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가 만난 기린] 한 여름에 만난 기린 이야기

2017. 8. 10. 10:40기린 Life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네요.

비폭력대화센터 사무실 밖에서도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랫동안 NVC공동체에서 함께 해오신 H님이 추어탕을 사서 센터에 방문해주셨어요.

깜짝 인터뷰 했습니다. 본인의 부탁으로 익명으로 합니다.


- 글 : 리디아



 

리디아

H님 반갑습니다. 여러 교육에서 뵐 때마다 한번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오늘 기회가 되어서 반갑습니다. 센터 내에서 엄청 흔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비폭력대화를 알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H : 

안녕하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제가 뉴스레터에 인터뷰가 나갈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같이 나눌 마음이 있어요.

3살 터울이 있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들은 흔히 말하는 모범생인 편이고, 둘째도 무난하게 잘 컸어요. 큰 아들은 어릴 적부터 똘똘한 편이라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를 보내라고 권유를 많이 하실 정도였어요

저는 둘째가 그런 형을 의식하고 지내게 될까봐 좀 걱정도 되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아이들을 잘 끌어줄까 그런 정도만 고민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그냥 행복했어요

그러다가 둘째가 중학교 때 공부가 많이 힘들었는지 중요한 시험을 잘 못봤어요

그러면서 친구들 중에 공부도 잘하면서 노래방도 가고, 게임도 하면서 지내는걸 보더니 

자기도 그렇게 지내고 싶었나봐요. 그러면서 저에게 나 이제 평범하게 놀면서 살거야.’ 라고 몇 번 말을 했어요. 

나중에 이야기 해보니 본인은 5번 이상을 말했데요. 그런데 저는 2번 정도 밖에 안들은 것 같아요

그 때 저는 말하는 대로 듣질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그냥 1주일만 쉬고 다시 학원 가라고 했어요.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맘이 아파요.

 

리디아 : 

지금 생각해도 많이 속상하신가봐요.


H : 

네, 아이가 그때부터 제가 보기엔 그냥 막 놀더라구요. 하교 후에 밤 10시까지 피씨방에 있다가 오는데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어떤 때는 그 시간이 지나도 안 들어올 때면 제가 미치도록 힘들었어요

동네에 나가서 아이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12시가 되어서 들어오는 아이에게 어디갔다 왔냐고 해도 대답을 안해요. 그리고 그냥 게임만 미친 듯이 하더라구요


그렇게 1년을 지켜 본 후에 게임중독 상담센터에 등록했어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6개월 상담을 마쳤어요. 효과는 아주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한 것은 제가 아이를 거기에 보내면서 거기서 비폭력대화를 만났다는 거예요

이연미 선생님에게 비폭력대화(NVC)1단계를 들을 기회를 그 센터에서 만들어주셨어요. 그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게는 뭔가 가슴이 좀 트이고 힘이 나더라구요. 배우고 집에 와서 써먹고, 배우고 또 아들에게 해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자기 표현만 하고 아이를 정말로 공감해주진 못했어요

그때 아들이 그런거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냥 우리말로 하지 이상한거 하지 말라고 했어요.

또 거기서 비폭력대화(NVC)2단계를 이윤정 선생님 강의를 열어주셨어요. 그때도 많이 울었어요

그때 자기돌봄이란 걸 처음 듣고 일주일 내내 생각했어요. 그 동안은 내가 나를 돌본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저를 위해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갔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비폭력대화(NVC)를 만났네요.

 

리디아

자기 돌봄이라는 말이 주는 위로가 있지요.


H : 

, 맞아요. 위로 많이 받았어요. 그 말만으로도 참 따스했어요. 비폭력대화(NVC)를 여러 번 듣고 나니 아이를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말을 안했어요

자기공감은 마음 속으로만 하고, 아이에게는 말을 못했어요. 그냥 지켜만 봤어요.

 

그때 공부 안 해도 그때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마음 속에서는 받아들였는데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중학교 3학년 내내 지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입학한지 3주째에 좀 늦잠을 잤는데, 지각한다고 뛰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비로소 안심이 되었어요.


