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3. 13:42ㆍ기린 학교 /교육 후기
중국을 오가는 길목에서 가끔 생각한다.
‘난 어쩌다 이 길에 서 있을까?’
‘이 길은 내게 무엇을 원할까?’
‘나는 이 길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2014년부터 북경, 항주, 연태, 내몽골, 천진, 대련 등 중국을 오가면서 그들의 고통에 함께 머물고, 함께 웃으며 ,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4년째, 어느새 열 차례가 훨씬 넘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어쩌다 비폭력대화를 만나고, 어쩌다 캐서린 선생님을 만나고, 어쩌다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라는 타이틀로 책을 쓰고, 어쩌다 그 책이 중국에서도 출간이 되고, 어쩌다 중국 땅을 딛고....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쩌다' 투성이다.
그러나 그 어쩌다 뒤엔 따뜻한 관심과 가슴 뛰는 열정과 사랑이, 그리고 성실한 노력이 있었으리라.
중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그들 조상들의 철학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현실 생활을 이해해 가며 새로운 워크샵을 진행할 때마다 단어 하나 하나를 다듬고 그들의 가슴과 만난다.
문화는 다르고 의식도 다르지만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통하는 것 같다.
중국에서의 비폭력대화(NVC) 수강료는 매우 비싸다. 5일 워크샵을 진행하면 보통 한 달 월급 정도쯤 되니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 워크샵 비용을 알고나서 주최측에 이유를 물으니 "중국에서는 싸게 워크샵을 주최하면 관심을 갖지 않아서 오히려 수강생을 모을 수 없다, 거기다 다른 내용의 모든 워크샵이 비싸서 NVC만 싸게 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로 나는 주최하는 사람들과 워크샵을 준비할 때, 장학금을 주도록 부탁했고, 자기 경제 현실에 맞게 수업료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곤 했다.
그리고 워크샵 때마다 한국비폭력대화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얼마의 수업료를 받고 있는지, 그동안 장학금은 얼마나 지급됐는지를 이야기 하며 중국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NVC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항저우 워크샵의 주최자인 짜오싱은 내 워크샵을 4번째 주최했고 다른 워크샵에서도 수강생으로 여러 번 참여했던 친구인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작년에 초급은 자신이 진행을 한 후, 내 워크샵으로 중급과 고급을 엮어서 한 번에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중국 사상 가장 적은 비용을 받았고, 이틀 만에 마감이 되는 바람에 올해의 워크샵도 연이어 모집하게 되었다. 3월 말에 가서 두 번째 워크샵을 마무리 하고 4월초 새로운 워크샵을 여는 과정이었다.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짜오싱은 중국에 와서 여러 번 NVC워크샵을 열어주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로 한국NVC센터에 기부를 하겠다고 하며 빨간 봉투를 내밀었고 거기에는 1000달러가 들어있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흘렀다. 나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 NGO활동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쓰겠다고 했고,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본 감동을 나누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합류했던 한국유학파 중국인 통역, 장부용씨가 한화로 20만원을 전달하며 자기도 한국에 기부해달라고 했다.
돈의 가치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얼마짜리 집에 사느냐, 어느 외제차를 타느냐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기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감사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그 동안의 수고가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배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나누는 NVC가 되어 빛이 발하는 것이 귀하게 느껴졌다. 정말 NVC를 잘 나누면서 살고 싶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아름다움이 모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에게 그러하듯이, 누군가에게도 비폭력대화를 만난 것이 삶의 큰 축복이 되어 그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고, 누군가를 존재 그대로 품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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