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4. 11:03ㆍ카테고리 없음
일터에서 NVC
아이와 부모 모두 편안한 공간을 꿈꾸는 수학학원 원장, 심현주
학원이 필수가 된 시대, 학교에서 만큼이나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지친 아이들이 공감을 받고, 학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법을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잠시 스피치 학원 선생을 하던 큰아들에게도 ‘학부모 대화법 특강’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 한승희샘으로부터 올해 중재교육을 오시는 분 중에 학원원장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번쩍 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해선 열차를 타고 시흥에 있는 학원으로 찾아갔습니다.
🌱 반갑습니다. 신시가지라 그런지 주변에 학원이 많네요. 학원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올해로 20년 되었어요. 처음에는 종합학원을 했는데 선생님들이 자주 그만두는 게 너무 힘들어서 수학전문학원으로 바꾸었어요. 저와 제 친언니가 중고등학생을 담당하고, 초등학생 담당하는 선생님이 두 분 계세요.
🌱 한국NVC센터 뉴스레터에 ‘일터에서의 비폭력대화’를 연재 중인데 혹시 읽어 보셨나요?
아직 못 읽어봤어요. 시간이 없네요. 새로 개발된 곳으로 이전한 지 얼마 안되서 학원 홍보를 위한 블로그와 광고에 바짝 집중을 하고 있어요.
🌱 아, 블로그를 하시는군요. 저희도 필요한데, 어떻게 하시는지 배우고 싶네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비폭력대화로 글을 쓰면 상위링크가 되더라고요. 제 블로그에 연습모임 후기를 쓰고 비폭력대화 태그를 달아서 올렸어요. 여기 와서도 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만들려고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카페지기가 세 번이나 내렸어요. 지금은 그 맘카페에 제휴로 들어가서 학원을 홍보하고 비폭력대화 연습모임 한 것도 꾸준히 올려요. 제목을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이렇게 제목을 달아서 연습모임 후기를 올리면 어머님들이 그걸 읽고 저희가 학원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아시더라고요. 안정감을 느끼면서 학원을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다고 오는 부모님들이 계세요.
제휴는 정기적으로 얼마씩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에요. 그러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이 되요. 홍보 루트는 굉장히 많아요. 인스타그램이나 당근마켓에도 광고를 하고, 네이버도 블로그나 네이버 플레이스 파워링크 같은 것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홍보를 하는 중이에요.
🌱 홍보 방법을 스스로 배우셨나요?
우연히 재능 기부하는 분을 만났어요. 1기는 무료 강의를 하시겠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4주 교육을 받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6회 교육을 열어주셔서 직접 가서 교육을 받았어요. 2기부터는 비용을 받으시더라고요. 그분께서 저희 홈페이지도 만들어주셨어요. 그분에게 계속 물어가면서 홍보를 하고 있어요.
그분도 김포에서 주짓수 도장을 하고 계셔요. 홍보를 하신 지는 10년 정도 되셨대요. 아는 분이 10년 전에 블로그를 해보라고 제의를 해서 그분한테 물어서 하나하나 시작하신 것 같아요. 그 10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체육학원을 하는 관장님들 위주로 교육을 하시다가 다른 보습학원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싶어 올해 시도를 하신 것 같아요. 그걸 제가 우연히 발견해서 무료 교육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받게 되었어요.
홍보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조금만 방심하면 밀려요. 지난주에 NVC 중재교육에 가느라 일주일 글을 못 올렸더니 첫 장에 있던 글이 다음 장으로 내려가더라고요.
🌱 학원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고 조금 쉬는 기간을 가지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남편이 학원을 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그만두는 바람에 제가 들어가서 가르쳤어요. 남편이 학원 부원장으로 일하다가 학원을 인수했는데, 선생님들이 워낙 드나듦이 많고 잘 구해지지를 않아서 힘들어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같이 하게 된 거죠.
🌱 지금도 남편과 같이 학원을 하시나요?
