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4. 16:10ㆍ기린 Life
2018 발리 IIT 참가기
모미나
아름다운 섬, 발리에서 열린 9박 10일간의 IIT(International Intensive Training of NVC)에 다녀왔습니다. 30여개 나라에서 8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였고, 5명의 리드 트레이너, 4명의 써포트 트레이너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써포트 트레이너로 참여했는데요, 9명의 트레이너 중 유일한 아시안이었어요. IIT역사상 가장 다양한 나라의 참가자들이 모였다고 들었습니다.
2018, 5월 18~27일 IIT in Bali, photo by Ayu Puspita Dewi
IIT에서는 아침 저녁 그룹미팅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그룹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여러 가지 주제의 수업이 동시에 열리고, 참가자들은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스스로의 일정을 만들게 됩니다. 매일 아침 수업이 소개되면 참가자들은 어떤 수업을 골라야할지 즐거운 갈등의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지요.
저는 저녁에 세번의 세션을 진행했어요. 첫세션은 4명의 써포트 트레이너가 합동으로 만든 소개 세션이었는데요. 제 주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Space between stimulas and responce)’이었어요. 그리고 ‘NVC로 존재하기 위한 뿌리내리기(Grounding for ‘being’ NVC)’, ‘느낌을 모르거나 감추는 사람과 작업하기 (Working with people who has no feeling/covers feeling)’, 두 가지 주제의 수업을 각각 다른 날 진행했습니다. 제 수업은 모두 움직임을 재료로 NVC 의식을 체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제가 NVC수업을 만들면서 가장 열의를 가지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참가자들은 IIT기간 중 언제든 원하는 주제나 질문을 남겨두고 트레이너들이 이에 반응하는 세션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저의 세번째 주제는 참가자들의 요청보드에서 선택해 만든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의 반응은 감사하게도 아주 뜨거웠고 재요청도 많았습니다.
Grounding for ‘being’ NVC 세션 중, photo by 모미나
‘세상의 기린들 (Giraffes around the world)’ 게시판에 한국 NVC 센터의 활동을 소개하는 포스터도 붙였습니다. 발리로 떠나면서 박성일 샘께 급히 부탁드렸는데 예쁘게 만들어 보내주셨죠. 포스터 아래 우리 센터에 있는 작은 하트 브로치와 리플렛을 가지고 가서 한국 비폭력대화 센터가 보내는 선물로 나눠주었습니다. 다음날 많은 참가자들이 머리에 가슴에 목걸이에 빨강 하트 브로치를 달고 감사인사를 전해왔어요.
세상의 기린들 (Giraffes around the world)
IIT에서는 마지막날 밤에 전통적으로 ‘노탈렌트 쇼(No-Talent Show)’를 합니다. 말 그대로 재능없어도 하는 공연입니다. 우아하게 구경만 할까 하다가 놀고도 싶고 한국어도 들려줄 겸 참가했어요. 조선시대 선비 임제의 연모에 답하는 기생 한우의 연서를 노래로 만든 ‘어이 얼어자리’를 불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요거 가사가 조금 야합니다. ㅎㅎ 관객들에게 이게 좀 야한 사랑 노랜데 고어에 은유가 많아 번역해도 맛이 안나니 원하는 대로 상상하라 했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ㅎㅎ
노탈렌트쇼 ‘어이얼어자리’, photo by Alistair Mckinnon
도전과 긴장과 충만함 사이를 오가며 보낸 열흘간의 뜨거운 여정, 많은 배움 중에 지금 저에게 가장 살아있는 주제는 오히려 강의실 밖에서 만난 순간들로부터 다가왔습니다. 어느날인가 식당에서 한 참가자와 우리가 NVC라는 새도구를 여전히 자칼 방식으로 쓰는 면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가 두 팔에 힘주어 근육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맞아, ‘내가 NVC 너보다 잘해 !(I am stronger than you in NVC!)’ 이런 거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어” 내 안에 그런 순간이 있었던가 가만 되돌아보았습니다. 희미하게 아니라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써포트 트레이너 그룹은 팀웍이 아주 좋았는데요, 한 동료가 이에 대해 감사해하며 다른 곳에서 트레이너간에 비교 경쟁이 일어나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른 한 동료는 여기서 리드 트레이너와 써포트 트레이너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뭔가 직접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며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들은 제게 우리 공동체, 특히 NVC를 한국에서 나누고 있는 우리 트레이너들, 교육원 강사들간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 보게 했습니다. 더 넓게는 한국 NVC 공동체 전체에 해당되겠지만 일단 제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이 주제를 품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안에도 이런 가려진 여림이 있지 않을까? NVC하는 사람으로서, NVC 안내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보여줘야할 것같은 부담, 은근히 비교 경쟁하는 마음,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고 뒤에서 풀어내는 마음들..곳곳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이 여린 부분들을 용감하게 내어놓도록 격려하고, 벌거벗은 진솔한 나로, 온몸으로 부대끼며, 그래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로 나아갈까..거기에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이것이 제가 발리에서 얻어온 다음 탐구 주제입니다. 이제 열심히 궁리하고 찬찬히 실행해볼 참입니다.
혹시, 함께 해 볼 마음 있으십니까? ^^
2015 한국 IIT에 왔던 트레이너 돌셋(Dorset)과 모미나, photo by 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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