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4. 11:55ㆍ기린 Life
우리 학교는 학급별로 6월 중순 학부모와의 모임을 가졌다. 1학기 교육활동을 반성하고, 2학기 교육활동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교육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고, 자연스레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때 한 아이의 어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경희맘 : 선생님,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한데, 저희 경희가 참 대견한 것 같아요.
교사 : 맞아요, 경희는 학급부반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교우관계도 좋은 아이에요.
경희맘 : 며칠 전 저희 집에서 남편과 제가 다툼이 있었어요. 저는 가정주부이고, 아이가 셋이다보니, 평일은 평일대로 집안일과 아이들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고, 주말은 주말대로 가족이 모두 집에 있다보니, 끼니 챙기다 보면, 시간이 어찌가는지 몰라요. 근데, 남편은 주말에 컴퓨터 게임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게임한다고 핀잔을 몇 마디 주다가 에휴~ 하면서 그냥 퉁하게 있었죠.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경희가 저와 아빠를 부르더니, 식탁에 앉아 보라는 거에요.
경희 : 엄마와 아빠가 지금 서로 말을 안하고 감정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우선 엄마~ 아빠에게 원하시는 게 뭐에요? 아빠가 어떻게 해주시길 바라시는 거죠?
엄마 : 난 아빠가 주말에는 집안 일을 엄마랑 같이 해 줬으면 좋겠어. 주말에 요리를 한다거나. 빨래를 해 준다거나 하면 좋을 것 같아. 게임만하고 있으니까 속상했어.
경희 : 그럼, 아빠~ 엄마에게 원하시는 게 뭐에요? 엄마가 어떻게 해주시길 바라시는 거죠?’
아빠 : 난 엄마가 주말에는 나도 쉴 수 있도록 게임을 하도록 내 버려두면 좋겠어. 아빠도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경희 : 네~ 아빠! 엄마! 서로 이야기를 해 보시니까 어떠세요? 제 생각에는 아빠께서 주말 중 토요일은 게임하면서 쉬도록 엄마께서 배려해 주시고, 일요일에는 아빠가 요리도 하시고 우리랑 놀아주시기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 제가 어른들 일에 나서는 것이 좀 웃기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제가 나섰어요~~
경희맘 : 남편과 저는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서툰데, 경희는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남편도 저도 나중에 서로 멋쩍어서 서로 웃었다니까요.
이 이야기를 듣고 저도 깜짝 놀랐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함으로써 자신 스스로뿐 아니라 타인도 이해하게 되니, 서로 오해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 같다.
덕장초등학교 김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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