흥미롭게 탐구하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연수가 되도록 애썼다. 연수가 시작되는 마지막 날까지 놀이를 위한 교구물을 준비하느라 애를 태우기도 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나 자신이 더 신나고 재미있었다는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참여한 교사들이 마지막 시간에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었는데 “두렵기만 했던 성교육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새로운 배움이었다.” “학생들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성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가져가게 되어 자신감이 생겼다.” “성교육이 마음과 어떻게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배웠다.” “이런 연수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성교육을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등등의 소감을 들으면서 보람을 느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아쉬운 점들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번 연수를 마치고 비폭력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성교육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았고 더 나아가 비폭력대화가 바탕에 깔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연수가 끝나고 더 짜임새 있고 더 재미있고 더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보완하여 경남교육청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육청에서 이 연수가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NVC센터 내부에서도 더 다듬어진 교재와 강사 훈련 등이 이루어져 ‘국제성교육가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성교육 교사 연수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움과 지원, 지지를 나누었던 샘들께 새삼 고마움이 일어난다.
샘들 애쓰셨어요. 고맙습니다.
최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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