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 13:53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일하는 청년들을 위한 비폭력 대화 워크숍 후기
- NVC청년캠프_일터에서 평화를 추구하며, 삶의 주인으로 살기 -
유다은
나는 예민하지만 뭐든 좋게 생각하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내 기분을 스스로 달래곤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럴 수 있는 긍정적인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샌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웃기도 힘들었고 내 기분을 달래는 게 버거웠고, 나만 ‘참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마다 눈물이 났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더더욱 집착했다. 최대한 안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신경을 안 썼지만 돌아오는 건 “넌 너무 차갑고, 너만 생각해.”였고 나는 너무 상처받았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나는 따뜻해지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다보니 또 참고 못 참으면 화가 나고 짜증을 냈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과 말에 더 집착하게 되었고, 너무 지쳐 관심을 끄게 되었다. 모든 게 내 세상이었다. 뉴스에 안타까운 소식이 나와도 ‘나는 안 저래, 나는 상관없어, 취업이나 하자.’ 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땐 매일 아침 신문 읽으면서 친구들이랑 세상 얘기 하는 여고생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세상에 찌든 ‘공시생’이 되어있었다.
공무원학원에 적응해가며 기분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고 익숙해져 있는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NVC청년캠프에 가는 것을 권유하셨다. 내가 아침에 가족 얼굴 잠깐 보고 나와서 밤에 들어가는 일상이라 어머니는 할 말을 카톡으로 잘 하시는데 그 날은 전화를 하셨다.
꼭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왜 그러시지.” 사실 캠프 가는 3일전까지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말했지만, 어머니는 확고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좋은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하셨다. 성인인 딸에게 왜 저렇게 강요하듯이 보내려고 하시는 걸까 생각이 들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캠프 안내문을 읽어보니 첫째 날에 ‘뚜껑열리는 집에서 별 보기’를 하는 것이었다.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도 해서 남자친구에게도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남자친구도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이가 걸려서 내가 여러 번 담당자 선생님께 전화도 하고 연락처도 남겼다. 아마도 막상 같이 가자고는 했지만, 가서 나이 때문에 다른 사람 눈에 띄거나 무엇을 맡아야 하거나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함께 가게 되어 참 고맙다.
우리는 약속시간 보다 늦어서 허겁지겁 도착해서 간디학교 행정실 앞에 주차를 했고(도착했을 때만 해도 간디학교라는 걸 몰랐다), 강당으로 서둘러갔다. 홈 그룹을 확인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는 사실 너무 낯을 가려서 말하기가 두려웠지만 ‘좀 내려놓자’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예상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홈 그룹에 모여 있어서 신기하고 어색했다. 점심도 너무 맛있었다. 대구에서 출발해서 가는 내내 “절 밥같이 나오는 거 아니가”, “생태마을이니까 다 채소인거 아니가” 라고 서로 걱정을 주고받으면서 왔는데, 고기가 나와서 너무 감동이었다. 역시 기대치는 낮을수록 좋은건가 싶다. 서로 안도감을 주고받으며 캠프에도 잘 적응을 하는 듯 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화장실이었다.
