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북한산 둘레길 스케치 (돌고래)

2014. 4. 8. 10:43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드디어 하얀 종이를 마주한다.

하얀 종이와 나만 있다.

고요함..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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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태호)가 나와 하루(연선)의 손을 함께 잡은 기억이 났다.

그때 가슴 뛰고 정말 설레였는데..

그때 그 장면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그림으로 그려서 남기고 싶은데

신비(태호)는 나와 하루(연선)에게 갈대를 하나 강아지풀 하나씩을 쥐어줬었다.

그리고, 신비(태호)의 오른손은 나의 손을, 신비의 왼손은 하루(연선)의 손을 잡았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어떤 것이 올라올까봐 조마조마하며 나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가슴이 따뜻해지고 고마워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감사한 마음이 다였다.

나의 손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손을 함께 잡아 주어서 가슴 설레고 따뜻했다.

 

 

오전 10시 모임이라는 게 나와 신비(태호)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집은 나설 때 이미 10시였다

승현 쌤께 연락드렸다 1040분에나 도착할 것 같다고

 

늦게 일어난 남자친구는 걱정했다.

"그냥 우리끼리 가는 게 어때? 이미 늦었잖아. 우리 둘만 가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가는 건데 ('폐끼치면 어떡해, 폐끼치면 싫어,'라는 말로 들렸다) 이번에 가지말자. 다음에 가자. 우리 도시락도 안쌌잖아."

남자친구의 걱정의 말들에 나는 짜증이 났다.

 

"괜찮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야. 10시 땡 했다고 출발하지도 않을 거고, 늦었다고 뭐라고 할 사람들도 아니야. 음식도 가면 충분할 것 같아. 왠지 그런 느낌이 와. 너 안갈려면 말던가. 난 갈꺼니까 너 집에서 쉬어."

짜증이 난 나는, 이렇게 말 했다.

 

승현쌤께서는 2차 출발지에서 모이는 게 어떻냐며 문자를 주셨다.

비폭력대화와 함께하는 모임은 안심이 되어서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어진다. 연습모임도, 총회도, 파티도.. 가기 전에는 걱정하거나 긴장될 수 있지만, 편안함과 환영받음을 기대하게 되고, 만나면 만날수록 믿음이 생기고 안심된다.

 

이번에 북한산 둘레길 함께한 사람은, 지선쌤, 하루, 승현쌤, 승현쌤 예비 신부, 필자와 필자의 신비(남자친구)였다. 산을 걷고, 함께하고, 도시락 먹고 얘기하면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누리고 있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평온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맘에 설레고 아쉬웠는데, 하산하고 걸을 때는 막걸리집을 갔었나.. 센터에서 산행에 소정의 지원금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 우리만 고정멤버로 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면서 맘이 닫히고 긴장되는 걸 느끼고는 놀랐다.

도시락을 펼쳤을 때. 가지각색의 과일들과 김밥, 주먹밥, 유부초밥, 김치, 밥 등 메뉴가 장난이 아니었다. 풍성한 먹거리들, 심지어 내가 싸간 밥과 김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둘레길을 걷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가, 어딘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가. 신호가 없는 터널 앞을 건너갈 때는 참.. 목숨을 건 둘레길 산행이라며

"내가 둘레길을 걷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냐"는 말에 빵터져서 웃으며 건너갔다.

 

주위 등산객들에게 물어물어 7번길 입구를 찾아 가는 널럴함도, 허접함도 재밌었다. 함께 찾아가는 것 같아서, 누구 한 명이 이끌고 다른 사람들이 쫓아가는 게 아니라, 함께 찾아가는 것 같아서, 우리 함께 걸어가는 삶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편안했다.

 

 

 

북한산 둘레길 참가 소감을 적어달라는 요청으로 그 때를 되돌아보면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맞게 쓴건가? 의미에 부합하는 글인가? 너무 주관적인 감상적인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멈춘 것도 몇 번 있었지만, 오랜만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읽을 글을 쓰고, 읽어보고 다시 쓰는 게 의미 있다.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의 연습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420일에도 벚꽃 산행 일정이 있다 던대. 나도 갈 수 있었으면, 그리고 다른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by 돌고래)

 

 

 

3월 산행은 북한산 둘레길을 거닐었습니다.

준비해주신 박승현님께 감사드립니다. ^^

 

산행은 열린모임입니다. 새로 오시는 분 환영합니다.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은 메일(training@krnvc.org)로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