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9. 14:10ㆍ기린 학교 /교육 후기
미키 카슈탄(Miki Kashtan)의 Convergent facilitation 워크샵 후기
- 글 : 김보경
지난 1월, 4일간 진행된 트레이너 미키 카슈탄(Miki Kashtan)의 Convergent facilitation 워크샵에 대해서
글을 좀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노트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워크샵 분량이 제 안에서 다 소화되지 않았음을 발견하면서
글을 쓰고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결국 이글은 이번 워크샵이 저한테 어떤 의미였다는 말씀을 드리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참가하신 분들이 50~60명이었고 워크샵의 주된 활동은 데모였습니다.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있고 그리고 이 경험을 함께 풀어가려고 모인 사람들로서 모두가 참여하는 데모였지요. 퍼실리테이션이 일어나려면 우리가 진정성있게 참여할 수 있는 문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한 학교의 관계자들이고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공부가 시작된 것이지요. 워크샵 참가자들은 두 층에서 참가하는데 하나는 학생이나 선생, 피해를 본 학생의 부모와 같은 데모 상황의 역할이고 하나는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공부를 하려온 OOO입니다.
저는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선생님으로서 외부에서 실용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려고 찾아온 퍼실리테이터의 협력 도출 과정에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 과정이 선생님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나에게 작용이 있는지, 개인으로서 경험하는 바를 알아차리면서 퍼실리테이션에 대해서 배우는 입장으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꾸 놓쳤던 부분은 내 경험에서 배운다는 것이었습니다. Learn from your experience!라는 말을 처음에 몇 번 들었을 때는 이 지점에서 답답하고 울고 웃게 될지 그리고 이게 저한테 이 워크샵의 주제로 남을지를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워크샵은 처음부터 ‘개인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현장의 권위자인 미키를 자꾸 바라보게 되고 미키의 답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찾아가 어떤 질문을 해도 마지막 말은 ‘경험에서 배우라’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에서야 ‘역할로 더 충분히 참여해서 경험할 걸'..하고 살짝 후회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살짝 멀리서 퍼실리테이터로서 미키의 작업을 봤고 미키와 미키가 만든 의사결정 구조속에서 개인의 경험을 존중한다는 것의 작용을 봤습니다. 그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워크샵의 내용을 거의 다 전하는 게 될 것 같아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에 어떤 일을 함께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서 각자 중요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중 어떤 한분을 만나서 공감을 한다면 그 분을 통해 흘러나오는 욕구의 에너지 안에서 그 분을 만나고자 할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있는 현장에는 이런 분이 50명 있고 이 분들의 목적은 개인의 치유, 자유라기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과정을 돕겠다는 사람은, 어느정도 깊이에서 이 50명을 만날 지 순간 순간 감각해낼 필요가 생기는 것입니다. 워크샵 주제가 효과적인 협력을 이뤄내기 위해 cost(비용)없이 의사결정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니 실은 그간 NVC 워크샵들과는 목적 자체가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NVC 기린들은 이 한사람의 노래를 깊이 듣고 그것에 공명해 누군가의 노래가 자유롭게 나오는 현장에 함께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이번 워크샵은 그것을 합창으로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있었달까요? 감정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세스라기 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실용적 해결을 원할 때, 그것을 돕는데 초점을 둔 과정인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은 비유하자면 이름있는 건반을 딱딱 누르는게 아니라 현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어떤 음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모두와 함께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우선 손에 힘을 주고 정확한, 날렵한 소리를 찾아가서 한 사람을 만나는 동시에 그 날렵한 소리의 울림이 모두에게 공명하게 돕는 일이 워크샵 안 팎에서 벌어졌습니다. NVC 용어로 성글게 표현하자면 한쪽 끝에 수단방법과 저쪽 끝에 깊은 욕구 사이에서 어떤 지점을 발견해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함께합니다. 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충분해지는 것들이 신뢰이고 결정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점을 모아놓고 보니 그것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였던 것입니다.
퍼실리테이터 입장에서는 이 합창단은 아직 악보가 없어서 도와주어야할 지점은 정해진 노래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흥얼거림을 듣고 악보로 정리해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훈련된 부분은 우리의 흥얼거림을 듣기보다 정해진 노래를 따라부르려 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무엇인지 현장의 권위자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노래를 따라 부르라고도 합니다. 학생은 어른들이 정하겠지 생각하면서 무기력해 있기도하고 교장은 자신이 혼자 풀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고 어떤 선생은 나에겐 별 의미없으니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도 합니다. 이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서 실제 도움이되는 결정을 내리게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번 워크샵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이런 현상을 힘의 작용으로 보고 퍼실리테이터가 이 사람들 하나 하나가 자기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지점이었습니다. 내 노래를 따라 부르라는 사람에게는 함께 부르는 노래임을 편안하게 상기시켜주고 어른들이 정하라는 학생에게는 네 노래가 네 음색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그리고 진정성있게 표현하고 바쁘다고 알아서 결정하라는 이에게는 그것이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일깨워주는 방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저는 선생님의 답을 듣겠다고 제 노래를 눌러놨던 부분이 보여서 슬프기도했고 학생 역할을 하던 참가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순간을 드러내고 그 목소리를 우리가 들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는 힘이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믿게 도와주고 그 소리들을 듣고 그것도 퍼실리테이터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과 같이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렵겠다고 겁 먹은채로 뭔가를 하려고하면 퍼실리테이터는 이런 저런 장치를 많이 준비하게 되겠지요. 일반적인 퍼실리테이션 교육에 수많은 물리적인 도구, 절차들이 있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다, 사람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타고난 기술, 능력이 있음을 믿으면서 도움을 주려면 퍼실리테이터는 어떤 지점에 변화를 주어야할까요? 아마 미키라면 "네, 해보시고 경험에서 배워보세요”라고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데모로 다룬 이슈는 어떤 제안으로 이어졌고 다수결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결정이 일어났습니다. 50명이 그 과정을 함께했다는 지점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그 과정에서 각자가 존재했다는 점에 축하가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울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NVC를 익히고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하고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악기가 피아노에서 해금이나 첼로같은 현악기로 바뀐 것 같습니다. 소리를 내기 위해 짚어야 하는 자리가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손과 팔의 감각으로, 온 감각으로 현의 어딘가를 짚어내는 악기로요. 그리고 그 지점들이 모아지는 것을 자주 자주 보고 싶습니다. 각자의 음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들린다는 것, 그것은 실은 멋진일이다 싶고 그런 현장이 덜 겁나고 함께할 힘이 더해졌습니다. 이제 저는 합창이 듣고 싶네요.
순간이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https://www.krnvc.org:5009/board/detail.aspx?uid=2866&pageNo=1&type=1&keyword=&b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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