제가 굴곡이 많아요. 남편이 술을 마시면 약간 폭력이 있었어요. 아이들 어릴 때는 저한테만 향하다가 아이들이 크니까 아이들한테도 그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큰 아이 중학교 1학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어요. 마침 전세 계약이 끝날 때라 각자 갈 길을 가자면서 따로 살았어요. 그래도 학원은 같이 했는데, 얼마 후 남편이 학원에서 빠지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까 가르치다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자주 냈어요. 몇 번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다 보니 아이들 가르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계속 빚이 늘어나고 독촉장이 날아와서 안 되겠더라고요. 이혼해서 법적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1년 후 고독사 했어요. 그게 3년 전이에요.
그날이 기억나요. 화요일 온라인 연습모임 하는 날이었어요. 연습모임 시작하기 전인 9시 반 쯤 시동생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형이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으니 가서 확인을 해달라고 했어요. 사실 저도 학원 이전에 필요한 대출 문제로 계속 연락을 했는데 잘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바로 가서 확인을 할까 하다가 연습모임을 하고 가는 게 좋을 거 같았어요. 연습모임 진행자인 김현영 선생님에게 제 상황을 이야기했어요. 상황이 이래서 가봐야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지금 온전히 있을 것 같지 않다고. 공감을 충분히 받은 후 남편집에 갔어요.
도착해서 문 앞에 서니 ‘이 사람이 지금 여기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우선 119에 신고하고, 안쪽을 보니 창문이 약간 열려 있는데 파리가 붙어 있었어요. 이 사람이 간 지 좀 됐구나 싶었어요. 조금 있다 119 대원이 왔고 안에 걸쇠가 걸려 있어서 창문으로 넘어가 확인을 했어요. 그날 아이들하고 같이 상의하고 장례를 치렀어요.
🌱 다행히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있는 중이셨군요.
2016년에 배우기 시작해서 연습모임을 거의 안 쉬었어요. 처음에는 합정으로 매주 갔고 선릉으로 옮겼을 때는 선릉으로 매주 갔어요. 그러다 코로나로 1년 쉬었어요. 온라인 연습모임이 있는 줄 모르다가 알고나서는 계속 온라인 연습모임을 했어요.
🌱 시흥에서 선릉까지 다니셨군요. 연습모임을 꾸준히 다니시는 분이 많지는 않은데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힘든 과정 겪을 때 많이 도움이 되셨군요.
연습모임에서 애도서클도 했어요. 장례 치르고 2주 후에 갔는데 현영샘이 기억하시고 가기전에 만났던 소그룹과 함께 애도서클을 해주셨어요. 현영샘과 연습모임을 오래 하다보니 제 상황을 여러 가지 알고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비폭력대화는 어떤 계기로 배우게 되셨나요?
남편과 별거중인 때였는데, 딸과 대화가 너무 안 되었어요. 딸은 저와 성향이 전혀 달라요.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가족 넷이 모두 성격 검사를 했는데, 선생님 말씀이 엄마가 딸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라고 했어요. 딸은 즉흥적이고 저는 규범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거에요. 딸은 학교도 가고 싶을 때 가고 안 가고 싶을 때는 안가는 아이였거든요. 그러면서 아들은 엄마가 키우고 딸은 아빠가 키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성향이 맞는다고요.
성격검사는 근처에 있는 논술학원 원장님이 배우셔서 학원 학생들에게 권했는데, 그때 우리 네 식구도 같이 받았어요. 해보니 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되게 센 형으로 나왔어요. 예를 들어 딸이 “엄마 나 a할까 b 할까?” 물어서 내가 a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 “그럼 나 b 해야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지금은 딸이 “a 할까 b 할까” 라고 물으면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네 마음이 더 가는 걸로 하면 좋겠다.” 라고 말해요. 예전에는 제시를 해줬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질문을 하지요.
🌱 딸은 강요나 명령을 하면 엄청 싫어하는군요.
