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우리의 오래된 미래 - 사회적 기업 ‘가배울’을 소개합니다.

2022. 3. 24. 12:47기린 활동_NGO/생명과 평화를 위한 연대

토종씨앗, 우리의 오래된 미래

- 사회적 기업 가배울을 소개합니다.

 

 

보라색 알이 촘촘히 박힌 키 작은 옥수수, 고구마인가 싶은데 먹어보면 달지 않은 자색 감자, 하얗고 빨간 다양한 종류의 콩. 아주 드물게 장터에서 이런 토종 농산물을 마주하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시장에서 토종농산물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밥상에서 토종 씨앗으로 만든 음식이 사라진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시골 농가 어디 가봐도 토종 씨앗으로 수익성 농사를 짓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

토종 농산물은 크기가 작고 자라는 기간도 길어서 단위면적당 경제성이 개량종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농민들은 자연스레 개량종을 심게 됐고 각자 가정에서 소소하게 먹을 것만 토종을 심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이런 토종농사 명맥을 유지하던 농민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 마을에 20종은 찾아볼 수 있던 것이 이제 2~3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토종 씨앗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토종쌀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농사, 토종 농사

 

“우리 인류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으로 3년째 혼란을 겪고 있잖아요. 농산물에도 바이러스가 있어요. 단일종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바이러스가 한번 퍼지면 한 지역의 농사 전체가 초토화돼요. 토종은 감자 하나만 해도 종류가 수십 종이고 지역마다 다른 종자여서 강원도 감자가 병에 걸리면 전남 강진 감자를 가져다 심을 수 있습니다.”

토종농산물을 살리는 활동을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 ‘가배울’의 김정희 대표가 말하는 토종 씨앗의 강점이다.

 

씨앗시장을 한발 더 들어가보면 현재 몬산토 등 5개 다국적 종자회사가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언제라도 이들이 씨앗 값을 올려 씨앗을 무기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뿐 아니라, 조류 독감, 돼지 독감, 과수화상병 같은 바이러스의 잦은 출몰에 대해 일부에선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92년 UN에선 150여 나라가 모여 생물다양성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자연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저마다의 토양에 맞게 진화해온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은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토종으로 차린 밥상, 꿀맛에 영양만점!

 

“농촌문화 답사를 하다 어느 마을에서 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에요. 알고보니 그 마을전체가 토종을 심고 있었고, 대대로 이어온 토종농산물로 차려준 밥상이었어요.”

이 밥상이 계기가 되어 이후 그 마을에 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한 것이 가배울의 시작이 되었다. 가배울은 현재 횡성, 봉화, 장흥, 강진, 아산, 구례, 홍성, 제주 등 전국 곳곳의 농민들과 직거래를 하고 있다. 김대표는 토종씨앗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거 토종 옥수수인데 크기는 작아도 아주 달아.’ 가끔 들어보는 이야기다. 토종은 맛과 영양 면에서는 개량종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가배울에서 판매하고 있는 토종 쌀 ‘적토미’에는 일반 쌀보다 항암성분인 폴리페놀이 200배나 많다. 생태학자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수확량이 아니라 영양가로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종 강남콩

 

자연과도 돌봄과 협동의 길로 나아가야

 

NVC는 인간관계뿐 아니라 자연과 관계에서도 상호존중과 연결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것이 아닌,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생존과 안녕도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쟁력에서 밀려 사라져가는 토종씨앗과 농산물을 지키는 일은 자연과 비폭력적 관계를 맺으며 협력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바램의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기후 온난화 환경에서 정작 살아남는 종자는 그 땅에서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한 토종씨앗이 될 지 누가 알겠는가?

맛과 건강을 챙기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작지만 의미 있는 투자, 토종씨앗 살리기에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 토종씨앗 살리기 가배울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

1. 카카오 채널 가배울 가입, 네이버스토어 ‘가배울’ 검색

2. 토종 농산물 선구매 하기

3. 토종음식 밀키트 신청하기

4. 전남 강진 토종식당 여행가기

5. 텃밭에 토종 농사짓기

 

가배울 김정희 대표

※김정희(여성학 박사, 가배울 상임이사)

여성 선조의 살림의 정신과 비가부장적 아시아 철학 전통, 오늘의 여성 살림운동 현장에서 살림여성주의를 찾는 작업을 해왔다. 공동육아, 생협활동에 이어 최근에는 만년 된 여성 토종농사 문화를 계승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불교, 여성, 살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글: 김영옥 (withnvc@gmail.com)

 

 

전남 강진, 가배울 토종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