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7. 11:15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비폭력대화 1단계를 공부하신 시온원 선생님들께서 올해는 2단계를 차근차근 마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방학동안 스마일키퍼스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앞으로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스마일 키퍼스 진행자'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시온원 선생님들이 직접 스마일키퍼스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수 있으시겠죠~ ....일상에서 무엇을 하든지 서로의 마음이 왔다갔다 오가며 ...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시리라 기대됩니다.
2015년 시온원을 다녀와서...
한여름의 절정을 시온원의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태풍이 지난 뒤 가을이 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리면서 아이들과 만난 한 여름을 다시 떠올립니다.
아직까지 내 가슴속에 가장 살아있는 모습이 뭘까?
대문을 조심스레 열고는 입이 떡 벌어지게 감탄했던 첫날부터 그려집니다.
두 팔 활짝 벌려 끌어안아도 한참 모자라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정면에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돌봄의 에너지 같은 것이 느껴져서 제 마음은 설레었고 몸이 누그러졌습니다. 아이들과 이 에너지 안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었나 봅니다.
서먹하고 어색하던 표정과 몸짓들을 지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춤추기, 노래 부르기를 하며 정말로 반짝 반짝거리던 초등 아이들이었습니다.
2학년인 한 아이는 원 안에서 갈등이 많이 있음을 미리 안내 받았습니다.
마침 5,6학년 언니들과 아이에게 지난 밤 갈등 상황이 생겼나 봅니다.
아이들은 오자마자 서로에게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우리가 제안하는 어떤 활동도 해 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혜선샘은 언니들과 함께 교실에 남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큰 나무 아래 그네로 갑니다.
그네를 타면서 이야기를 주거니 받으면서 아이는 나에게 시온원의 공간 여기저기를 설명해 주더니 어제 밤 이야기를 비밀스레 해줍니다.
또래가 없는 OO이는 외롭습니다. 언니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그런데 언니들과 OO이는 공유하고픈 꺼리들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노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가 속상하기도 합니다.
포함되고 싶고 그 안에서 재미있게 놀고 싶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서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OO이가 위축되고 긴장되어 보입니다.
"언니들이랑 놀고 싶었어요..그런데 혼날까 봐 내가 안 했다고 했는데..그래서 언니들이 화가 났어요."라고 아주 작고 흐릿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아이가 안쓰럽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자 아이는 이제 언니들이 무엇을 하나 궁금한가 봅니다.
교실로 들어가니 언니들의 표정도 밝아 보이고 아이들은 다시 우리가 제안한 활동들을 재미있게 참여합니다.
아이는 중고등 수업에 가장 나이가 많았던 고1입니다.
두 명의 동생들과 함께 이곳에 있는 중이고 함께 한 시간 중에도 동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아이는 "그냥 그래요." "저는 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얘는 말이 너무 많아서 시끄러워요." "해 봤자 다 소용없어요." 라는 표정과 말을 한 번씩 드러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주 부상을 당하나 봅니다. 뼈가 부러지는 일이 잦으니 아이가 운동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치면 돈 들어가니 싫어 하겠지요."하는 아이의 말투가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앞에 두고 해도 안 되는 공부들이 있어서 아이는 너무 버겁고 힘이 듭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독립을 해야 하는 아이로서는 공부를 안하고는 있으나 마음은 계속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운동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재미있는 것도 걱정을 덜어주는 것을 나눌 때도 아이의 입에서는 계속 운동 이야기가 나옵니다. 힘들어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원받고 그렇게 능력을 쌓아갔으면 하는 아이의 마음과 연결됩니다.
그런 시간들로 6회기가 지나갔고 마지막 날 아이가 소감을 이야기 합니다.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표현해도 괜찮구나 좋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합니다.
아이의 그 말이 얼마나 반갑고 기뻤던 지요.
지나고 나서 되돌아 보며 글을 쓰려니 잘 써지지가 않았습니다.
생동감이 떨어진 탓인가 마음이 부담스럽다가 그런 제 모습을 잠깐 멈추고 살펴 봅니다.
아~감사가 너무 많았습니다. 동료로서 서로를 지원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된 혜선샘과, 6회기동안 따뜻한 지원을 주신 시온원의 선생님들과 사랑과 호감을 주고받았던 아이들과의 많은 이야기들을 생동감 있게 모두 담을 수 있었으면 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
다시 덕분에 시온원의 아름다움을 제 영혼의 한 조각 퍼즐로 맞추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일 샘
시온원에 꼭 다시 가고 싶은 마음들이 일렁이는 중입니다.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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