맞아요. 예를 들어 방 좀 채우면 좋겠다고 말하면 엄마가 얘기하니까 하기 싫다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서로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도 계속 발견을 했어요. 아이가 치우는 속도와 제가 치웠으면 하는 속도가 다르니까 제가 걸림이 있으면 걸림이 있는 것만 치우고 나머지는 아이한테 맡기죠.
성격검사 후 딸을 이해하려고 굉장히 애를 썼어요. 타로 심리상담도 배웠어요. 그걸로 아이의 성향을 이해할 수는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연결은 안 되는 거예요. 아이하고 대화를 하고 싶은데 이해하는 것만 가지고는 대화가 안 되잖아요.
그러다 우연히 박재연 선생님의 세바시 강의를 보게 되었고, 궁금해서 그 선생님 이력을 찾아봤더니 비폭력대화 강사를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또 비폭력대화를 검색했더니 책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학원 아이들에게 6개월 정도 적용을 해봤어요. 그런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6개월 후 교육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책을 읽은 지 6개월 후에야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이 있다는 걸 아셨다는 말씀이죠?
그만큼 홍보가 안된 거죠. 책 마지막에 가서야 비폭력대화교육원 소개글이 있더라고요. 2016년 삼청동에 가서 박규원 선생님한테 처음 배웠어요.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셨어요
첫날 기억나는 게, 그룹당 5명 정도씩 모여 지금 필요한 욕구가 뭔지 골라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애도 카드를 골랐어요. 고른 후 서로 나눔을 하는데 한 남자분이 제가 카드를 잘못 고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애도는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건데 안 맞는 것 같다구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슬픔을 오롯이 느끼는 걸 애도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선생님도 맞다고 하시더라구요. 애도는 사람이 죽었을 때만이 아니라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슬픔을 충분히 느끼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때 기억이 되게 커요. 그리고 수업중에 연습모임을 굉장히 강조하셨어요. 수업이 끝나면 단절될 수도 있지만 연습모임으로 계속 이어갈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연습모임을 한 동안 하고 NVC2를 들으라고 계속 말씀을 하셨어요. 연습모임을 강조하셔서 저는 정말 꾸준히 연습모임을 했어요. 제가 선생님 말씀을 그대로 따르는 형이거든요.
6개월 연습모임을 하고 NVC2를 배우려고 했는데 6개월 후 NVC2를 하신 분들한테 물어보니까 많이 당황스럽고 수치심, 분노를 다룰 때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1년 넘게 연습모임을 하고 나서 2단계를 하고, 다시 또 연습모임을 한동안 하고 3단계를 했어요.
🌱 지금 딸과의 대화는 어떠세요?
지금은 NVC로 대화해요.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딸이 얘기를 쏟아놓으면 “지금 피곤해서 힘든데 5분 정도 쉬고 얘기해도 될까?” 라고 해요. 그러면 딸이 “엄마, 쉬고 와” 하죠. 5분 정도 쉬고 기운이 나면 “이제 얘기 들을 준비됐어. 얘기 할래?” 그러죠. 그랬더니 딸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저랑 얘기하다 감정이 올라오면, “지금 화나서 말하기 힘든데, 10분 정도 방에 있다 나올게. 나와서 다시 얘기해.” 이런 식으로 자기 감정을 정리하고 나와서 다시 얘기해요.
🌱 아까 박재연 선생님 이력을 보다가 ‘비폭력대화’라는 단어가 확 들어오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시작이었네요?