나중에 아이랑 그때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엄마가 약하게 말하면 안 들으니까 엄마를 길들이려고 했어. 그래서 피씨방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아서 두려웠어. 다시 공부로 돌아가고 싶은데, 안될 것 같아서 그냥 계속 그렇게 했어. 그런데 고등학생 되어서 다시 맘 잡고 공부 해보니까 공부가 다시 되어서 참 다행이었어.’

 


기린부모학교...




리디아

그렇게 이야기 나누기까지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짐작만 해보게 되네요.


H :

게임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니까 학교에서 인기도 많아지고, 선생님들 기대도 커졌어요

그러니까 저도 다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러다간 또 그때처럼 힘든 시간이 우리에게 반복되겠구나 싶어서 아이가 고3이 되었을 때 기린부모학교에 등록했어요


1년을 많이 울고 이야기 나누고, 버텼어요. 예전에 아이가 욕도 하고 장롱도 부수고 했었는데, 그게 부끄럽고 아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기린부모학교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그냥 다 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그냥 들어주었고, 저도 편안하게 말하며 치유되었어요. 아이하고 떨어져 있고 싶어서 등록했는데

어느 순간에 저 자신을 발견하고 저를 이해하게 된 것이 가장 감사했어요.

 

리디아

저도 눈물이 나네요. 그냥 이야기 했을 때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네요.

 

H : 

, 제게는 비폭력대화(NVC) 교육이나 모임들이 그런 것이었어요. 그렇게 기린부모학교를 마치고서는 다음해에는 

자연스럽게 중재를 배우게 되었어요.

저의 목표는 가족 관계, 아이들 사이나 아이들과 아빠 사이를 내가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또 중재는 숙박교육이기 때문에 숙박을 해서 가족들과도 좀 떨어져 있을 수 있고, 잘 쉴 수 있어서 좋기도 했어요.

 

리디아 : 

중재를 그 후에도 계속 공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비폭력대화NVC 중재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H : 

첫해에 1,2 차 워크샵이 끝나니까 중재를 해야겠다는 것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중재를 하려는 의도 자체가 가족 안에서 내가 힘을 쓰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의도를 가지고 힘을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배운 중재는 양쪽을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었어요. 양쪽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 사람과 내가 연결되는 것

그러면 다 된 것이더라구요. 들은 대로 그냥 들어야겠다. 말하는 대로 그냥들어야 겠다

그 때부터 아들 말이 명확하게 들렸던 거 같아요.

그때 아들이 엄마가 비폭력대화NVC하고 나서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해줬고. 정말 감동이고 보람되었습니다.

 


중재...




리디아

얼마 전에 집에 아이들의 다툼을 편안하게 풀어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H : 

아이들이 얼마 전부터 투닥 거리고 있는 에너지를 느꼈어요.

냉장고 앞에서 서로 부딪혔는데 그럴만한 일이 아닌데,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았어요.

심각하구나 생각하고, 제가 거실 중앙에 식탁의자 3를 가지고 나와서 앉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중재에서 시연하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그렇게 해도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앉더라구요.

 


리디아

재밌네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H : 

우선 시작은

"엄마가 너희가 키가 커서 올려다보기 힘들어 우리 좀 앉아서 이야기 하자."

동생에게 :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으니 너부터 이야기해볼래?"


형에게 : "동생이 먼저 이야기해도 괜찮겠어?"

: "괜찮아요."

 

그래서 동생이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들은 대로 이야기 해줄래?‘ 이것은 하지 않았어요.

들으니까 어때?’ 라고만 형에게 물었어요.


. 맞아. 그래 그런 상황이 있었어.’ 라고 인정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동생이 또 듣고, 느낌을 말하고.

형이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들어보니 미안하다고 그냥 편하게 했어요.

