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님은 정말 저희를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2024. 4. 30. 18:57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강사님은 정말 저희를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3월부터 7주간 소망교도소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한 반에 20여 명씩 3개 반에 비폭력대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들어갈 때 여러 가지 주의사항과 절대로 핸드폰, 전자기기 및 위험 물건을 소지할 수 없음을 당부 받았고 긴장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남자분들이 섞여 앉아 있었습니다.

 

2회차 수업 날, 오전에는 같이 웃고 대답도 하고 활기차고 활기가 있었는데, 소그룹 활동 때부터 집중도 잘 안 되고,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기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 주 수업에서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들, 카드 활동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드세요? 지난 주에 카드 활동을 잘 안 하시더라고요.”

한 분이 “짜증나요. 화가 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왜 짜증이 나는지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그때 한 분이 “강사님은 정말 저희를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카드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이 사람들과 좋든 싫든 만나고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우리도 웃으면서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한번 기운이 떨어지면 우리들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가 솔직한 감정으로 있는다면 우린 모두 화가 난 얼굴로 있어야 한다’는 긴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함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가 좀더 편안한 수업 방식을 찾아보자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강사로서 잘 배울 수 있도록 촉진하고 싶은 욕구와 안전하고 편안하게 배우고 싶은 수감자들의 욕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는 방향을 제시하자 조금은 편안해보였습니다.

 

마침 교육 과정 중 저희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었습니다. 개를 떠나보내는 그 과정이 슬프기도 했지만 함께 한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한 분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강사님 그 개는 몇 살인가요?” “13살이요. 왜요?”

“저도 집에 개가 있는데 13살이에요. 딸기인데, 그 개가 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네요.”

쉬는 시간이 되면, 딸기 아빠는 저희에게 비타민 C를 주셨습니다.

 

“저희 남편이 그 개가 죽고 많이 슬퍼해요.”라고 하자, 한 분이 “강사님은 남편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아주십니까? 남자들이 집에 가면 반겨주는 게 개밖에 없어서 그럽니다. 강사님도 집에 가면 남편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십시오.”

 

한 번은 이분들이 이야기를 하다가 ‘접견’이 제일 반갑고 좋다고 하더군요.

“접견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반가워요. 미안해요. 속상해요.”

쉬는 시간, 접견실에 나이든 남자분과 젊은 여자분, 그리고 어린 아기를 보았습니다.

 

“자, 오늘은 부탁과 거절을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뭐든 부탁해보세요, 제가 거절할게요.”

“강사님, 저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50대)

“강사님, 제가 여기서 4년 동안 있어서 돈이 한 푼도 없어요. 나가면 필요해서 그러니까 천 만 원만 빌려주세요.” (20대 청년)

웃으면서 거절하는 수업을 했지만, 돌아오는 길 마음 한켠이 아렸습니다.

 

똑같은 옷 너머 한 분 한분의 삶이 조금씩 엿보였습니다. 한분 한분 어떤 사연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교육을 통해 이 분들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싶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했습니다. 과거의 사건에 머물러 죄책감 혹은 분노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연결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습니다.

 

이분들이 다시 가족들과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삶에서 보람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길 바래봅니다. 우리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소망’하니까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서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건강해요!”

 

강현주

2024.4.29

 

 

 

 


 

 

‘소망의 씨앗, 삶의 언어’ 비폭력대화 훈련은 2023년 9월 8주 훈련을 시작으로 2024년 3월 6일부터 4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7주간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교육은 박기원, 강현주, 윤인숙, 박승현, 김지현, 박지영이 존중과 협력의 방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수용자를 위한 훈련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꼭 해야할 일입니다. 

여주라는 거리적인 어려움과 부족한 재원에도 불구하고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뜻을 모아주셔서 3~4월 동안 2,740,000원의 후원금이 모금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기금은 최소한의 활동비, 교통비, 교재인쇄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후원을 통해 마음과 뜻을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나라
김주희
김홍연
박영희
박진희
박효미
소망의씨앗심기
송유설
염미영
용미영
이미경
이서영
이희진
장희정

 


 

 

2024년 하반기 9~10월에도 훈련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재소자 장기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 수용자에게 비폭력대화 훈련을 지속할 수 있도록!

소망교도소 수용자 대상 비폭력대화 7주 훈련, 🌱 "소망의 씨앗, 삶의 언어" 2024년에도 재소자 장기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와 후원을 요청합니다. 🧭 목적 기존 교도소에서 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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