네, ‘비폭력대화’가 뭘까 궁금했어요. 유튜브로 찾아서 그분이 CBS에서 진행한 10강 정도 강의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그분의 언어를 따라 했어요. 그리고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적용해 보다가 교육원에 와서 배운 후에는 연습모임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언어를 따라했어요. 그분들이 평상시에 같이 밥 먹고 얘기할 때 어떻게 얘기하는지를 유심히 듣고 따라했어요. 연습모임 선생님이 바뀌면 또 그분의 대화법을 따라하면서 계속 익혔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강의를 할 때는 일반적인 사례를 가지고 하는데 제 사례랑 다르니까 제 사례에 맞게 대화를 하려면 일상에서 대화할 때 어떻게 하는지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대화법을 확 바꾸게 된 건 합정에서 화요일 연습모임을 진행하던 고연선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분과 매주 화요일 만났는데, 제가 여행을 자주 다니니까 한번 같이 가면 좋겠다고 제안하셔서 제주도로 여행을 같이 갔어요. 누구랑 같이 다니면 불편해서 저는 주로 혼자 다니는데 그분하고는 굉장히 편안했어요. 같은 곳에 가도 따로 즐기고 다시 만나는 식으로 다녔어요.
근데 정리하는 게 조금 불편했어요. 숙소에 가면 저는 신발을 정리하고 들어가는데 선생님은 그냥 벗고 들어가셨어요. 몇일은 제가 정리를 했는데 그게 거듭되다 보니 ‘선생님은 왜 정리를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신발 정리를 안 하시네요” 라고 얘기했더니 “바람(제 닉네임)은 정리된 걸 보는 게 편하세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띵’ 했어요.
그 다음부터 제 언어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안 되는 거를 얘기하지 않는 방식으로요. 아이들한테도 “숙제 왜 안 해 왔어?” 가 아니라 “숙제 해왔으면 선생님이 참 기뻤을 거고 너도 선생님한테 당당했을 텐데, 다음 시간에는 숙제를 해왔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해요. 아이들이 늦게 오면 “시간이 지났네. 네가 언제 올지 예측하기가 힘들었어. 예측할 수 있으면 너한테 뭐가 필요하지 준비를 할 수가 있어.” 이렇게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했어요. 그런데 “왜 늦었어?”가 아니라 “지금 시간이 지났어. 얼른 앉자” 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저와 3~4년을 공부한 고등학생이 “선생님은 화를 내는 법을 모르세요.” 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도 화 냈는데? 그랬더니 ”선생님 화내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라고 했어요. 제가 언어를 바꿔서 말하니까 강경하게 말해도 아이들이 세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원에 와서 위로를 받는 달까, 편안해하는 거 같았어요.
🌱 부모님들과도 수업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3년 전 처음할 때는 8주간 교육을 했는데 너무 길어 부담된다고 해서 요즘은 4주로 진행해요. 작년 10월, 올해 3월에 NVC1을 부모님들과 진행했어요. 3월 교육 때는 열명이 오셨어요. 수원 용인, 세종에서도 오셨지요.
학원 원장님들이 회원인 학원연합회 단톡방에도 혹시 대화법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함께 하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는데 한 분이 오셔서 교육을 받으셨어요. 코칭을 하시는 분이셨는데 비폭력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꿈을 찾게 됐다고 하셨어요.
교육하고 나면 연습모임을 해요. 처음에는 두 세 분 정도 오셨어요. 지금 같은 경우는 여섯 자리가 다 차기도 해요. 저희 학부모님들도 오지만 비폭력대화센터 홈페이지에서 연습모임을 검색해서 오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왔는데 그 학생 어머니가 제 수업을 들으셨어요. 교육 후 연습모임에는 참석 못했지만 수업할 때 마음이 편했었나 봐요. 그런데 아이를 가르치면서는 계속 강요를 하고 안 된 거를 지적하니까 아이한데 불안 증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보니 연필을 잡을 때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보였어요. 그 어머니 말씀이, 저에게 교육을 받을 때 굉장히 편안했는데 아이를 가르치다 보니 아이가 불안해하는 게 보여 걱정이 된다, 선생님하고 수업을 하면 편하게 공부할 것 같아서 왔다고 하더라구요.
