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뿌듯했다.

2017. 12. 4. 11:27기린 학교 /교육 후기

2017.10.20~22에 진행된 NVC 가족캠프에 참여한 김종규님 가족 




아내의 권유로 1020일부터 22일까지 23일간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2017년 제1NVC Family Camp 에 참가하였다. 우리 부부는 비폭력 대화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어 아내의 권유에 선뜻 동의 했다. 6학년과 1학년인 두 아이들은 캠프에 간다고 하니 어떤 캠프인지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따라나섰다.

 

캠프 일정은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었는데,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캠프 장소인 서천유스호스텔로 향하니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까지도 가기 힘들어 보였다. 일정 시작 시간은 물론이고 저녁 식사시간도 못 맞출 것 같다는 생각에 서울에서부터 운전해 오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 먼저 가자고 하던 아내가 회사 일이 바빠 함께 가지 못하니 아쉬움도 컸다. 이렇게 기분이 나쁘다 보니 함께 가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이 나오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이야기했을 때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응수했다. 결국 가까스로 유스호스텔에 마련된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는 시간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허겁지겁 식사를 했지만, 계속 내 마음은 불편했다.


 


첫 날 일정은 저녁 식사 전에 각자의 이름표를 만들고 저녁 식사 후 대강당에서 캠프 참석한 가족들의 친밀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식사 후에 임시 이름표를 만들고 다른 가족들을 만났다. 처음 만난 다른 가족들과 어색하지만 여러 신체 활동을 통하여 친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은 비폭력 대화와 관련된 다양한 개인 선택 활동이 진행되었다. 나는 비폭력대화 센터에서 NVC1 코스를 수강하긴 했지만, 기초부터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비폭력대화 강의 위주로 참여를 했다. 아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


 



첫 번째 선택활동으로 비폭력대화 첫 걸음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스스로 책도 읽고 NVC1 코스도 수강했기 때문에 비폭력대화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은 강의는 나에게 너무나 유익했다. 다시 들으니 이해가 빠르고 사소한 것까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공부이든 기초와 복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비폭력대화의 첫걸음을 또다시 듣고 싶다.

 


두 번째 선택 활동은 여자 마음 알아주기에 참여 하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이 약간 변형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예전에 비폭력대화센터 이윤정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남성들을 위한 연습모임에 참여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새롭고 유익한 활동이었다. 이 시간에는 주로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대화 단절에 대하여 얘기를 나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문제점보다 다른 가족들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부분의 문제가 자신의 욕구를 다루는데 서투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깨달음 덕분에 나도 다시 한 번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욕구를 어떻게 잘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비폭력대화의 이론만 이해한다고 해서 저절로 실천이 되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연습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세 번째로 내가 선택한 활동은 댄스 플로어 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NVC 2 또는 3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프로그램인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나의 내면을 비폭력 대화 방식으로 들여다 본 후 다른 사람과 마주하여 비폭력대화를 연습하는 시간이었는데, 몸을 움직이면서 하니 또 다른 방식으로 비폭력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즐거웠다.

 


마지막 활동은 No-talent show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은 영어로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딸이 평소에 영어 노래를 곧잘 불렀기 때문에 딸을 필두로 해서 온가족이 다 같이 부르기로 했다. 솔직히 노래 실력이 좋진 않았지만, 프로그램 이름이 No-talent show이다 보니 용기를 갖고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다른 가족들은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여 관객을 사로잡아 우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위축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우리도 순서가 되었을 때 어설프게 영어 노래를 끝까지 하고 내려왔다.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두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른 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했다. 이후에 다른 가족들의 멋진 장기자랑으로 분위가 달아올라 모두 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셋째 날 아침에는 체조를 하고 식사 후 강의실에서 마무리 모임을 가졌다. 아내가 회사에서 새벽까지 일을 마치고 새벽 첫 차를 타고 내려와 마무리 모임에는 참석할 수 있었다. 격무로 인해 피곤했을텐데도 마지막 프로그램을 함께 하기 위해 내려온 아내에게 무척 고마웠다. 마무리 모임에선 모든 가족이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각자의 욕구를 살펴보고 각 욕구를 함께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가족의 발표를 들어보니 정작 발표하는 가족은 모르고 있는 듯한 문제점과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마 우리 가족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가족과 비폭력대화 캠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 아이는 그냥 짧게 좋았다고만 했다. 작은 아이는 비폭력대화에 대해서 잔뜩 배우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놀기만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아마도 학교나 학원에서 강요에 의한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강요가 없는 프로그램이 놀기만 하는 프로그램처럼 느껴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난 아이들이 비폭력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욕구와 욕구를 다루는 방법에 관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캠프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 참여했던 아내와도 계속해서 비폭력대화 캠프, 비폭력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부부의 대화와 생활에 좋은 영향을 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일정상 무리가 있더라도 다시 참여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캠프 준비자, 관계자 분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김종규




2017 NVC 가족캠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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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NVC 가족 캠프 _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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