 

동생의 이야기는 형이 자고 있었을 때 동생이 방에 들어갔는데, 형이 잠결에 나가!’라고 소리쳤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동생이 형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하니 형이 바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형은 형대로 동생 방에 들어갔을 때 까칠하게 하면 섭섭했다. 그때는 내가 너랑 이야기도 하고 싶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들어가는 것이었어.’ 라고 이야기 했어요.

형은 동생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는 것이 모두에게 욕구로 들렸어요.


동생은 동생대로 그것을 들었고,들어 올 때 노크도 하고, 샤워후엔 옷도 잘 입고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형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나는 동생이 잘 되기를 바란다. 잘 되기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형을 지지해달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형이 학비가 많이 드는 과정중에 있는데, 동생이 우리집 돈 형이 다 쓰잖아이런 이야기를 할 때 형이 엄청 속상하고 할 말이 없었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동생은 그걸 듣고는 지지해달라는 이야기가 잘 들어왔나봐요.

내가 화가 났을때 집에서만 그런 말 하는 것이고, 밖에서는 얼마나 형을 자랑스러워하며 말하고 다니는데...’ 하며 '맘에 담아 둘 필요 없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어요.


리디아

형제가 서로의 진심을 알면서 연결되는 순간이네요. 감동입니다

형은 동생으로부터 친밀함과 지지, 동생은 형으로부터 존중. 서로 부탁도 했나요?


H : 

동생은 형에게 말투를 부드럽게 해 달라는 것.’ 이었어요.

형은 동생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 수단은 형은 동생과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어요.

동생은 둘이만은 너무 어색하니까 형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마시자.’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형이 같이 여행가자고 제안했는데 형은 23일 제안하니 동생은 12일이래요. 하하하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양쪽을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된 기회였습니다.

 

리디아

연습모임도 꾸준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며 가며 매일 뵐 때도 있었어요.


H : 

연습모임을 작년에 중재연습모임까지 포함해서 정말 많이 했어요

올해도 열심히 시간 되는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결이 먼저입니다.’ 이 말이 너무 좋아요.

그 마음이 정말 있다면 그냥 그게 편안하고 좋은 것 같아요.

그 마음만 갖고 있다면 중재를 할 수 있어요.

 

리디아

연습모임 참여 외에도 지금 비폭력대화NVC를 나누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H : 

00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동시에 엄마들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는데, 아이들도 만나고 그 엄마들도 만나서 기뻤어요. 가슴
따뜻한 연결의 시간이었어요

연결하려는 마음이 없이는 비폭력대화NVC를 못하겠더라구요.

 

리디아

비폭력대화NVC를 만나고 현재 나누며 지내시기까지의 이야기가 저에게 감동이네요.

그래도 힘든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H : 

한동안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저에게 강력하게 있었어요. 굉장히 불편했어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힘들더라구요. 미울 땐 내가 뭘 하는지 잘 안보였어요. 그런데 평가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좀 편해졌어요

그 사람도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애쓰며 사는 구나.’ 하고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제는 조금씩 부탁도 잘 하고, 기꺼이 들어주기도 하고, 거절도 잘 하게 되었어요.

 

리디아

멋집니다. 부탁을 주고 받고, 거절을 주고 받는 것 제게도 아직은 어렵더라구요

마지막으로 그러면 부탁을 좀 가볍고 편안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H : 

이게 노하우 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꼭 지키려고 하는 한 가지는 상대에게 부탁을 해서 그 부탁에 

오케이 해주었을 때, 제가 어디 가서 그것을 이야기 하거나 쓰게 된다면,

그 공로를 꼭 그 사람에게 돌리는 것. 출처를 분명히 하는 것을 꼭 하고 있어요

이건 누구 도움으로, 이것은 누구로부터 온 것이다. 참 감사한다.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무언가가 나만의 것이 아닌 것, 그것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려고 해요.

 

리디아

선생님, 이야기 나누면서 저에게도 많은 깨달음이 있었어요. 긴 시간 비폭력대화NVC와 삶에 대한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H : 

제 평범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어떨지 아직도 조심스럽고 그러네요

그냥 솔직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