3년 전에 8주간 교육하고 연습모임도 꾸준히 나오신 분은 큰아이 중학교 1학년일 때 사춘기가 와서 힘들다고 제 수업을 신청하셨는데, 수업하는 동안 아이하고 대화가 너무 잘 된다고 했어요. 그분은 아이 책상이 지저분한 거, 지우개 가루 그냥 놔두는 것들을 불편해 하더라구요. 그런데 수업에서 공감받고 나서는 아이 책상을 보는 게 굉장히 편해졌다고 하셨어요. 아이 교육에 굉장히 열의가 있는 분이었는데 아이 마음을 들어주면 공부를 안 할까 봐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 아이한테 “오늘 힘들었어?” 그 말만 했는데도 아이와 대화가 원활해졌다고 해요. 그리고 여름방학 특강 때 제가 연습모임을 멈추면 아이가 “엄마 연습모임 안 가? 연습모임 언제 시작하는데?” 이렇게 얘기를 한데요. 남편도 “연습모임 하면 갈 거지?” 라고 하구요. 연습모임 갔다 오면 편안한 에너지가 유지되니까요. 그분이 다른 분들도 계속 소개해 주셨어요.
연습모임을 하고 나면 후기를 맘카페에 올렸어요. 오늘은 이런 얘기가 나와서 이렇게 대화를나눴고 이런 위로를 받고 가셨다 라는 내용으로요. 2주에 한 번씩 올리는데 어머님들이 그걸 읽고 학원에 문의를 해요.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교육하고 싶다. 나도 배우고 싶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못 배운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시죠.
어떤 어머니는 제가 쓴 블로그 글을 다 읽고 오셨는데, 상담을 하려고 했더니 다 아니까 그냥 등록하고 갈게요, 라고 하셨어요. 그 부모님 아이는 3학년인데 감정표현을 정말 잘 해요. “선생님 오늘 저 너무 행복해요” 라는 식으로요. 원래도 느낌 말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아이인데 제가 느낌 말을 하나 하나 말해 주니까 점점 더 늘어나는 게 보여요. 그 아이와는 대화하는 재미가 있어요.
🌱 힘든 아이들도 있겠죠?
문제 틀리면 머리를 쥐어박거나 울고 화내는 아이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옆에 가서 “속상해? 화가 나? 잘하고 싶은데 안 돼서 너무 속상하구나” 하면서 그냥 토닥토닥만 해줘요. 그러면 조금 있다 가라앉아요. 그런 아이의 경우는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부모님한테 말씀을 드려요. 저는 아이들하고 수업을 해야 하니까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게 힘들다고 말씀드리면서요.
제가 고민되는 게 있는데, 같이 하고 있는 언니는 저와 달라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때로 엄하게도 하고 규칙을 정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두 가지 역할을 하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비폭력대화는 아이들하고 놀 때만 하면 좋겠다고 언니가 말하더라고요. 언니는 코칭협회 정식 코치 자격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언니는 아이들 공부 코칭을 하고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 요즘 학부모들은 어떤가요? 20년 동안 했으니까 학부모들의 변화가 보이실 거 같아요.
요즘 부모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많아요. 예전 같으면 좋은 거를 주변에 많이 알려주는데 요즘 부모들은 절대 안 그래요. 전화 통화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카톡 정도를 편하게 생각하세요.
힘들게 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하는데, 학원을 하면서 늘 감사한 게 저는 굉장히 편안한 부모들을 만났어요. 아이들도 드세거나 힘든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제가 복이 있나 봐요” 그랬더니 어떤 분 말씀이, “같은 에너지끼리 모이는 거 아닐까요?” 하시더라고요.
간혹 아이의 공부에 너무 마음이 급한 경우는 있어요. 급한 마음은 제가 어떻게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아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빨리 가는 학원으로 옮기겠다는 분이 계셔서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부모한테 아이가 안 된다는 얘기를 하면 그만두기 때문에 안된다는 이야기를 안 하는 게 원장들 불문율인데, 저는 안 되는 거는 안 된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려요. 그리고 어머님이 도와주셔야 저도 아이를 도울 수 있다, 천천히 가는 걸 동의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해요. 수업도 일주일에 두 번 오는데 필요하면 추가 금액없이 더 오도록 해요. 그런데 아이들 스케줄이 많아서 못 오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자세히 말씀 드리면 아이가 못한다는 얘기로 듣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더 나아질지에 대한 이야기로 들으셔요. 이건 비폭력대화에서 배운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어머니들이 “선생님하고 대화하고 나면 마음이 너무 편해져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알겠어요” 라고 말해요.