푸세식이었고, 양변기처럼 앉아서 볼 일을 보는 화장실이었는데, 벌레들이 어마어마했다. 거의 울다시피 크게 소리지르면서 볼 일을 봤다. 너무 아찔한 기억이었다. 내 살에 벌레들이 다 붙는 느낌에, 냄새도 너무 나서 화장실을 갔다 온 순간 ‘집에 갈까?’ 생각도 들었다. 동생, 정아언니, 남자친구(나 포함 4명이 신청해 함께 오게되었다) 모두가 우리 어떻게 하지, 읍내로 갈까, 우리는 차도 있잖아 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 후로, 간식도, 식사량도 모두 줄었다. 사실 외갓댁 예전 화장실이 푸세식이었는데 내가 너무 어릴 때라 간디마을 화장실이 너무 적응이 안 되었다. 마을 전체가 다 그렇다니 여기 사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서로 얘기했다. 도시처녀들이 너무 유난스러운가 생각하고 다시 가보려 했지만 문을 열기가 참 어려웠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는 ‘버티자!’ 일념 하나로 캐서린 선생님 강의도 듣고 그룹 활동도 하면서 둘째 날 아침까지 보냈다. 나는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강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우리 일상의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는 거라서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평가를 뺀 관찰하기, 감정, 욕구말하기, 부탁하기 4가지를 배웠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감정을 말하는 것 까진 괜찮았는데 평가를 빼고 관찰하기와 욕구말하기가 힘들었다. 평가를 항상 해왔던 나로써는 분리하기가 힘들었고, 나도 몰랐던 욕구들이 있고 이로 인해 감정이 생긴다는 것을 동의하지만 알아내기가 너무 어색해서 말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오글거리기도 하고 낯선 사람의 눈을 보고 얘기하기가 힘들었지만,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하고, 상대가 공감하는 듣기를 하니까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눈물도 나고, 즐거웠다.
여러 교육들이 끝나고 오후가 되었고 나는 계속 볼 일을 보지 못해 배가 너무 아파 집중력도 떨어지고 참여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엔 (비교적)깨끗한 기숙사 화장실을 가게 되었고 꾹 참고 볼 일을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그때부터 몸이 너무 가벼워서 기분이 좋아졌다ㅠㅠ... 진작 갈 걸... 이임주 선생님께 둘째 날 오후에 강의시작 전에 화장실이 너무 불편하다고 울상지었는데 조금 부끄러웠다. 저녁에 치맥파티 할 때, 말씀 드렸더니 자신의 일인 것처럼 너무 다행이라며 좋아해 주셨다(아이고 부끄러;;).
이후로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노탈랜트쇼(No Talent Show) 전에 Walk & Talk 시간에 남자친구를 초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속이 후련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스스로가 너무 답답해 우울했다. 나는 ‘왜 이럴까’ 속으로 자칼말로 자책하기도 하고 남자친구 탓으로 돌리고도 싶었다. 노탈랜트쇼로 기분이 훨씬 좋아졌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래서 마지막 밤 치맥파티 때 최은석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내가 배운 대로 그대로 나의 감정과 욕구들을 읽어주시고 꺼내주셨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그 순간 눈물이 났지만 꾹 참았고 선생님들이 가시고 남자친구 얼굴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엉엉 울어 버렸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와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 누구의 탓도 나의 탓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편해져서 남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서로에게 위로하면서 마지막 밤의 파티를 즐겼다. 노탈랜트쇼와 치맥파티로 같은 조원 뿐 만아니라 다른 조원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역시 마지막 날은 시간이 아까웠다. 계속 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대구에 가서도 이렇게 나를 보듬고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이 들고 아쉬웠다. 연습시간도 너무 짧은 거 같았고, 자신감도 아주 조금 붙은 거 같아서 불안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를 보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 또한, 내 감정과 욕구에서 나오는 것, 나쁜 것이 아닌 것, 욕구가 드는 나를 미워하지 말 것을 배웠고 깨달았다. 나의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읽어주는 것, 이로 인해 내 삶의 주인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글로써 NVC청년캠프를 준비하고 애써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운 날 재밌게 나눔 할 수 있게 편하게 듣고 참여해준 우리 아모르조 조원들 감사합니다. 낯 많이 가리는 우리 자매와 언제나 함께 있어 준 정아언니 고맙고, 언제나 언니랑 비교 될까봐 노심초사했던 내 동생 다영이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혼자 살면서 일하고 공부하고 꿈을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는 남자친구 민섭씨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표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VC 청년캠프를 함께 하신 분
후원
이순호
김미영
송정옥
정난숙
호정애
임은영
한승희
노경미
권원상
무명 2인
프로그램 기획, 준비, 진행
김혜정
유문향
윤인숙
이경아
이임주
최은석
캐서린한
호정애
캐서린한
간디학교
한국NVC센터 출판사
그리고 자기 삶의 주인공 20명의 청년에게
감사드립니다.
NVC 청년캠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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