🌱 아이들 스케쥴이 많다고 하셨는데, 아이들 볼 때 마음이 어떠세요?
많이 안쓰럽죠. 부모들 교육방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에서 아이들 감정 읽어주고 공감하는 거를 강조하니까 어머님들이 아이한테 이렇게 할래?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그렇게 아이한테 주도권을 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최종 결정은 엄마가 해버려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놀이터에 갔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이제 갈까?” 물어요. 그러면 아이가 “아니, 좀 더 놀래” 그러죠. 그런데 엄마가 조금 기다리다가 “엄마 간다” 그러고는 가버리는 척을 해요. 아이한테 물어놓고는 아이 의사를 무시하는 거죠. 그러니 아이가 부모를 믿기 어려워요.
최근에 한 어머니도 “이달 말까지 학원 다녀보고 다니고 싶으면 계속 다녀, 싫으면 안 다녀도 돼.” 그랬는데, 엄마 마음은 계속 다녔으면 하는 거죠. 그러면서 다음 달에 등록을 했어요. 그 부모님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걱정도 되었어요. “엄마가 가르치기 벅차니까 네가 오래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정확히 말해주면 아이는 마음 준비를 하고 학원에 올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한테 결정권을 주는 것으로 말하고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설득해서 등록을 하는 거에요. 아이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부모를 못 믿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 엄마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요?
공감으로 아이를 잘 돌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양육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 마음을 이해해 주고 공감이 필요할 땐 공감해 주는 거지만 양육은 또 다른 거죠.
🌱 그렇죠. 엄마의 욕구도 있는데 그걸 표현 못하는 거군요. 비폭력대화가 좀 더 빨리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그 이유에요. 공감이 상대 공감이 전부라고 알고 있다보니 엄마들이 학교 선생님에게도 계속 무한 공감만 바라고 있어서 문제인거 같아요. 선생님들도 그런 학부모를 대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요.
저와 연습모임을 하는 어머님들은 아이하고 대화를 잘 하려고 오세요. 그런데 자기 느낌과 욕구를 알게 되니까 아이하고 대화가 훨씬 더 쉬워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선은 자신을 알아야 되네요, 저를 알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라고 물으시는 분이 있는데 “저도 아직 저를 알아가고 있어요.” 라고 말해요.
나를 알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화를 낼까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갈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어머님들이 아이하고 얘기하다 화가 올라왔을 때도 호흡을 하면서 기다렸다가 ‘내가 지금 뭘 바라는 거지?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 거지?’를 생각해 보고나서 아이랑 얘기를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습을 하면서 그게 조금씩 되는 것 같아요.
🌱 요즘 경제가 안 좋다고들 하는데, 선생님 학원에는 학생들이 고정적으로 있나 봐요?
그런 편이에요.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고 그걸 적용하면서 인원이 훨씬 많이 늘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초등학생들하고 노는 거에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보드게임 데이를 해요. 게임 할 때는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을 알려줘요. 내가 주사위를 굴렸으면 다른 사람한테 주사위를 넘겨주면서 서로 배려하게 해요. 그리고 학년을 통합해서 게임을 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보다 밑에 학년 친구들을 배려하는 게 있어요. 게임하면서 1학년 친구가 잘 못하면 윗 학년이 도와주거나 같이 짝을 지어서 해요. 종이 접기도 서로 알려주면서 해요.
🌱 3년 전부터 가르치고 계시니 교육원 협력강사를 하시면 훨씬 더 힘이 있을 거 같아요.
2022년에 라이프를 했고, 올해 중재과정을 하고 있는데 끝나면 도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앞으로 어떤 비젼을 그리시나요?
제가 학원을 하면서 꿈꾸었던 건 오전에는 부모님들하고 여러 가지 모임을 하고 오후에는 아이들 교육을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부모 연습모임을 활성화를 하려고 했는데 3년이 넘어가도 참여자가 세네 명 정도 밖에 안 되네요. 필요성은 아는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걸 낯설어 하는 것 같다는 거 생각이 들어요. 연습모임을 좀 더 활발하게 해서 어머니들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가고, 그래서 가정이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알려줘도 많이 안오시니까 많이 안타깝죠. 연습모임에 한 명, 두 명이 오니까 언니가 이제 그만하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는 여러 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3~4명 정도면 만족해” 라고 얘기했어요.
제가 여기서 학부모들과 하는 ‘엄마의 말하기 연습모임’은 격주로 하다가 매주로 바꾸었어요.
격주로 하면 체감이 덜한 것 같아서요. 왔다 가면 표정이 굉장히 편안해지고 며칠 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직장 구할 때 경력이 단절되서 못할 것 같았는데 연습모임에서 공감을 받은 후 직장을 구해서 출근하고 있어요. 그렇게 힘을 얻고 생활을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보람을 느껴요.
제가 지역에서 이런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3학년 정도 되는 아이한테 엄마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라는 말을 했어요. 힘들다는 말을 굉장히 비극적으로 쏟아내더라고요. 저 엄마가 저렇게 표현하는 방법밖에 모르니까 저렇게 하는구나. 엄마들에게 다르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아이들이 편안하게 보호받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계속 그 생각을 했어요.
온라인으로도 연습모임을 계속 하려고 해요. 코로나 때 온라인으로 연습모임을 하면서 코로나가 종식되면 온라인 연습모임이 없어질까 봐 센터에 후기 남길 때도 계속 온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올렸는데, 지속돼서 안심이 되요. 화요일 온라인 연습모임에는 세계 각지에서 참여하세요. 필리핀, 싱가포르, 캐나다, 미국 등에서 여러 분들이 오시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루 종일 한국말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오면 한국말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고. 현영샘이 화요일, 수요일 진행하셨는데 센터를 따로 내면서 수요일이 어렵다고 하셔서 수요일 연습모임은 제가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학원에서 열린마을 중재센터도 열고 싶어서 지금 중재과정을 듣고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저희 학원을 수학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교육,문화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키워가고 싶어요. 또 오랜 시간 아이들을 보다 보니까 요즘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떠듬떠듬 이해가 안 되는 말들을 하는데, 아이들 자기표현 능력도 키워주고 싶어요. 저는 수업하는 과정에서 계속 질문을 해요.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그렇게 한 이유가 뭐냐고 계속 묻지요.
주말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있어요. 다른 활동을 한다고 아이들 성적이 안 오르면 부모님들이 곤란해 하실테니 주중에는 아이들 학습에 신경쓰고요.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지는 모습들을 계속 보게 되요. 5~6개월 지나면 아이들 바뀌는 모습이 보여요. 성장하는 것도 있고 집중력도 많이 좋아져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 저 이거 했어요” 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하나 하나 조금씩 성취했을 때 “잘했어”가 아니라 “이렇게도 했네. 선생님이 생각 못한 걸 네가 했구나. 선생님도 너한테 배운다” 이런 식으로 말하죠. 그렇게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어린이, 청소년을 가르치는 수학학원에서 시작해, 비폭력대화를 배운 후 부모교육까지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아이와 부모가 어우러지는 복합교육문화공간을 그리는 학원원장님, 그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밝고 편안하게 자라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학원 원장님. 대화를 마치며, 비폭력대화를 배운 한 사람이 자신의 일터와 공동체를 평화롭게 바꾸어 나가는 모습에 잔잔한 감사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심현주 원장님의 비젼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 윤인숙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